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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고 김건우 학생 어머니 노선자씨...“아픔 함께하며 기억해 달라”

“시커멓게 물때 묻은 세월호, 내 심장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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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멓게 물때 묻은 세월호, 내 심장같아”

▲ 김건우군 어머니 노선자씨는 너무 그리울 때면 아들의 옷장을 열어본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아들 냄새, 아들기억이 난다며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힘 기자



“그때 부활 달걀을 우리 집에서 만들려고 재료를 다 사다 놨었어요.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무작정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죠. 그 와중에도 제가 부활 달걀을 걱정하며 다른 자매님께 부탁했어요. 무슨 일인지 분간을 못 했죠.”

고 김건우(요한 세례자, 단원고 학생)군 어머니 노선자(베로니카, 52)씨는 3년 전 세월호 사건 당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엄마는 눈물로 아들을 기다렸고, 며칠 뒤 가족 품으로 돌아온 아들을 차마 보지 못하고 보냈다. “차갑게 눈감고 있는 모습으로 건우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건우가 그랬어요. ‘엄마, 제주도 가서 애들하고 똥돼지 삼겹살 먹고 올 거야’, ‘선생님 몰래 나가서 노래방도 갈 거야’ 하면서요. 그렇게 제주도 간다고 즐거워했는데….”

노씨는 “건우는 공부도 못했고 가끔 담배도 피우며 놀기도 잘했지만, 활발하고 잘 웃는 아이였다”며 “지금도 꿈에 나와 저를 ‘나 건우야’ 하며 손 깍지를 끼워주고 다가오는데, 깨기 싫어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온종일 아들 촉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노씨는 건우군 방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아들 방에서 종일 그림을 그리며 건우랑 같이 있는다”고 했다. 노씨는 “너무 보고 싶을 땐 옷장을 열어보는데, 교복엔 여전히 아이 냄새가 난다”면서 “옷을 만져보면 팔짱 끼고 마트를 갈 때 건우의 느낌이 그대로 난다. 정말 아들이 너무 그립다”고 말했다.

노씨는 인양된 세월호를 보고 “온갖 시커먼 따개비와 물때가 묻은 세월호를 보니 내 심장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희생자 어머니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은 백억, 천억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아이가 살아 돌아온 부모예요. 자녀 얘기하다가 ‘아차’ 하고 미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아이들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건우로 인해 저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된 거니까요. 기억해주세요. 아픔은 함께하는 거잖아요.”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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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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