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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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와 기도로...세상 고통 나누는 ...영적 전투장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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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을 찾아서




▲ 1 가르멜회 수도자들은 매일 일상의 삶을 통해 자신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시키고 인류 구원과 성화를 위한 희생 제물로 온전히 봉헌한다. 사진은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 전경.
2 가르멜회 수도자들은 하루 6번 성체를 중심으로 경당에 모여 성무일도를 봉헌한다. 사진은 가르멜회 수도자들이 시간경을 바치고 있는 모습.
3 성체 안에 현존해 계신 주님과의 사랑의 일치는 가르멜 수도자들 자신의 성화만이 아니라 교회와 인류의 구원을 위해 드리는 사제적인 기도의 바탕이 된다. 사진은 가르멜회 수도자들이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는 모습. 4 성체는 가르멜 수녀들의 깊은 봉쇄 안에서 침묵과 고독 가운데 정성껏 만드는 제병을 그 재료로 한다. 사진은 가르멜회 수도자들이 제병 선별 작업을 하는 모습.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 제공



은총으로 온몸이 흠뻑 젖기를 늘 기도한다”면서 “정말 주님을 체험하고 싶다면 미사에 참여해 성체를 영하라”고 당부했다.

성체의 마리 엘리안 수녀는 “진심으로 일상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의 과거를 보지 않고 희망적 모습을 보고 친절과 부드러운 태도로 살 때 하느님을 체험하고 기도할 수 있다”고 했다.

가르멜 수도자들은 특별히 ‘제병’을 만들면서 성체의 신비를 체험한다. 그들은 매일 수많은 제병을 만들면서도 하나하나의 제병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 사건을 간직할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된다는 것에 경외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한치의 소홀함 없이 혼신을 다해 제병을 준비하고 하나하나의 제병에 세상의 구원과 성화를 위한 간절한 염원을 담는다.

수녀들은 제병을 만들기 위해 반죽한 밀가루를 300℃가 되는 불판에 지지고 스팀으로 녹인 다음 크기별로 자른다. 그 가운데 흠 없는 것으로 골라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제병이 된다. 가르멜 수녀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병을 미사 때 성체로 받아 모시면서 성체를 ‘틀림없는 그리스도’라고 고백한다.

“제병과 성체에 생명을 걸어야 하는 것이 우리 삶입니다. 제병은 우리의 생계를 유지해주고 성체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또 오늘날 박해 지역에서 성체와 목숨을 맞바꾸는 많은 순교자를 보면서 성체를 영할 때마다 얼마나 소중한 은총인가를 느낍니다.”(예수의 마리 로렌스 수녀)

수녀들은 대제병을 만들 때는 사제들을 위해, 소제병을 만들 때는 교회와 모든 영혼의 구원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제병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엄청난 묵상거리라고 했다. 밀을 으깨 반죽하고 불에 굽고 물로 녹이는 과정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뿐 아니라 인간의 일생을 되돌아보게 한다.



“기도와 직결되는 작업입니다. 나로서 살고 싶을 때 불 속에 달궈지듯 시련을 겪습니다. 그 시련을 이겨내면 수증기로 몸을 녹이듯 은총의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다 얼마 못 가 또 칼날에 잘리는 시련을 겪은 후 주님의 제자로 잘 선별돼 파견을 갑니다. 제병을 만드는 과정은 수도 생활의 여정과 꼭 닮았습니다.”(성체의 마리 엘리안 수녀)

수녀들은 “이웃을 위해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부활의 삶”이라며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성체성사 안에서 주님의 은총을 풍성히 받길 인사했다.

성소 문의 : 02-902-1489,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높은 봉쇄의 담 속에서 침묵과 고독, 희생의 삶을 사는 가르멜회 수도자들. 스스로 세상과 단절한 그들이 그 누구보다 더 기쁘고 힘있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들은 주저 없이 ‘성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인 성체가 가르멜 수녀들의 내적 힘의 원천이자 영적 기쁨의 바탕이며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했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성체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사는 서울 가르멜 여자 수도원을 7일 찾았다.

볕 좋은 날이었다. 수도원 나뭇가지마다 예수 부활에 맞춰 꽃망울을 터뜨릴 양 한껏 새 생명을 머금고 있었다. 2시간만 허용된 면회시간에 맞춰 오후 2시 수녀원을 방문했다. 손님방엔 빈 의자와 간이 책상 하나만 놓여 있다. 짧지만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철장 너머 접이식 창이 열리자 세 수도자가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원장인 예수의 마리 골룸바 수녀와 예수의 마리 로렌스ㆍ성체의 마리 엘리안 수녀였다. 모두 30년 넘게 봉쇄 구역 안에서 살고 있는 수도자들로, 세속 이름은 잊은 지 오래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리지외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도 죽음을 앞두고 한때 무신론자처럼 사셨는데 정말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느냐?”고 물었다. 당돌한 질문에 놀랄 만도 할 텐데 세 수녀는 재미있다는 듯 환하게 웃는다. 먼저 원장 수녀가 입을 열었다. “이곳은 치열한 영적 전투장입니다. 이 투쟁은 영혼의 생명과 직결돼 있기에 살아남기 위해 모든 걸 하느님께 맡깁니다.”

성체의 마리 엘리안 수녀는 “기도가 안될 때가 왜 없겠느냐”면서 “모든 게 무너질 때도 있고, 제발 믿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해달라고 매달릴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좌절하는 것이 주님을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이기에 모든 걸 내려놓고 어두운 밤을 이겨낸다”고 말했다.

가르멜 수녀원의 일상은 성체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미사로 새날을 열고 하루에 6번 성체 앞에서 기도한다. 자신의 성화만이 아니라 교회와 인류 구원을 위해 성체 앞에 무릎을 꿇는다.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자기 심장의 살을 바치는 것입니다. 기도에는 피를 쏟는 희생이 반드시 동반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와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이곳을 영적 전투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원장 수녀)

“20명의 자매가 미사를 하지만 우리가 기도하는 이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매 순간 느낍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이 나와 이웃을 위한 고통이었듯이 기도 중에 받는 고통은 주님 도구가 되기 위한 수련이라고 여깁니다.”(예수의 마리 로렌스 수녀)

“미사 때마다 봉헌 예절 때 기도를 청했거나 기도가 필요한 모든 이들의 고통을 봉헌합니다. 그들의 상처를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시켜 달라고 기도합니다. 갖가지 사람들이 다 떠오릅니다. 그래서 모든 영혼의 구원이 저의 주된 기도 지향입니다.”(성체의 마리 엘리안 수녀)

기도 이야기가 나오자 대화의 봇물이 터졌다. 신자들에게 기도 잘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원장 수녀는 “성체조배를 많이 하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무엇을 하려 하지 말고 모든 걸 주님께 맡기고 그냥 주님 안에 머무르라고 했다. 아울러 “하느님 체험은 하느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니 자주 미사에 참여해 영성체하고 지금까지 영해 온 성체를 느껴라”고 조언했다.

예수의 마리 로렌스 수녀도 영성체와 성체 조배를 권했다. 그는 “영성체 후 주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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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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