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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 나의 기업] (31) 장기선 요한 사도

60년 녹차 명가, 비결은 끊임 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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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톨릭경제인회·가톨릭평화신문 공동기획

 

창업주인 부친을 도와 30년 이상 다업(茶業)을 일구어왔다. 세례를 받으면서 ‘제 탓입니다’를 고백할 수 있게 됐다. 봉사 활동에도 눈을 떴다. 장기선(요한 사도, 65) 대한다업 대표이사의 이야기다.


 

보성을 차의 고장으로 알리는 데 크게 일조
 

한 해 평균 100만 명이 다녀가는 보성 녹차 밭. 그 중심에 있는 대한다업㈜ 보성다원은 창업주인 고 장영섭(스테파노) 회장이 홍차 원료를 생산하기 위한 녹차 밭을 일구면서 출발했다. 장 회장은 해발 350m의 오선봉 주변에 차밭과 함께 소나무 삼나무 참나무 등 관상수를 심어 전체 100만 평 규모의 대규모 관광농원을 조성했다. 1973년 대한다업㈜이라는 이름의 법인으로 전환하고 ‘봉로(峯露)’ 녹차라는 전통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녹차 전문 회사로 거듭났다. 대한다업은 이 해에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농수산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일본으로 녹차를 수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장영섭 회장의 맏아들인 장기선 대표가 대한다업에 발을 들인 때는 1980년대 중반이었다. 차(茶)와 거리가 먼 회사에서 영업 업무를 담당했으나 장남으로서 부친의 뜻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물론 이전부터 마케팅쪽에 부분적으로 관여하기도 했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선친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85년쯤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수출이 불황을 겪으면서 국내 수요를 늘려야 했는데 자연스럽게 마케팅과 영업에 치중하게 됐지요.”
 

장 대표는 차밭 농사일을 배우는 한편, 영업 이사로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면서 제품 다양화에도 힘썼다. 잎녹차 제품과 녹차 가루 원료 납품을 통해 판로를 넓혀 나가고, 티백 제품을 동서식품, 태평양 등에 납품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캔 녹차, 페트병 녹차 제조 공장을 설립하고, 혁신적이고 위생적인 포장이 가능한 최첨단 티백 자동화 기계를 들여오는 등 제품의 고급화, 위생화, 자동화에 힘썼다. 1990년대 후반에 불거진 녹차 밭 농약 살포 문제 등은 녹차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낳았고, 대한다업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농약 문제는 친환경 농업, 유기농에 대한 관심 제고와 방향 전환으로 이어졌습니다. 또 이미 당시에 보성농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녹차농원으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는데, 문제없는 농약이라 하더라도 사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요. 친환경 유기농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대세였습니다.”
 

전무이사였던 정 대표는 보성 녹차 밭을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해 2004년 보성 제1 농장에 유기농 농장을 준공하고 이듬해엔 친환경 농산물 인증도 획득했다. 2006년에는 우수농산물관리시설 인증과 건강한 가능한 친환경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인정하는 로하스(LOHAS) 인증을 받았고, 2007년에는 최첨단 친환경 티백 자동화 설비를 갖춘 성남 티백공장이 국제적으로 식품 안전성을 인정받는 ISO22000 식품안전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녹차에 농약을 뿌린다는 TV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면서 국내 녹차 산업은 또 한 번 홍역을 앓아야 했다. 장 대표는 이를 계기로 사업의 다변화를 모색했다. 주력 분야는 녹차지만, 녹차 외에 커피 쪽으로도 눈을 돌렸다. 커피 원두를 수입해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향이 풍부한 인스턴트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했다. 이렇게 시작한 대한다업의 커피 사업은 10년이 지나면서 ‘부에노’라는 이름으로 유명 매장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여러 재료를 혼합해 특유의 향기와 맛을 즐길 수 있는 각종 혼합 차 제품들도 개발했다. 모닝스타, 허니브라운, 진저레몬, 썬다운 같은 허브차 제품들, 민트초코와 블루베리를 더한 루이보스 차 제품들이다.
 

주력사업인 녹차 분야에서는 고급 잎차와 티백 제품 외에도 다양한 등급의 가루 녹차 등 제품의 다양화와 품질 차별화를 통해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다업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대한다업은 2012년 한국명차선정대회 대상과 차맛내기 경연대회 최우수상, 2013년 유망중소기업 대상, 2014년 차맛내기 경연대회 최우수상 등 큰 상들을 잇달아 받으면서 녹차 산업의 선두주자로 입지를 굳혀 왔다. 올해는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 전 처음으로 딴 찻잎으로 만든 ‘처음 딴 차’를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2010년까지 전무이사로 실무를 총괄하던 장 대표는 그해 부친 장영섭 회장이 선종하고 이듬해 대표이사로 정식 취임했다. “아버지께서는 근면함과 검소함으로 대한다업의 토대를 놓으셨고 그 토대를 잘 가꾸어 이어나가는 것이 제 몫”이라는 장 대표는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를 겪었으면서도 헤쳐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따라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장 대표는 회사가 어려웠을 때 어렵다는 핑계로 직원을 줄이지 않고 끝까지 함께해 온 것이 그래도 잘한 일 같다면서 “톱니바퀴처럼 잘 어우러져 각자가 제 몫에 충실한 가운데 회사의 발전을 함께 도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함께 만들어 가는 회사’를 경영 이념으로,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를 사훈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세례받기 전부터 시작된 ‘요한 사도’와의 인연
 

부친과 모친(한영만 에메렌시아나, 89)은 오래전부터 신앙생활을 했으나 장 대표는 2007년에야 세례를 받았다. 생일이 12월 27일이어서 요한 사도로 세례명을 정했지만 요한 사도와는 세례를 받기 전부터 묘한 인연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아내와 함께 터키로 여행을 갔는데, 알고 보니 분당성요한본당 신자들이 주를 이룬 성지순례였습니다. 저희는 그것도 몰랐지요. 에페소에 갔을 때였습니다. 돌판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는데 신자들이 깜짝 놀라 ‘거기가 어딘지 아느냐?’고 묻더니만 ‘요한 사도 무덤 자리’라고 말하더군요. 그때는 몰랐는데 세례를 받고 나니 그 일이 생각나더군요.“
 

장 대표는 세례를 받은 후 크게 달라진 두 가지로 화를 덜 내게 된 것과 봉사 활동에 눈을 뜨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미사를 드릴 때에 ‘제 탓이오’ 하고 가슴을 치지 않습니까? 하루를 반성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전에는 문제가 생기면 남을 탓하곤 했는데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고백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화를 낼 일도 줄어들고 없어지더군요.”
 

명동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교적을 압구정동본당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돼 알게 된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는 장 대표에게 봉사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봉사하면서 저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됐습니다. 또 봉사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느끼게 됐고요. 열심히 봉사하시는 형제자매님들을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다지게 되지요.”
 

지난해 말 서울 중구 필동에 신축한 5층 건물을 차 연구와 교육 및 체험
관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는 장 대표는 올해 60주년을 맞아 특별하게 계획한 것은 없지만 직원들과 함께 내실을 기하면서 품질과 신뢰로 더 젊은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녹차 사업은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자연과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되지 않은 일이기에 뒤늦게 받아들인 신앙이지만 하느님의 뜻을 자주 묵상하게 된다는 장 대표의 말 사이로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는 공자의 말씀이 설핏 떠오른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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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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