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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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교회를 도웁시다] 파키스탄 (4) 우리는 대화한다

라호르대교구장 쇼우 대주교에게 듣는 종교 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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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톨릭평화신문 공동 기획

 

라호르대교구는 180년 전에 지은 교구 청사를 헐었다.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 새 청사를 건축 중이다. 액자 속 옛 청사 사진은 그림엽서가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역사 보존’, ‘가난한 교구의 사업 우선순위’ 같은 비판적 생각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섣부른 비판 의식이었다. 교구청에서 80m쯤 떨어진 연방 정보국(FIA) 건물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 폭발 충격으로 교구청 지붕이 무너졌다고 한 신부가 귀띔했다. 극단 무장조직 탈레반이 정보 당국에 체포된 조직원의 자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트럭에 폭탄을 싣고 돌진한 2008년 3ㆍ11 테러 사건 때다. 이날 테러로 28명이 숨졌다. 길가에 있는 카리타스 건물에서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행히 교구청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붕 잔해가 출입구를 막는 바람에 바로 탈출하지 못한 신부들이 있었다. 그래서 교구는 신축 사무실마다 출입문을 앞뒤로 2개씩 내고 있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아
 

지난해 라호르대교구의 예수 부활 대축일은 ‘악몽’이었다. 그날 초저녁 주교좌 대성당에서 3㎞쯤 떨어진 시내 공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75명이 숨지고, 340여 명이 다쳤다. 부활절 행사를 위해 모인 그리스도인들을 겨냥한 테러였다. 교구장 세바스찬 쇼우 대주교는 비보를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경찰이 출입을 막아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일찍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다. 진료부장이 주교 복장을 한 쇼우 주교를 보더니 “면회하고 싶은 (가톨릭) 부상자 명단이 있으면 달라”고 요청했다. 쇼우 주교는 “그런 명단은 없다. 그리스도인이건 무슬림이건 모두 만나 위로하러 왔다”고 말했다.
 

쇼우 주교는 그 다음 날 테러에 희생된 어느 친자매의 장례 미사를 집전해야 했다. 그는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날 강론에서 위로와 용기, 용서를 주제로 말해야 했다. 특히 유가족에게 어떻게 용서에 대해 말해야 할지 몰라 고민했다. 결국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겼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이 주제를 자비의 해 특강에서도 얘기했는데, 강의가 끝나자 젊은 부부가 다가오더니 ‘이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축복을 청했다. 부활절 테러에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였다.”
 

그는 “우리는 모욕을 모욕으로,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다”며 “파키스탄 신자들은 진정 ‘자비의 챔피언’이다”고 말했다. 이어 “파키스탄 교회만큼 그리스도의 참행복 선언(마태 5,3-12)을 믿고 따르는 교회도 드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그 가르침을 강하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회 닿는 대로, 때로는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이슬람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리스도교는 무슬림을 개종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고,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하고 싶다는 점을 그들에게 거듭거듭 말한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종교 간 대화로 박해와 싸우는 수밖에 없다”며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늘 한 그루 올리브나무를…
 

그는 취재 일정 마지막 날에도 파키스탄 이슬람을 대표하는 바드샤히 사원을 찾아가 압둘 카비르 아자드 이맘(최고 지도자)을 만났다. 그리고 이슬람, 힌두교 지도자들과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를 심었다. 신문·방송사 취재진이 몰려와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차이와 다름을 존중하면서 조화로운 파키스탄을 건설하자”고 호소했다.
 

물론 한계는 있다. 이 같은 만남이 ‘엘리트들의 대화’라는 지적이 있다. 삶의 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또 일부 이슬람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수장이 타 종교 지도자를 만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런 모습이 신문·방송에 자꾸 비치면 자신들의 양 떼가 다른 곳에서 더 풍요로운 풀밭을 발견할까 봐 두려워서다.
쇼우 주교가 교구청으로 돌아와 말했다.  

“선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것이 나의 임무다. 거기서 공존과 평화가 시작된다. 겉모습은 쉽게 바꿀 수 있지만, 마음의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늘 심은 올리브나무가 성장하는 속도만큼 느릴지도 모른다.”
 

이어 “파키스탄 교회는 작고 가난하지만 한 가지 사명이 있다”며 “우리가 그 사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사명이란 시련 속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는 신앙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앙인, 그리고 악을 선으로 대응하는 신앙인 모습을 세상 모든 교회에 보여 주는 것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참행복(마태 5,3-12)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중략)…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실 너희에 앞서 예언자들도 그렇게 박해를 받았다.

 



젊은이에게 다가갈 유일한 희망은 가톨릭 TV 

2억 인구 중에서 이슬람 신자가 95이고, 그리스도인은 가톨릭과 개신교를 통틀어 2밖에 안 되는 파키스탄에서 가톨릭 케이블 TV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복음 전파 매체다. 특히 극단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운영 여건은 너무나 열악하다. 프로그램 제작 인력이 고작 7명이다. 영상 편집기 한 대 없이 개인용 컴퓨터로 편집하고 있다. 나머지는 자원 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교회가 가난하니까 방송국 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대표 모리스 자랄(카푸친수도회) 신부는 위성방송 채널 하나 확보하는 것이 꿈이다. 개신교는 위성채널을 포함해 채널이 9개인데, 가톨릭에 대한 오해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한국 개신교단의 성령 기도회 자막 방송도 많다. 개신교 방송국은 주로 미국과 한국 교단에서 지원받고 있다. 자랄 신부는 “더 넓은 지역으로 가톨릭과 복음을 전파하려면 위성 채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 TV는 특히 청소년 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슬람 청소년에겐 가톨릭이 어떤 종교인가를 알려주고 그리스도인 청소년에게는 사목자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채워 준다.
 

자랄 신부는 농담으로 가톨릭 TV를 문 닫게 하는 두 가지방법을 얘기했다.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 지원금을 끊는 것, 다른 하나는 방송에서 정치나 이슬람을 비방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는 “세계 가톨릭은 어느 종교보다 크고 풍요롭다”며 “우리가 각 가정의 거실까지 찾아가 하느님에 관해 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성금 계좌 : 우리은행 1005-303-232450
(예금주 사단법인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

고통받는 교회 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는 어려움을 겪는 가톨릭교회를 지원하는 교황청 직속 단체로, 한국 교회도 1960~1970년대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 지부(이사장 염수정 추기경)를 개설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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