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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정진석] (62) 선교의 사명감

작은 교회·사람 중심 교회로 신자들과 더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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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0월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에서 화곡본동·화곡6동·신월1동본당을 1개 성전에서 사목하는 공동사목 출범미사가 정진석 대주교 주례로 봉헌되고 있다.가톨릭평화신문 DB


▲ 복음화2020운동.


정 대주교는 무슨 일을 하든지 가장 중요한 기준은 첫째도 선교, 둘째도 셋째도 선교였다. 자신이 하는 일이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 신념은 사목 생활을 통한 체험의 열매이기도 했다. 정 대주교는 교구장 취임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대교구의 인구대비 신자 수(복음화율) 20를 달성하자는 ‘복음화 2020 운동’을 제안했다. ‘복음화 2020’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어떤 이들은 인구의 20가 천주교 신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정 대주교도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어쩌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인 목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래의 목표를 세움으로써 현재의 삶을 더욱 성실히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서울대교구 일부 본당은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이 20에 육박했기에 마냥 실현 불가능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꿈을 갖고 그 꿈을 향해 노력하면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는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정 대주교는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된 후 2020년까지 신자 비율 20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매일 드렸다. 정 대주교는 ‘복음화 2020 운동’으로 그동안 지속해 온 소공동체 운동에 매진함으로써 교회 본연의 사명인 복음 선포에 더욱 충실하고자 했다. 그는 ‘복음화 2020 운동’을 통해 외적으로 신자 숫자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내적인 충실도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 대주교는 서울대교구장 취임 초기부터 사제들의 보좌신부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정체돼 자칫 젊은 사제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고심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한 방법이 공동사목이었다. 서울대교구는 2005년 11월 10일 사제평의회를 열고 공동사목 정착에 좀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교구 사제평의회는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사목 본당 확산과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공동사목 희망 사제를 공동사목 본당에 우선적으로 발령하는 등 공동사목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

‘공동사목’이란 한마디로 하나의 성전에서 여러 명의 사제가 함께 사목함으로써 연대책임을 지는 제도였다. 공동사목 제도는 성당 신축의 부담을 줄이고 여러 명의 사제가 함께 신자들을 돌봄으로써 건물 위주가 아닌, 사제와 평신도 간의 인격적 만남이 이뤄지는 ‘사람 중심 교회’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작됐다.

서울대교구는 2005년 10월 기존 화곡동ㆍ오금동ㆍ장안동본당 등 3개 본당을 모태로 공동사목 본당 8곳을 신설했다. 보통 서울에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관할 신자 수가 기존 성당에서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면 인근 지역에 성당을 신설해 신자들을 분할하고 사제를 따로 두는 사목을 해왔다. 그러나 성당을 신축할 경우 신축 봉헌금 등이 신자들에게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동사목제는 성당 신축 없이 공동체의 소규모화가 이뤄져 사제와 신자 간의 만남이 쉬워지고 교회와 지역 간의 유대가 긴밀하게 되어 교회의 공동체성을 최대한 발휘하자는 데 목적이 있었다.

정 대주교는 공동사목에 이어 교구의 거대한 몸집을 줄이고 신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보좌주교들이 각 지역을 맡아 교구장 대리로 활동하도록 했다. 이미 서울대교구는 2002년부터 ‘교구장 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 제도는 교구장이 선임한 교구장 대리가 교구장을 보좌해 교구의 특정 부분이나 특정 종류의 업무를 맡는 것이다.

그동안 염수정ㆍ김운회 주교, 김병도 몬시뇰 등이 ‘직능 담당 교구장 대리’로 서울대교구 관할 지역을 3개 지역으로 나눠 맡았다. 이들은 각 직능에서 활동하며 능률적인 선교 활동과 신자들의 신앙생활 활성화를 도왔다. 그런데 이번에 정 대주교가 교구장 대리 주교의 소임을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로 조정함에 따라 염수정ㆍ김운회ㆍ조규만 주교는 각 지역청(地域廳)에서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로 신자들에게 한층 더 다가가 사목하게 됐다.

사람 중심 교회, 신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교회를 표방한 이번 조치를 통해 서울대교구는 하나의 교구로 존재하지만 지역을 3개로 나눠 지역 담당 주교가 각각 책임을 맡게 됐다. 각 지역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중앙의 교구청과 연계해 사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주교가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를 맡을 때 가장 큰 이점은 신자들이 주교를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비대해진 교구청의 직제를 개편하고 각 지역청에도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중앙 교구의 몸집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서울대교구가 3개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에 3명의 보좌 주교를 임명한 것은 교회가 신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내린 특단의 조처로 교구 사목에 새로운 장을 여는 일대 사건이었다.

지역 담당 교구장 대리제는 공동사목처럼 작은 교회를 지향했다. 구체적 사목 활동의 현장인 지구와 본당이 사목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비했다. 이 제도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구와 본당 사목에 활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될 수 있었다. 정 대주교에게 이 모든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실험이었기에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실행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 제도 시행을 계기로 서울대교구에 새로운 복음화의 기운이 살아나기를 바랐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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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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