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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순교자들] (25·26) 이석태(베드로)ㆍ김 모니카 부부

순교의 길 걸었으나 휴전선에 시복 진행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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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중 평양교구 순교자는 모두 24위다. 시복 건 제목이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로 정해졌을 정도로 평양교구 순교자들은 그 비중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평양교구 순교자 가운데서도 안타깝게 시복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한 순교자들이 4위나 된다. 이유가 해당 순교자의 생애와 덕행, 순교 사실에 대한 ‘자료 미비’여서 더욱 안타깝다. 그렇다고 시복 추진 대상자 선정위원회를 탓할 수도 없다. 해방 이후 북한은 미수복 지역이어서 시복법정이 개정됐음에도 현장 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두 평신도로 신의주본당 이석태(베드로) 회장ㆍ김 모니카 부녀회장 부부, 영유본당 김윤하(시몬) 회장, 평양 대신리본당 이재순(요한) 동평학교 교사 등이다. 연중 기획으로 시작한 ‘평양의 순교자들’ 마지막 회로 이들의 삶과 순교 행적을 조명한다.


▲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대성당의 모델이 된 신의주(진사동)성당 전경. 이 성당은 이석태(베드로)회장과 김 모니카 부녀회장 부부의 사도직 활동 공간이었다.



부부가 신의주본당 회장·부녀회장 맡아 열심
 

이석태 회장은 1896년 2월 18일 평안북도 의주군에서 9남매 중 4남으로 태어났다. 말수가 적고 성품이 착했다고 전해진다. 부인 김 모니카의 출생연도나 출생지 등 인적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잘했던 이 회장은 신의주본당 회장으로 활동했다. 이 회장은 특히 본당 신부가 결정해 지시한 사항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무릅쓰고 다 해냈다고 한다. 신의주(1939∼1942년 ‘진사동’으로 본당명 개칭)본당은 신의주경찰서 바로 옆에 붙어 있다시피 했기에 일제강점기에는 일경의 감시와 탄압을 받아야 했지만, 이 회장과 김 모니카 부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충실히 성당 일을 수행했다. 부인 김 모니카씨는 성당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회장을 충실히 내조했다고 한다.

 

남편은 모진 고문, 아내는 폭격에 목숨 잃어
 

신의주본당은 해방 이후 크나큰 수난을 겪어야 했다. 1946년 11월 23일 발생한 신의주학생의거로 본당 청년회원 중 백상곤(안토니오) 회장의 둘째 아들 백유각(시몬)이 검거 투옥돼 시베리아로 유형되고, 그의 아버지 또한 가산을 모두 몰수당하면서 공산당의 탄압이 신의주본당에 집중됐다. 1949년 5월 14일 평양대목구장 홍용호 주교가 공산당에 피랍되면서 신의주본당은 본당 신부와 신자들 간의 자유로운 접촉은 물론 집회마저 금지됐다. 겨우 주일 미사 봉헌만 허용될 정도였다. 그나마도 곧바로 성당과 사제관, 기타 부속건물이 몰수당하자 홍건항 신부는 이 회장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고, 신자들은 이 회장 집에서 주일 미사를 봉헌해야 했다. 이어 그해 12월 10일 홍 신부가 정치보위부원들에게 연행되자 신자들은 이 회장 집에 모여 목자를 빼앗긴 슬픔을 안고 피랍된 성직자들의 안전과 북녘땅에서도 하느님을 마음껏 찬양하는 그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도했다. 그런데 1950년 4월께 이 회장이 신의주보안서(경찰서)에 잡혀갔다. 일제강점기에 추방된 미국 메리놀외방선교회 선교사 로이 페티프렌 신부의 의류와 성물이 화근이 됐다. 지하실에 보관해 뒀던 페티프렌 신부의 짐을 마당에 꺼내 놓고 말리던 중 외부인들의 눈에 띄어 고발당했다. 이 회장은 그 짐 중에 있던 무전기를 어디에 감춰 뒀느냐는 심문과 함께 갖은 고문을 당하며 옥고를 치르다가 풀려나온 뒤 사흘 만에 타계했다. 부인 김 모니카 부녀회장도 이후 성당 신자들과 함께 지하실에서 기도하던 중 11월 8일 연합군의 폭격으로 폭사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후일 월남한 이들 부부의 자녀인 이영순(베로니카)씨와 이성필(비토)씨의 증언에 따른 것이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자료=평양교구 사무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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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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