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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랑합시다”

제1차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11월 19일) 담화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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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차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 로고



연중 제33주일인 11월 19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제1차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이다. 교황이 왜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을 선포했는지, 이 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교황이 발표한 담화를 통해 짚어본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인이 주님께서 베푸시는 조건 없는 사랑에 응답할 때 주님과 이웃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2014년 8월 18일 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러 입당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가톨릭평화신문 DB



“가난한 이들은 문젯거리가 아닙니다. 그들은 복음의 본질을 우리 삶에서 받아들이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때 필요한 자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 기념일인 지난 6월 13일 발표한 제1차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 담화는 이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교황은 ‘말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랑합시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한국 천주교회가 평신도 주일로 지내는 연중 제33주일인 11월 19일을 ‘제1차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로 선포했다.



사랑에는 변명 있을 수 없어

교황은 담화 발표에 앞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마무리하는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발표한 교황 교서 「자비와 비참(Misericordia et Misera)」에서 이미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자발적으로 가난의 삶을 살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를 교황명으로 채택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온 교황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주일을 제정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보다.

총 9개 단락으로 이뤄진 담화는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8)라는 요한복음 구절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교황은 사랑에는 변명이 있을 수 없고, 예수님처럼 우리가 이웃을 사랑할 때 예수님을 본받아야 하며, 가난한 이웃을 사랑할 때에 특히 그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을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까지 내놓으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이 주님께서 베푸시는 조건 없는 사랑에 응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은총을, 자비로운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의지와 감정을 모두 바쳐 주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고 교황은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자비는 우리의 삶을 형성하고 열정을 불러일으켜 도움이 필요한 형제자매를 위해 봉사하게 한다고 교황은 말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봉사해야

교황은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사도 2,45)는 성경 말씀을 예로 들며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중요시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그러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봉사하라고 요청한다. “나의 형제 여러분,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믿음이 그 사람을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5-6; 14-17 참조)

교황은 이어 다양한 방법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꼽는다. 교황은 성인이 나병 환자를 만나 그에게 자선을 베푼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와 함께 지낸 것을 언급하면서 이 만남이 성인에게 회심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프란치스코가 예수님께 시선을 계속 맞추고 있었기에 가난한 이들 안에서 예수님을 보고 섬길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역사를 바꾸고 진정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듣고 그들을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가난한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삶에서 복음적 가난의 의미를 잃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자선 행위가 우리를 사람들의 필요에 민감하게 한다고 했다. 아픔의 원인인 부당함을 알게 해 가난한 이들과 진정으로 마주하고 나눔이 삶의 방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삶은 우리가 주님의 몸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지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기쁨과 영혼의 평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교황은 우리가 진실로 주님과 만나기를 원한다면 성세성사 중에 성체를 모시는 것처럼 가난한 이들의 고통 받는 몸에서 주님의 몸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부의 축적이 가난의 원인


또 소수 특권층의 철면피한 부의 축적이 가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교황은 가난이 야비한 이익에 착취당하고 권력과 돈의 음모에 짓눌린 형제자매와 어린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모든 형태의 빈곤에 삶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비전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비의 희년을 끝내며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을 제안한 배경에 대해 교황은 교회와 모든 곳의 선한 사람들을 초대해 도움과 연대를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세계 가난한 이들의 날이 버리고 낭비하는 문화에 맞서 만남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날이 되길 희망했다.

구체적인 계획의 중심에는 ‘기도’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 교황은 ‘주님의 기도’가 가난한 자의 기도임을 잊지 말라면서, 이 기도를 통해 우리 모두 상호 수용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모든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은 주교와 사제 등 모든 성직자, 모든 수도자와 단체, 협회, 봉사자들이 함께 이날을 전통으로 만들어 세상 복음화에 구체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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