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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복음살이] 인공지능과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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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이른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이 화두가 됐다. 사람이 가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려 따라 다니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대에 유행했던 액션 영화를 보여줘!”라고 말하면 대형 화면에 영화 제목이 떠오르고 “왼쪽에서 세 번째 보여줘!”라고 하면 해당 영화가 시작되는 편리한 기기를 말하는 것만도 아니다.

AI는 세계 최고수준의 바둑기사를 가뿐하게 이긴 ‘알파고’ 등장 이후, 인간의 능력과 존재 의미 자체를 위협할지도 모르는 초인적 기계를 지칭한다. 심지어 이제는 인간을 능가해 인간의 숭배를 받는 신의 자격까지도 부여받을지 모르는 또 다른 존재를 의미한다. ■ 또 다른 인류, 인공지능 혹은 로봇

인공지능 로봇은 이제 시민권을 부여받거나 인간을 능가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 로봇 소피아에게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부여했다. 소피아는 홍콩의 로봇 관련 기업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간의 62가지 감정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내고 실시간으로 인간과 대화를 나눈다고 알려졌다. 소피아는 올해 1월 한국을 방문해 한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시부야 미라이라는 이름을 가진 7살 소년이 공식적으로 일본 영토 안에 거주할 수 있는 영주권을 받았다. 사진 찍기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라는 미라이는 인공지능 소년이다.

단순한 에피소드와 호기심의 대상에 그칠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에 인격이 부여되고 시민권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에 하나의 인격을 부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인공지능에 신의 자리를 부여하기도 했다. 구글 출신의 컴퓨터 엔지니어 앤서니 레반도브스키는 지난해 11월 ‘미래의 길’(Way of the Future)이라는 교회를 설립했다. 이 교회의 성직자이자 최고 경영자를 자처하는 레반도브스키는 “이 교회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탄생한 인공지능을 신으로 받아들여 숭배한다”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에 비해 수십억 배 더 현명한 존재라면 신이라고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인공지능, 재앙 또는 축복

어떤 논란이 이어지든 간에 인공지능의 발달이 미래 인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 석학들 간에도 인공지능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 의견이 모두 존재한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에 대한 지극히 회의적인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초 인공지능의 발달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 대재앙을 빚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의 막강한 영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로 인한 사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제3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확산으로 기존의 직업들 대부분이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예견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인공지능의 무한 개발이 궁극적으로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 상당한 정도의 규제가 필요한데, 특히 각종 무기 개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인공지능은 인류 사회를 이롭게 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인공지능의 개발을 반대하거나 종말론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로봇이 내리는 축복

종교계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을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 6월, 종교개혁의 성지이자 마르틴 루터의 고향인 독일 비텐베르크에서는 한 여성이 은행 ATM 기계를 개조해 만든 로봇으로부터 축복을 받았다. 터치스크린이 있는 가슴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두 팔, 머리 등으로 만들어진 ‘BlessU-2’(블레스유투)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사람들에게 짤막한 성경 구절을 읊어주고 축복을 전했다.

엔지니어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알렉산더 비데킨드 클라인이 종교개혁 500주년 전시회에 맞춰 개발한 로봇이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당대에는 신기술이었던 인쇄술의 혁명을 바탕으로 유럽 전역에 종교개혁을 일으킨 것처럼, 기술의 진보가 미래 교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로봇이 성직자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전시회 주최 측은 다만 “축복은 무엇인지? 누가 축복을 할 수 있는지? 혹은 하느님은 로봇을 통해서 축복을 내려줄 수 있는지? 등의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인공지능의 승리로 이어진 2016년 일단의 개신교 신학자들이 과학자들과 만나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을 주제로 논의했다.

한신대 신학연구소가 마련한 이 토론회에서 인지과학자 이경민 서울대 교수는 알파고가 한국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을 “인류에 대한 위협이나 도전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인공지능 발달은 우려할 만하지만 결국 실천적 결정들은 인간의 몫이라는 취지에서다.

논평에 나선 전철 한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기술적 지능’에 국한된 인공지능의 능력을 인간의 ‘종합적, 수행적 지능’과 비교하면서 “기술과 자본, 과학문명과 윤리, 과학과 종교에 대한 더욱더 진일보된 신학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립 과학원(Pontifical Academy of Sciences)은 같은 해 12월 1일, ‘인공지능의 힘과 한계’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열었다. 이 학술회의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과학적 성과를 검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인류 사회와 인간 존엄성의 수호를 위한 노력과 연결시키기 위해 마련한 장이다.

학술회의에서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벨기에 나뮈르 대학교 도미니크 램버트 교수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리적, 인류학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램버트 교수는 “도덕적 결정 등 결코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는 과업들이 존재한다”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존재의 고유한 위상을 지키고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종교는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서 본격적인 고민을 이제 막 시작하고 있다. 신학은 인공지능이 인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와 함께,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존재의 가치와 존엄성, 고유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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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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