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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25) 의정부교구 마재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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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으로 지어진 도마 성당과 약종 동산 성모자상.


▲ 성가정 동산에 설치된 복자 정약종 가족 모자이크.

▲ 마재성지 한옥성당 제대에는 정약종 성가정의 다섯 순교자를 상징하는 형구가 장식돼 있다.






5월의 자연은 싱그럽다. 계절의 여왕답게 산과 들에는 짙고 옅은 녹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화려한 꽃들은 맵시를 자랑한다. 어딜 가도 생명의 풍성함이 차고 넘친다. 이 아름다운 5월에 꼭 다녀올 곳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자리한 마재성지다.


정약용·약전·약종 형제가 복음 받아들인 곳


이곳 옛이름은 능내리 마현(또는 마재)이다. 이 지역에 서원부원군 한확의 묘가 있어 능내(陵內)라 했고, 말을 타고 광주 분원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어서 마현(馬峴) 또는 마재(馬峙)라 불렀다. 풀이하면 ‘능 안에 있는 말티고개 마을’이다.

이곳은 남양주 10경에 꼽힐 만큼 수려하다. 무엇보다 수채화 같은 숲길과 들길, 물길이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가 된 물길은 몽환적이다. 새벽이면 물안개를 피우고 온종일 소내섬을 감싸고 유유히 흐르는 맑은 물은 마음마저 씻어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 한강 물길을 ‘열수’(洌水)라 했다. 물길 옆 들길엔 꽃향기가 배어 있다. 들꽃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로 흥을 즐기다 보면 자신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자연에 취해 있다. 병풍처럼 둘러싼 마을 뒤편의 산속 숲길은 아늑하다.

수려한 자연은 하느님께 몰두하게 한다.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자비를 묵상하게 하고, 자연 안에서 누리는 거룩한 기쁨에 감사하고, 영혼의 평화를 즐기게 한다. 마재가 바로 그러한 땅이다. 삶을 채워주는 하느님만을 오로지 찾게 하는 피안(彼岸)의 땅이다.

18세기 중반 이 피안의 땅 마재에 살던 나주 정씨 집안의 약전ㆍ약종(아우구스티노)ㆍ약용(요한 세례자) 형제가 한역서학서(漢譯西學書, 한문으로 번역된 교리서)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익히고 복음을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이들 형제 가운데 정약종의 가족 모두는 조선 왕조 치하에서 순교해 복자와 성인품에 올랐다. 그들이 바로 복자 정약종과 정철상, 성 유조이(체칠리아)와 정하상(바오로), 정정혜(엘리사벳)이다.


단아하고 소박한 멋 지닌 성가정 동산과 성당


마재성지는 복음을 받아들인 정씨 형제들과 믿음과 순교로 성가정을 일군 정약종 가족을 현양하기 위해 지난 2006년에 조성됐다. ‘도마 성전’이라는 한글 현판이 걸린 한옥 성당과 약종 동산, 성가정 동산으로 꾸며져 있다.

성가정 동산은 서울 당고개성지와 흡사하다. 둘 다 심순화(가타리나) 화가의 작품이다.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이 성모님의 품을 느껴 위로와 치유를 받고, 성가정의 따뜻함을 담아가도록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흙담에 기와를 얹고 담 아래에 들꽃을 심어 정원을 만들었다. 한복 입은 성모상과 성모님을 가운데 모신 정약종 성가정 모자이크화가 이곳 성지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일깨워 준다.

한옥성당은 단아하다. 열린 문으로 숲길 산바람과 물길 강바람, 들길 꽃향기가 어우러져 함께 하느님을 찬미한다. 나무 제대에는 정약종 성가정의 다섯 순교자를 상징하는 형구가 장식돼 있다. 제단 벽에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상이 있고, 제대 옆에는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의 성화가 자리하고 있다.

숲길이 나 있는 야트막한 약종 동산에는 주님의 수난과 성가정의 순교에 일치하는 십자가의 길이 꾸며져 있다. 순례자들은 이 십자가의 길 14처를 걸으면서 처마다 가정을 위해 기도를 바친다.

마재성지는 물과 물,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하느님이 하나로 합쳐져 ‘구원’의 큰 강을 이루는 거룩한 부르심의 땅이다. 이곳에 머무는 이는 신앙 안에서 한 가족으로 성가정을 이룬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희로애락의 매듭을 풀어 화합을 이루는 어머니 품이다.






찾아가는 길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698-44

전화번호 : 031-576-5412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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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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