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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9) 자살예방(상) -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 자살 예방 캠페인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이들 향한 구원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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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탁자에 가족사랑 액자를 펼쳐놓고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인천교구 송현동본당 신자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제공

▲ 2013년 8월, 가톨릭스카우트 단원들을 대상으로 ‘아빠, 힘내세요’라는 이름의 생명존중 가족사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 구제금융에 들어가면서 국내 자살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그해 연간 5856명, 하루 평균 16명이었던 자살 사망자는 1998년 연간 8622명, 하루 평균 23.6명으로 47.23 급증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도 13.1명에서 18.4명으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외환위기를 겪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확연히 늘었다.

상황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했다. 2008년 자살자는 1만 2858명, 하루꼴로 35.2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6명이나 됐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자살 문제에 대한 응답으로 본부 자체 예산과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지원을 받아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했다. 2010년 3월의 일이다. 오늘까지 한국 천주교회 유일의 자살예방센터로 사도직 활동을 하는 ‘한마음한몸 자살예방센터’다.

▲ 2014년 9월 서울대교구 노원본당 신자들이 ‘아빠, 힘내세요’라는 제목으로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3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한마음한몸축제 한몸 존에서 한 가족이 생명 콘텐츠인 ‘느리게 가는 편지’ 이벤트에 참가, 내년 1월에 받아볼 편지를 쓰고 있다. 오세택 기자8



지난 5월 26일 수원교구청에서 열린 2018 생명사랑축제에 ‘이색’ 부스(booth)가 등장했다. 수원교구 분당 야탑동 성 마르코본당의 예비신학생 동아리 ‘한별’의 자살 예방 캠페인 부스였다.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를 주제로 마련된 부스에 들른 청소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축제에 앞서 3개월간, 7명의 예비 신학생들이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교재를 통해 ‘자살’을 공부하고, 야탑역 근처에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주제로 피켓을 만들어 거리 캠페인도 벌이며 자살 예방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여준 게 주효했다.

천인준(베드로, 42) 지도교사는 “자살예방은 다소 무겁고 금기시되고 떠올리기가 꺼려지는 주제여서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차근차근 자살 예방 교육과 함께 동영상도 보며 준비하다 보니 중 1∼2학년 학생들인데도 생각보다 자살 예방 문제를 잘 이해하고 책임감 있게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까지 자살 예방 캠페인에 나서게 것은 우리나라가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떨치지 못하는 데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6년 한 해 1만 3092명,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5.6명이었다. OECD 평균 12.1명의 2.4배나 된다. 자살의 사회 경제적 비용은 연간 6조 5000억 원에 이르고, 유족은 해마다 7만여 명이나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자살자의 유가족들은 일반인 대비 8.3배나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자살자 전수 조사를 벌여 자살예방정책의 근거를 마련했으며, 지난 1월에는 ‘2018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을 수립, ‘국가 자살 통합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자살 예방을 위한 게이트키퍼(Gatekeeper) 100만 명을 양성하며 우울증 검진도 확대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도 ‘생명존중문화 확산’이라는 시각에서 자살 예방에 뛰어들었다. 한마음한몸운동 정신에 따른 생명운동의 하나로, 자살 위기를 겪는 이웃이나 가족의 자살로 힘들어하는 유가족, 자살 문제로 고통받는 이웃의 생명 친구로 활동하고 있다.

우선 교회 내 자살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으려 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만이 아시는 길을 통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에게 유효한 회개의 기회를 주실 수 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2283항)는 교리를 전해주고 자살한 이들과 유가족, 자살 위기자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함께한다. 지난 4월 말 현재, 8년 2개월간에 걸쳐 자살 위기 전화와 면접 상담을 통해 5만 945명과 동반했고, 자살 유가족 모임과 피정을 12회나 열었으며, 자살 예방 교육과 캠페인에 92회에 걸쳐 2만여 명이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특히 생명ㆍ자살 예방 캠페인을 통해 대중이 생명에 관심을 두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방법은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참 소중한 당신’을 주제로 한 지속적 거리ㆍ문화 캠페인이었다.

캠페인은 2011년과 2012년 서울대교구 세검정본당과 광주대교구 효덕동본당에서 시범적으로 새로 개발한 자살 예방 콘텐츠를 적용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확대해 왔다. 지금까지 전국 35개 본당에서 전 신자 대상 캠페인으로 전개해 왔고, 사회복지시설과 본당 주일학교 학생들, 기관 등지에서도 캠페인이 이뤄졌다.

자살 예방 캠페인을 위한 콘텐츠도 개발해 나갔다. 2011년 광주 효덕동본당에서 선보인 ‘아빠 사랑 손편지’는 아버지들을 인터뷰해서 평소 아버지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모아 메시지를 작성하고, 손편지를 통해 마음을 여는 사랑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마음을 전하는 ‘가족 사랑 액자 만들기’, 색칠하기(Colouring)를 통한 예술 치료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만든 ‘마음을 돌보는 컬러링 엽서’, 자신에게, 혹은 주변 친구나 가족에게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는 캘리그라피 스티커(Calligraphy Sticker)’ 등 생명 콘텐츠도 제작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위로하는 책갈피’, 자살 위기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 방법이나 센터를 알려주는 ‘자살 위기 시 도움처 명함형 안내물’, 자신의 마음 상태를 기록해 보는 ‘마음 달력 엽서 세트’ 등을 개발해 교회에 보급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지난 4월 말 자살 유가족 미사 때 봉헌된 ‘생명 기도 나무’다. 자살자와 유가족, 자살 위기자들을 위해 교회가 마음과 기도와 지향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혼자 힘들어할 누군가가 절망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소중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매달고 함께 기도하기 위해 봉헌했는데, 그 취지를 살려 지금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1898광장 내 가톨릭정보문화센터에 상설 전시하며 생명을 위한 기도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자살은 단발적으로 다루고 끝낼 주제가 아니기에, 우리 모두의 문제이자 사회 공동체의 문제이기에 교회 매체를 통해, 또 인터넷 누리집(www.3079.or.kr), 페이스북(www.facebook.com/obos3079) 등을 통해 꾸준히 자살 예방과 관련한 기도를 연재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류정희(에밀리아나) 사회복지사는 “누군가 곁에서 따뜻한 미소 한 번 지어주거나 전화 한 번 걸어주고, 손을 잡아주며 진심으로 함께해 주는 것만으로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관심과 표현, 행동을 통해 다가간다면, 그들은 분명히 죽음의 길로 가지 않고 삶의 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며 작은 관심과 표현, 사랑의 실천을 거듭 강조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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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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