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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4. 하느님의 부르심, 성소 증진으로 가는 길 (상)

목자와 양떼가 섬김의 삶 살 때 성소의 꿈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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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특별한 목적의 도구가 되게 하려고 부름. 특히 성직 또는 수도생활을 하도록 부르는 것을 이른다.’ 국어사전에 나온 ‘성소(聖召)’의 사전적 의미다.

유럽 교회는 물론 전 세계 교회의 많은 사목자가 한국 교회에 대한 소감으로 “매우 역동적인 교회”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지속해서 성장하는 우리나라 교회에 대한 부러운 시선이 담겨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한국 교회를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또 하나는 ‘성소의 풍요로움’이다. 이는 교세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30년 전 1452명(1987년 말 기준)이던 한국 교회의 사제 수는 1997년 2679명으로 증가하고, 2007년에는 4148명으로 늘어났다. 다시 10년 뒤인 2017년 말에는 5360명으로 늘었다. 10년 주기로 1000명 이상의 젊은이가 예수님께서 보여주시는 사랑과 희생의 길, 희망의 길을 걷게 됐다는 방증이다. 수도자 수도 지난 30년간 5154명(1987년)에서 1만 1736명(2017년)으로 증가했다.

▲ 사제와 수도자 현황.



사제 수도자 수로는 한국 교회는 분명 풍요롭다. 2회에 걸쳐 성소를 주제로 지난 30년간 한국 교회의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 또한, 꾸준히 사제를 배출하는 서울대교구 본당 성소후원회를 탐방한다.



한국 교회의 풍요로운 성소 비결

한국 천주교회에는 자랑스럽고 존경할 만한 사제가 많다. 한국의 첫 사제이자 피의 순교자인 성 김대건(안드레아, 1821~1846) 신부를 비롯해 땀의 순교자 최양업(토마스, 1821~1861) 신부, 힘없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 김수환(스테파노, 1922~2009) 추기경, 아프리카 수단에서 사랑의 씨앗을 뿌린 이태석(요한, 1962~2010) 신부…. 이들은 국민의 존경을 받는 사제들이다.

234년이란 짧은 교회 역사에도, 한국 교회에 존경할 만한 사제가 많이 나고 풍요로운 성소를 가진 교회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박해와 순교로 점철된 한국 천주교회 역사도 큰 몫을 차지한다. 박해 시절 신자들은 미사 영성체를 평생의 소원으로 여겼다. 그만큼 사제가 소중한 존재였다. 그래서 신자들은 하늘에서 온 천사처럼 사제를 보호하고 떠받드는 분위기였다.

이는 19세기 후반 종교의 자유가 생겨나고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신자들의 삶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사제를 공경하는 마음과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제는 존경받고 대접받는 존재’로 여겨지게 됐다. 하지만 이는 성소 계발에 어느 정도 이바지하긴 했지만, 성소의 위기를 불어온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사목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성소가 풍요로울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교회의 성장과 함께 1970~1980년대 사제들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1972년 12월 24일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은 성탄 자정 미사 때 TV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비판했다. 1980년대에는 광주 5ㆍ18 민주화운동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신군부에 맞섰고,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사제들이 우리 사회의 정의와 평화, 인권 수호와 민주화에 적극적이었다. 덕분에 교회의 양적 성장과 함께 성소자도 늘게 됐다.

▲ 2018년 서울대교구 사제 서품식에서 수품자들이 바닥에 엎드려 성인호칭기도를 바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현시대가 바라는 사제상은?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사제와 수도자가 전보다 많아졌음에도 교회와 사회의 모습은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교회가 대형화하고 물질적인 가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종교에 대한 갈망은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 박해 시절 신앙의 못자리이자 성소의 못자리였던 교우촌이 사라지면서 요즘은 신자 가정에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아울러 무엇보다 사제들이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크다.

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조재형 신부는 “사제는 물질보다는 가난을 살아야 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는 일찍 죽는 것까지도 감수해야만 한다”면서 “섬김을 받기보다는 섬기는 사제, 꽃이 되기보다는 썩어서 묻히는 밀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교회사연구소장을 지낸 김진소(전주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사제는 ‘봉사하는 사람’이다. 신자들이 사제를 공경하고 대접하는 것은 예수님의 삶처럼 신자들을 사랑하고 섬기고 베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대접받는 사제의 길이 탐나서 사제가 된 이가 있다면 앞으로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는 그러한 사제 때문에 어두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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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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