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관심과 애정 어린 조언이 생명을 살린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몸] (11) 자살예방(하) - 자살예방사도직 ‘상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지난 2010년 6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설립 22주년을 맞아 서울 명동에서 진행된 명동 거리 자살예방 캠페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상담실에서 막 나온 백효진(엘리사벳, 63, 서울 신정동본당) 상담 봉사자는 좀 힘들어했다.

2005년부터 5년간 ‘나눔의 전화’를 통해, 2010년 3월부터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상담 봉사자로 13년간 활동했지만, “죽고 싶다”거나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한다. 이말 만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오늘도 청소년을 포함해 3명에게 전화상담을 해주느라 진이 빠졌다.

“자살 위기에 처한 이들에겐 작은 관심, 애정 어린 조언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상처받고 자살 위기에 놓인 분들, 실타래처럼 꼬인 고민에 싸여 위기에 처한 분들에게 전화상담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행동을 바꾸고 변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려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내담자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야 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고요. 그렇지만 제 한마디가 자살 위기에 놓인 분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상담 봉사의 발길을 멈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철을 타고 봉사하러 올 때마다 그는 자기 생각이나 말을 하지 않고 내담자의 말을 듣는 은총 주시길, 하느님께서 내담자에게 도움 주시길 청하는 화살기도를 잊지 않는다.



자살 위기자들과 상담 통해 동반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 사도직이 시작된 건 2010년 3월 설립 당시부터다. 서울대교구 가톨릭회관에 2곳의 부스와 상담실을 마련해 시작했다. 33년간 이어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나눔의 전화’ 봉사자들도 상당수 참여했고,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이들도 점차 봉사자로 활동하게 됐다. 현재 4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봉사자 40여 명이 자살 예방의 든든한 허리가 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에서 이뤄지는 전화상담 건수는 매달 200건 정도다. 하루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30분, 혹은 2시간씩 세 번으로 나눠 3명의 봉사자가 돌아가며 두 부스에서 상담한다. 혼자 고민할 땐 그 어려움에 압도돼 해결책을 찾기 힘들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의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기에 봉사자들도 될 수 있으면 상담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연민 안에서 위로받고 생명을 선택할 용기를 내도록 이끈다. 이를 위해 봉사자 모집 때부터 자살 위기 전화상담 교육을 철저히 하고, 정기적으로 사례 중심 봉사자 보수 교육을 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전담 상담심리사를 두고 보통 1주당 8건에서 12건 정도의 면접상담을 통해 상담 안에서 같이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보고 공감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면접상담은 주로 자살 위기도가 다소 낮아졌을 때, 내담자가 자신의 성격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많을 때에 주로 이뤄지고 있다.



서로에게 희망의 빛 돼 줄 수 있어야

자살은 자살자의 비극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유가족들에게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는 1명이 자살하면, 영향을 받는 주변 사람 5∼명이 자살 위험에 노출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래서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는 자살자와의 사별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의 후속 자살을 예방하고 정서적 지지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자살 유가족 모임을 시작했다. 자살자 유가족 모임은 상ㆍ하반기로 나눠 반기별로 8차례씩 1년에 총 16번의 모임을 열고 있다. 반기별로 10명 안팎을 모집해 모임을 한 뒤 맨 마지막엔 미사로 모임을 마무리한다.

2015년 9월에는 서울의 한 수도원에서 20여 명의 자살자 유족이 함께한 가운데 처음으로 ‘해바라기 슬픔 돌봄’ 자살 유가족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후 해마다 마련되는 ‘해바라기 슬픔 돌봄 피정’은 유족들이 서로 자살에 따른 사별의 아픔을 나누고 풀어내며, 성찰과 성사를 통해 예수님 사랑을 체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되고 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장 손애경(마리잔느,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수녀는 “자살 유가족들은 특히 교회가 자신들의 아픔에 대해 교회 안에 공간을 만들어 준 데 대해 만족도가 높았다”며 “교회 안에서 가족을 자살로 잃은 분들의 슬픔 수용과 함께 애도를 돕고 예수님의 자비와 연민 안에서 치유되도록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피정이나 서비스, 프로그램이 상시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sebastiano@cpbc.co.kr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 이인희 상담심리사

“상담의 열쇠는 내담자의 어려움을 같이 느껴주고 소망하는 부분을 발견하도록 해주고 함께 견뎌주는 데 있습니다.”

한마음한몸자살예방센터에서 면접상담을 맡은 이인희(막시마, 37, 의정부교구 행신2동본당) 상담심리사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된다”고 말문을 뗐다.

이 상담심리사는 “자살의 주원인은 그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이라며 “심지어는 가족이나 친구에게조차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누군가 자신의 어려움을 언제든 들어줄 수 있는 연결의 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살 위기자들에게는 힘이 된다”며 “개소 때부터 오랫동안 만나온 면접상담 내담자 역시 주변에 그분을 지지해주는 분이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 됐는데, 제가 그 끈이 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상담심리사는 “면접상담에서 만나는 대상 중 젊은 층은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심리적 어려움을 겪을 때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노년층은 심리적 어려움은 혼자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자살자 유가족 사도직의 어려움을 전한 이 상담심리사는 “일반 사별은 어디 가서 얘기라도, 표현이라도 할 수 있지만, 자살자 유가족들의 경우 사랑하는 자녀나 가족을 자살로 잃었다는 걸 친인척한테조차도 숨기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자살자 유가족들에게 교회의 사목적 배려가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오세택 기자

상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위기상담센터 1577-0199(24시간 운영)

전화상담 1599-3079(월∼금, 오전 10시∼오후 5시)

면접상담 02-318-3079(월∼금, 오전 10시∼오후 4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7-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4

시편 13장 6절
저는 주님 자애에 의지하며, 제 마음 주님의 구원으로 기뻐 뛰리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