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노인만을 위한 사목에 노인은 외롭다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7. 피할 수 없는 고령화, 교회 해법은 (상)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교회는 더 빠르게 늙고 있다. 사진은 수원교구 노인대학 예술제에 참가하고 있는 노인대학 학생들. 가톨릭평화신문 DB

▲ 저출산 관련 공익광고. 출처=공익광고협의회

▲ 1995년부터 2017년까지 19세 이하와 60세 이상 신자 변화 추이. 그래픽=문채현



서울 영등포구의 ㄷ성당 중고등부 주일미사 시간. 대성전에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고, 유아방에는 관절이 불편한 어르신 신자 1~2명이 다리를 주무르며 아이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의 ㅂ성당 주일미사 시간. 대성전에는 중장년층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신자들로 가득 찼다. 유아방에는 5~6명의 어르신 신자들이 누워 있거나 앉아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유아는 단 한 명뿐이다.

13년 전, 공익광고협의회가 만든 저출산 관련 공익광고는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지하철의 풍경을 찍은 광고였는데 경로석과 일반석이 바뀌어 3명이 앉을 수 있는 경로석에는 아이들이, 일반석에는 어르신들이 앉아 있는 사진이다.



늙어가는 사회, 더 빠르게 늙는 교회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교회는 더 빠르게 늙고 있다.

한국은 2017년부터 노인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천주교회 통계를 보면 2017년 말 현재 60세 이상 노인 신자는 154만여 명으로, 전체 신자(581만여 명)의 26.5에 이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 통계’(2015년 기준, 65세 이상)에서 고령자 인구는 656만여 명으로 13.2를 차지한다. 같은 해 60세 이상 교회 어르신 신자 비율은 24.2다.

미국 인구통계국의 ‘고령화 세계 2015년’ 보고서는 2050년 한국의 노인 인구 비율이 35.9로 일본(40.1)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른다고 내다봤다. 30년 후 우리나라 노인 인구가 전체 10명 중 4명이 되는 셈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 교회도 그 그늘을 벗어나기 어렵다. 사회의 고령화로 한국 교회도 덩달아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교회의 고령화는 단순히 고령화뿐만 아니라 유입되지 않는 청소년 ㆍ청년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이계영(테오파노, 성가소비녀회) 수녀는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23회 한일 주교 교류 모임에서 ‘양극화, 고령화가 가속화 되어가는 한국, 그리고 교회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며 인구 절벽 현상을 언급했다. 이 수녀는 “교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평신도 리더십이 약화되고 저출산 영향이 더해져 결국, 인구 절벽 현상은 교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교회의 노인사목

2016년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가 개최한 가톨릭 노인사목 심포지엄에 따르면, 노인사목부를 따로 두고 있는 교구는 서울ㆍ인천ㆍ대전ㆍ의정부 등 모두 4곳이다. 노인 신자 비율(2016년 현재)은 서울이 16.5, 대전이 15, 의정부가 14.72, 인천교구가 14.42다. 타교구는 가정사목 혹은 선교사목국 산하에 노인분과, 노인대학연합회 등을 두고 있다.

본당 노인사목 프로그램은 노인대학 중심으로 가장 많이 이뤄진다.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인사목 프로그램으로는 △노인대학(72) △효도 잔치(61.5) △성경공부(55.5) 순으로 나타났다.

가톨릭 노인사목 심포지엄에서 ‘교회의 사목적인 해결 방안 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정찬남(한국여성생활연구원) 원장과 조해경(경기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노인의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의 필요성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 대한 사목적 배려 △프로그램의 질적ㆍ양적 전문화 및 다양화 등을 노인사목의 과제로 꼽았다.



노인 ‘중심’ 사목에서 노인 ‘융화’ 사목으로

“노인의 생활은 인간 가치의 폭을 명백히 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세대들의 연속성을 보여주며 하느님 백성의 독립성을 드러냅니다. 노인들은 흔히 세대 격차를 메우는 특은을 가집니다.”(「가정 공동체」 27항)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노인사목이 노인 중심의 사목이었다면 이제는 노인 융화 사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노인사목에서 ‘노인’을 따로 떼어 생각한다면 오히려 단절과 고립을 일으킬 수 있다.

“고령화 사회라고 해서 고령자들을 따로 떼어 놓으려고 하면 소외감만 느끼게 됩니다. ‘노인’, ‘고령화’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단편적인 접근입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사목적으로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교회는 고민해야 합니다.”(유승록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 대표담당 유승록 신부는 “할아버지ㆍ할머니들이 손자ㆍ손녀들에게 신앙의 전달자로서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대 간격을 메우는 등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1955년부터 1965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1세대가 2020년부터 65세를 넘기기 시작한다. 교회 안의 베이비붐 1세대는 현재 본당과 각 단체에서 구역장, 반장이나 단체장을 맡고 있는 주역이다.

“지금까지 노인사목이 노인대학 중심으로 교육ㆍ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배고파서 가성비를 찾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교육도 많이 받았죠.”(나창식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 차장 나창식(서울가톨릭시니어아카데미 담당) 신부는 “강사에만 의존하기에는 교회도 재정적으로 어렵다”면서 “이제는 함께 베이비붐 세대와 머리를 맞대고 주역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노인사목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 공동체는 노인들이 가정과 교회 안에서 스스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신앙의 전달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이끌어야 한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8-0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3. 29

시편 23장 2절
주님은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도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