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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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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천주교의 만남] (상) 복음 전파의 밑거름 된 한글

한글과 천주교의 만남… 대중 선교의 물꼬를 트다

▲ 한글 「성교공과」는 오늘날 '매일미사' 정도에 해당한다. 김윤배씨 제공

▲ 수원교구 윤민구 신부가 1999년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발견해 탁본을 떠온 한글로 된 복자 윤유일(바오로)의 '주님의 기도'.



한국 천주교회는 103위 순교 성인과 124위 순교 복자를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 성장한 교회다. 만약 '한글'이 없었다면 한국 교회의 역사는 지금과는 크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엄격한 유교 사회이자 신분제도가 있던 조선 시대에 천주교가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있었던 비결은 '한글'이다. 배우고 쓰기 쉬운 한글 덕분에 자유롭게 한문을 배우지 못했던 계층까지도 쉬운 우리말로 예수님의 가르침에 젖을 수 있었다는 것이 교회 역사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톨릭평화신문은 한글날 특집 기획 '한글과 천주교의 만남 -신앙의 꽃을 피우다'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한글날인 10월 9일 오전 7시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가 가톨릭평화방송(cpbc) 라디오(수도권 FM 105.3㎒)로도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문화진흥회의 지원으로 제작 됐다.



'한글' 없는 선교, 불가능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한글(「훈민정음(訓民正音)」, 1997년)이 없었다면, 사실 우리나라에는 103위 순교자와 124위 순교자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1984년 성인품에 오른 103위 순교 성인만 보더라도 한자를 마음 놓고 배울 수 있었던 양반과 넉넉한 가문 출신은 많지 않다. 성 김성우(안토니오)ㆍ남이관(세바스티아노)ㆍ남종삼(요한세례자)ㆍ민극가(스테파노)ㆍ박종원(아우구스티노)ㆍ우세영(알렉시오) 등 20여 위 정도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프랑스 선교사 10위를 제외하면 나머지 성인들은 중인 이하의 낮은 신분 출신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한글을 통해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굳센 믿음을 바탕으로 순교할 수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조선 시대 천주교에 먼저 눈을 뜬 이들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인 실학자들이었다. 만천 이승훈(베드로, 1756~1801)ㆍ광암 이벽(요한 세례자, 1754~1785)ㆍ선암 정약종(아우구스티노)ㆍ녹암 권철신(암브로시오, 1736~1801)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한문으로 된 천주교 교리서를 접하고 곧 천주교에 빠져들었다. 한마디로 양반들로부터 한국 천주교회가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순교자 대부분은 중인 이하의 계층민이다.

「전주교구사」 저자인 전 호남교회사연구소장 김진소(전주교구 원로사목자) 신부는 "우리 한국 천주교회 선교의 특징은 '문서 선교의 선구 사례'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직접 선교를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한국 천주교회가 자국민의 노력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글'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신부는 천주교 도입 초기 교회 지도자들이 대중 선교를 위해 한자로 된 교리서와 기도서를 일반 백성들의 언어인 한글로 번역, 보급하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것은 지금까지 발표된 교회 논문에도 수없이 증명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1784년 천주교가 도입된 이후 불과 3년 만인 1787년쯤부터 한글로 된 교회 서적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천주교 도입과 거의 동시에 한자로 된 서적을 번역 보급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김 신부는 전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조한건(서울대교구) 신부도 "1795년 이전에 이미 한글만 읽을 수 있는 사람들, 또는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번역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미 기도문이라든가 십계명, 기본 교리문 등이 조금씩 번역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글은 어떤 문자?

1443년 창제돼 3년 뒤인 세종 28년에 반포된 한글은 전 세계의 문자 가운데 창제한 사람과 날짜를 알 수 있는 유일한 글자다.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문자'로 불린다. 게다가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 수 있는 과학적인 언어다.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서다.

이 책은 세종이 직접 서문을 쓰고 집현전 학자들에게 글자에 대한 설명을 달게 해 완성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우리 국민은 한글의 창제원리를 전혀 모르고 지내왔다. 그동안 한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만큼 적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글을 낮춰 부르는 '언문(諺文)'이란 말이 한글 창제 직후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양반들의 한글 천시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한글 반포 이후 조선의 백성들은 곧바로 한글을 사용했을까. 역사학자들은 단호히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당시는 엄격한 유교 시대였고 사회 주류인 양반들은 일찌감치 어린 시절부터 한문을 배워 익혔기 때문에 굳이 한글을 배울 필요성을 못 느꼈다. 신분 사회였기에 양반과 식자층의 전유물에 가까웠던 한문을 포기하는 것은 자신의 신분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국 귀족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중산층 이하가 사용하는 단어가 아예 다른 것처럼 말이다.

순교의 얼이 서린 교우촌인 공세리 출신 평신도 역사연구가 김윤배(판크라시오, 78)씨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었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왜냐면 농민은 농사를 짓느라 읽을 필요도 없었고, 글을 모른다고 어디 얘기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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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0.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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