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교회의 역할 (하) 이웃종교 환경운동 살펴보기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우리는 이 지구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잠시 빌려왔다.’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 말은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속담으로 알려져 있다. 속담이 유명해진 것은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개최된 ‘종교 지도자들과 정치 지도자들의 환경포럼’에서 저명인사의 발언 속에 수 차례 언급되면서부터다. 마더 데레사부터 달라이 라마, 고르바초프부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까지 수많은 종교·정치계 인사들이 포럼에 참여했다.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는 데 천주교와 개신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불교와 이슬람의 뜻이 다른 것도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여러 종교 또한 생명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각자 또 같이 다양한 환경운동을 펼쳐왔다.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한 교회의 역할’ 두 번째 기획의 주제는 이웃 종교, 원불교와 불교, 개신교가 펼쳐 온 환경운동을 살펴보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신앙에, 조직적으로는 신앙 공동체에 기초하고 있는 이웃 종교들의 환경운동은 우리에게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 원불교 -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 100개의 햇빛교당 건설

원불교가 펼쳐 온 환경운동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성과를 낸 것은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프로젝트다. 탈핵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쏟아 온 원불교환경연대는 2013년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협동조합 방식으로 교당(천주교의 ‘본당’ 개념)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일을 시작했다.

원불교환경연대의 계획은 2016년 원불교 창시 100년을 맞아 100개의 햇빛교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험난했다. 설명회를 열고 큰 교당부터 설득에 나섰지만, 조합 설립 후 1년이 지나도록 어느 교당도 선뜻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뛰어들지 않았다.

결국 원불교환경연대는 전국의 교당을 돌며 일일이 탈핵의 당위성과 태양광발전소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나섰다. 2014년 7월 전북교구 덕진교당에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되며 드디어 첫 햇빛교당이 탄생했다. 점차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햇빛교당의 숫자도 늘어나자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에 관심을 갖는 교당도 자연스레 증가했다.

지난해 원불교는 100개 햇빛교당 만들기에 성공했다. 국내 원불교 교당 수가 500여 개임을 고려할 때 전체 교당 가운데 20의 교당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것이다. 지금도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준비 중인 교당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원불교환경연대 대표 김선명 교무는 “설치를 위해 설득하고 교육하는 과정, 우리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교도(교인)들이 알아가는 배움 그 자체가 값진 시간이었다”고 돌아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도 지난해 서울시와 태양광 발전 확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구 내 성당에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태양광 발전 시설에 관심을 보이는 본당이 많지는 않다. 김 교무는 “시작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리기보다는 본당별로 태양광발전에 대한 교육을 하고 본당의 신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데서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100개 햇빛교당’ 프로젝트를 완수한 원불교환경연대의 새로운 미션은 ‘햇빛으로 평화 세상 만들기’다. 김 교무는 많은 이들이 떠난 경북 성주 소성리에서 여전히 천막으로 만든 임시 교당을 지키고 있다. 핵무기, 사드 그리고 핵발전에서 벗어난 완전한 탈핵 세상, 평화 세상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만물을 존중하며 정의롭게 상생하고자 하는 원불교의 교법 정신은 교당마다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도록 돕는 구체적 노력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사드 반대 현장을 지키는 집념으로 구현되고 있다.


■ 불교 - ‘녹색불교운동’ - 계율 실천 자체가 환경운동

“‘다른 생명을 죽이지 마라’는 ‘불살생’(不殺生) 계율은 불교의 대원칙입니다. 이는 개별 생명체를 죽지 않게 살리자는 뜻도 있지만, 생명이 살게 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유정길 법사는 불교에서 펼쳐 온 ‘녹색불교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신도들이 주축이 된 생활 속 실천 운동들, 환경친화적인 녹색 사찰 만들기 운동, 국립공원 등 자연 생태계 지키기 운동까지 불교환경연대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위해 여러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가장 강조하는 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신앙적 깨달음이다. 유 법사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불교의 영성, 불교의 전통 자체가 환경운동”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깨달음이 불도들의 삶으로 이어지도록 녹색전환을 위한 불교 환경운동의 이론을 개발하는 녹색불교포럼과 일반시민과 불자들을 위한 환경 생태 교육의 장 녹색불교아카데미를 운영한다.

특히 ‘녹색불교란 무엇이며 생태위기 시기 불도들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교육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녹색불교운동은 땅과 자연을 벗으로 삼지 않고, 돌 하나의 의미를 존중하지 않고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부처님이 계실 자리는 없다는 믿음으로 보살의 길을 걷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며 실천임을 강조한다.

종교인들의 환경운동이 사회와 괴리돼서도 안 되지만 무엇보다 함께 공유하는 믿음과 가치 안에서 시작하고 확산할 때 환경보호를 위한 근원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녹색불교운동의 특징이다.


■ 개신교 - ‘녹색교회운동’ - 친환경 교회에 ‘녹색교회’ 명패를

기독교환경운동연대(상임대표 양재성 목사)는 교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에서 창조질서 보전을 실천하는 교회를 ‘녹색교회’로 선정해 시상한다. 녹색교회로 선정되면 녹색교회 증서를 받고, 녹색교회임을 알리는 명패를 달 수 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60여 개의 교회가 녹색교회 명패를 받았다. 녹색교회는 태양광발전소 설치, 친환경 조명 십자가 설치, 교회 내 녹지 조성, 생명 교육과 이웃과 자연을 위한 기도, 꽃꽂이 대신 화분 활용 등으로 새 하늘 새 땅을 위해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친환경 교회를 말한다.

양재성 목사는 녹색교회 운동이 단순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창조질서 보전을 잘 실천하는 교회를 표창하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환경문제에 관심은 두고 있지만 무엇을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교회도 많아요. 녹색교회 운동은 교회 단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운동의 일종의 매뉴얼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일마다 교인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 개신교회 문화에서 주일 식탁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준비하는지에 대한 ‘생명밥상 차리기’ 정보는 유용하다. 일회용품을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해 메뉴는 육류를 지양하고 재료는 가급적 유기농, 우리농, 논지엠오(Non-GMO) 상품을 선택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양 목사는 천주교에도 녹색성당 운동을 제안한다. “일선 본당들이 보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지키기 활동들이 있을 거예요.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면서 이를 잘 지키면 녹색성당으로 지정해 명패도 달아주고, 지속해서 실천을 이어가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녹색성당에 대한 생태교육과 녹색성당끼리의 교류를 활성화하면 더 많은 본당이 녹색성당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8-11-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19

시편 31장 18절
주님, 제가 주님을 불렀으니,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