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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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해외원조주일 특집] 가족과 헤어져 지내는 아이들… “마음의 부모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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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민촌을 찾은 이방인이 낯선지 물끄러미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이. 가난이 아무런 죄 없이 태어난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제27회 해외원조주일 특집] 빈민촌 아이들의 보금자리, 필리핀 산토리뇨센터

“국내에도 가난한 이들이 많은데 왜 먼 나라에 있는 아이들까지 도와야 합니까?”

‘해외 원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 뒤따르는 질문 중 하나다. 하지만 빈곤에 짓눌려 스스로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누군가는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한다. 해외원조주일(27일)을 맞아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해외나눔사랑후원회 회원들과 14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필리핀 세부의 릴로안 빈민촌에 있는 산토리뇨센터를 찾았다.


가난에 희생되는 아이들

필리핀 막탄 세부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산토리뇨센터.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란 뜻을 가진 센터는 빈민촌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필리핀 세부 공동체가 운영하는 어린이 보호소로 30여 명의 아이가 생활하고 있다. 성당과 숙소, 식당 등을 갖춘 센터에 들어서자 붉은 망토를 두른 ‘아기 예수상’이 사람들을 반긴다. 아기 예수는 세부의 수호성인이다. 탐험가 마젤란이 1521년 세부 원주민에게 아기 예수상을 선물한 이후 이곳 신자들의 신앙의 중심이 됐다.

센터에는 부모 잃고 거리를 떠돌던 아이들, 가정이 무너져 임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수사들의 돌봄 속에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김광수 신부와 11명의 해외사랑나눔후원회(후원회장 김충영 바오로) 회원의 방문에 아이들이 저마다 손을 내밀어 축복을 청한다.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의 얼굴이 아기 예수상을 닮았다.

센터의 하루는 아침 6시 미사로 시작된다. 이른 시간이지만 미사에는 아이들은 물론 인근 빈민촌 신자들도 함께한다. 아직은 10살 전후의 나이인지라 미사가 지루한지 졸기도, 몸을 꼬기도, 잡담도 나눈다. 그럴 때면 좀 더 나이 많은 형들이 근엄한 표정으로 동생들에게 주의를 준다. 미사가 끝나면 본격적인 등교 준비로 분주하다. 투닥거리는 아이들과 이것저것 아이들을 챙기는 공동체 수사들의 모습이 일반 가정의 아침 풍경을 보는 듯하다.

센터장 조셉 신부는 “산토리뇨센터가 문을 연 지 올해로 20년째로 빈곤으로 고통을 겪는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이들이 사회로 나갈 때까지 보호하고 지역 내 어려운 아이들 가정에 쌀과 통조림 등을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는 부모 없는 ‘아기 예수’ 들에게 요셉과 마리아가 돼주고 있다.

이곳 빈민촌은 6ㆍ25 전쟁 후 한국의 모습을 닮았다. 2평도 채 되지 않은 판잣집에 대여섯 명 이상의 가족이 생활한다. 신발도 없이 얼굴에 그을음이 묻은 아이들이 회원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회원들이 준비해 온 학용품 등을 나눠주지만 서로 더 받으려 싸우지 않는 모습에서 순박함이 느껴진다.


빈민촌에서는 끼니 잇기도 쉽지 않다. 말린 야자잎을 땔감 삼아 밥을 짓지만 온 가족이 먹기에는 부족하다. 배고픈 시절 한국에서는 물로 주린 배를 채웠다지만 이곳 물에는 석회질이 많아 그러지도 못한다. 씻고 마시는 물도 사야 한다. 공동 화장실을 쓸 때도 돈이 들어 집 주변에서 해결해 마을에 악취가 가득하다. 숨 쉬는 것 외에는 모두 돈이 드는 현실이 가혹하다.

빈민촌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막노동이나 운전 일을 하며 하루 350페소(한화 7000원)가량을 벌지만, 물과 쌀을 사기에도 부족하다. 햄버거 세트가 70페소인 것을 고려하면 가족을 부양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수입이다. 병원비가 비싸 잔병에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독한 가난에 오늘도 수많은 가족이 생이별하고 수많은 생명이 사라진다.

아이들은 8살이 넘으면 거리로 내몰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함께 굶어 죽느니 입이라도 하나 덜고 ‘운이 좋으면 살아남겠지’라는 어른들 생각 때문이다. 버려진 아이들은 소매치기, 마약 밀매 등 범죄의 길로 빠져들거나 장기 밀매에 희생되는 경우도 있다.

▲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해외사랑나눔후원회원들이 빈민촌을 방문해 주민들의 삶을 살펴보고 있다.


▲ 산토리뇨 센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센터는 아이들의 보금자리이자 지독한 가난에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지역 주민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살 날을 꿈꾸며

아이들에게 가족 이야기를 묻자 장난기 넘치던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다. 자신을 버린 부모가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한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공부’다. 경찰이나 교사, 의사 등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전문직이 아이들의 꿈인 이유다.

부모를 일찍 여읜 레오나르도(15)는 아픈 동생을 돌보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거리에서 구걸하다 온 카메이케(14)는 경찰이 돼서 가족을 지켜주는 게 꿈이다. 형제인 존 폴(15)과 제이크(14)도 공무원이 돼 가족과 함께 사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

부모가 있는 아이들은 가끔 가족이 너무 그리워 버스에 무임승차해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가정 형편이 나아졌을 리 없다. 그럴 때면 센터 설립 때부터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해 온 공동체 아서 수사가 아이들을 다독이며 센터로 데려온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센터 졸업생 크루즈(28)씨는 회계 직원으로 취직했고, 몬떼(26)씨는 교사가 됐다. 생업에 쫓겨 센터를 많이 찾지 못하지만 바쁜 일이 없을 때면 센터를 찾아 아이들과 놀아주고 공부도 지도하며 “각자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아이들을 독려한다. 아이들을 가족처럼 돌봐주는 수사들과 먼 한국에서 후원에 힘을 쏟는 은인들, 꿈을 이룬 선배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오늘도 희망을 키워간다.

후원 회원과의 이틀간의 짧은 만남이 끝나는 날 저녁, 센터에서는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식사가 끝나고 석별의 정을 나눌 때 센터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적신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삽입곡 ‘A Million Dreams’. 남들이 비웃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꿈을 꾼다면 언젠간 이루어진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노래에 부르는 아이들과 듣는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광수 신부는 “한국에서 매년 2000여만 원을 지원하지만 먹이고 입히기에도 쉽지 않다”며 “생필품과 학용품 등을 지원해 주실 ‘마음의 부모’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명의 후원 회원이 절실한 이유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는 필리핀과 아프리카 등에서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후원 문의 : 031-207-4982,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

후원 계좌 : SC은행 585-20-031493, 예금주 : 김광수 해외사랑나눔후원회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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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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