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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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신자들의 성모 신심과 기도가 만든 은총의 성지

필리핀 팡가시난의 마나오악 성모 성지와 클락 예수 성심 한인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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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나오악 성모 성지 박물관에 모셔진 묵주기도의 성모 마리아상 앞에 선 현지 어린이 순례자들.

▲ 필리핀 마나오악 성모 성지를 찾은 가족 단위 순례자들이 초를 봉헌하고 있다.

▲ 필리핀 클락 예수 성심 한인본당 신자들이 1월 13일 현지에서 주임 최덕성 신부(사진 가운데 위 오른쪽)와 가톨릭평화방송ㆍ평화신문 사장 조정래 신부(사진 가운데) 공동 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필리핀은 아시아 유일의 가톨릭 국가다.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가톨릭 정신과 문화가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 있다. 필리핀 가톨릭 신자들의 성모 신심은 유별나다. 팡가시난의 ‘마나오악’(Manaoag) 성모 성지도 필리핀 신자들이 사랑하는 성지 중 하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1월 필리핀을 방문한 후 ‘마나오악’ 성모 성지 내 성당을 ‘소 바실리카’로 명명했다. 마나오악 성지 성당이 차지하는 특별한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표시다. 지난 1월 12~13일 필리핀 마나오악 성지와 클락 지역 한인 공동체를 찾았다. 필리핀=윤재선 기자 leoyun@cpbc.co.kr





기적의 성지 ‘마나오악



필리핀 클락 지역에서 수도 마닐라 북쪽으로 2시간여 차를 달려 도착한 곳, 마나오악이다. 마나오악은 팡가시난(Pangasinan) 주의 중심 도시이다. 이 도시의 작은 마을에 성모 성지가 있다. 성모 마리아가 1610년 이 지방 한 농부에게 발현해 이곳 언덕에 성당을 지으라고 했다고 한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스페인이 필리핀을 통치하던 1600년 무렵 아우구스티노회 선교사들이 맨 처음 이곳에 성당을 지었다. 이후 1610년경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이 이곳에 들어와 본격적인 선교 활동을 펼침으로써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성지를 찾은 순례자들과 주민들로 북적거린다. 은총과 축복을 기원하는 환영 문구와 안내문이 이곳이 성지임을 일러준다. 성지 입구를 지나자마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묵주기도의 성모 마리아상이 순례자들을 맞는다. 가족과 친지, 친구와 연인으로 보이는 순례자들은 성모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성모님께 두 손 모아 전구한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마치 소풍을 온 듯하다. 삶과 신앙이 일상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이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묵주기도의 성모 마리아상을 중심으로 양옆에 마련된 초 봉헌대가 눈길을 끈다. 저마다 각양각색의 초를 들고 기도드리는 순례자들의 모습에서 주님을 향한 간절함을 엿본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초를 봉헌하는 것일까. 한 순례객이 초를 봉헌하기 전에 드리는 기도문을 읊조린다. ‘이 초를 받아주시어, 우리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비춰주시고… 주님 사랑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게 하소서.’

대성전에서는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복음 말씀이 스피커를 통해 밖으로 흘러나온다. 발걸음을 얼른 대성전으로 옮겼다. 대성전 안은 순례자로 가득하다. 어림잡아 2000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 대성전 제단 위에 모셔져 있는 아기 예수상과 묵주기도의 성모 마리아상이 인상적이다. 성전 안은 바깥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경건하기 그지없다.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순례자들은 성지 박물관에 들러 이곳의 역사를 살핀다. 내부에 마련된 묵주기도의 성모 마리아상뿐 아니라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상 등은 순례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성모 마리아와 성인들을 사랑하고 기억하며 이들의 전구를 청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마나오악 성지는 교회가 인정한 성모 발현지는 아니다. 하지만 필리핀 전역에서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신심과 전구를 통한 치유와 은총의 기적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월 필리핀을 사목 방문한 뒤 마나오악 성모 성지 성당을 ‘소 바실리카’로 명명했다. 교황에 의해 특별한 성당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은총과 기적의 성지, 마나오악에는 기도와 정성을 다하는 순례자들의 행렬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작지만 소중한 ‘클락 한인공동체’



“주일 미사를 드리는 신자 수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공동체이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필리핀 클락 지역 예수 성심 한인본당 주임 최덕성(안토니오, 인천교구) 신부의 말이다.

오전 8시 30분 봉헌되는 주일 미사 시간이 다가오자 신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미사 시작 전 묵주기도를 바치고,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는 모습은 한국이나 이곳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로 4년 4개월째 이곳에서 사목하고 있는 최 신부는 “전례부와 복사단, 독서단, 성모회를 꾸려 주로 미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 외 다른 활동을 하고 싶어도 아직은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했다.

클락 한인본당의 사목 여건은 녹록지 않다. 주임 사제조차 없었던 1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지만 현지 ‘사팡바토(Sapangbato)’본당의 공소를 성당으로 빌려 쓰고 있는 처지다. 관할 본당에 매월 1만 5000페소, 우리 돈 30만 원 이상을 기부 명목으로 내어놓는다. 한 주일 치 주일 헌금에 해당하는 액수다. 빠듯한 본당 살림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렇다 보니 평일 미사는 성당이 아닌 사제관에서 봉헌한다. 미사에 참여하는 이들은 10명 안팎이다.

최 신부는 이곳 클락에 처음으로 파견되었을 당시, 갖가지 사연과 말 못할 사정을 안고 고국을 떠나온 이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복음을 전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회고한다. 낯설고 외롭고 힘든 타지 신앙살이의 어려움은 사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고충을 서로가 익히 알고 있기에 주님 안에서 하나 되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소망은 더욱 간절하다. 최 신부는 복음의 삶을 살고자 기꺼이 성당을 찾는 신자들과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 교리 교육을 받는 예비신자들이 있기에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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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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