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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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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생활의 날] 수도생활 60년… “갈수록 좋고, 갈수록 행복해요”

봉헌생활의 날에 만난 사람 / 한국순교복자수녀회 황옥연 베드로 수녀

▲ 1월 26일 서울 예술의기쁨에서 열린 (사)한국가톨릭문인회 신년 감사미사 및 정기총회에 참석한 황옥연(뒷줄 왼쪽) 수녀가 동생 수녀들, 수사신부, 김남조 시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제공

▲ 올해로 수도회 입회 60주년을 맞는 황옥연 수녀는 "예수님만 바라보고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다.



2일은 봉헌(축성)생활의 날이다. 이에 한 생애 오롯이 '예수님의 실존과 활동의 기념비'(「봉헌생활」 22항)인 봉헌생활을 통해 복음이 세상에서 풍요로운 열매를 맺도록 기도와 소임, 수행에 정진해온 수도자를 만났다. 올해로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입회한 지 60주년을 맞는 황옥연(베드로, 80) 수녀다. 마침 수도생활 틈틈이 펴낸 14권의 동시집(신작 동시집 포함)을 한데 모아 전집 「고향 마을」(비움)을 발간하고 세상에 띄워 보낸 직후였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 햇살, 그 온기가 유난히 부스럭대는 서울 청파동 골목의 수도원에서 그를 만났다.



"내가/수녀원에 오고 나서 엄마는/석 달을 울고 또 울면서도/쫓겨 나올까 봐/마음 졸이셨단다//내가/착복식 하던 날/대례복 입고 벗고/족두리 쓰고 벗고//검은 제복 검은 수건/갈아입고 나올 적에/엄마는 또 울면서도 기도하기를/'그 옷 입고 관에 들게 하소서'…"

평생 쓴 시 899편 중에 기억에 남는 시 한 편을 골라 달랬더니, 황옥연 수녀는 주저하지 않고 제13 동시집 「풀꽃 밥상」에 실린 '우리 엄마'를 꼽는다. 그 엄마에 그 수녀다. 2006년 86세를 일기로 선종한 어머니 윤덕임(체칠리아)씨를 그리며 황 수녀는 2013년 그 신앙의 훈육을 시로 풀었다.

그렇게 산 60년 수도생활을 황 수녀는 어떻게 기억할까? "따스한 봄날 양지쪽 싸리울에 앉은 참새처럼, 아쉬울 것 없이 행복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소임은 주로 당가(재정 담당)였다. 천안 복자여중ㆍ고 서무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총원 총경리 등으로 수십 년을 살았다. 하지만 정작 황 수녀는 숫자를 잘 몰랐다. 은행에 다녀오는 일조차 후배 수녀들이 다 했다. 딱 한 번, 중도금 내러 후배들이 다 써준 서류를 들고 은행에 갔지만, 비밀번호를 몰라 그것도 실패했다. 그런데도 그는 수십 년간 당가를 지냈다. 그 비결은 기도였다.

"38살 때 총원 당가 수녀가 됐는데, 돈이 너무 없는 거예요. 수녀들 학비는 2000만 원이나 필요한데, 수도원에는 80만 원밖에 없었어요. 한때는 너무 배가 고파서 허리를 노끈으로 묶고 다녔어요. 쓰러지지 말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밤하늘을 보다가 '저 많은 별 중에 당가 천사가 계시면, 별 하나만 수도회에 주세요' 하고 기도했더니 제가 상상할 수 없는 돈이 들어왔어요. 그 뒤로는 후배들한테 '기도하면 돼요. 별의 당가 천사한테'라고 말하곤 했지요." (웃음) 그렇게 당가로 사는 동안 황 수녀는 복자여중ㆍ고 건물과 수녀원 생활관을 지었고, 성모자애병원, 지금의 인천성모병원도 키웠다.

소임은 힘겨웠지만, 특히 월간지 「옥잠화」를 창간, 시로 가는 길을 열어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공동 설립자 윤병현(안드레아) 수녀와 부원장 홍은순(라우렌시오) 수녀, 시를 쓰는 동안 문학적 격려를 아끼지 않은 고 윤석중(요한, 1911∼2003)ㆍ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91) 시인 덕에 황 수녀의 수도생활은 풍요로웠다. 고향 원주 명륜동 뒷산에 떠오르던 초승달과 별, 장독대 분꽃과 어우러지던 산마을과 자연을 노래하며 그는 하느님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갔다. 이를테면 신앙과 수도생활, 시작(詩作)이 하나 된 삶이었다.

'우리 마뗄(Mater, 원장 수녀를 지칭하는 말)' '복자님 초대' 같은 작품은 당시 수도생활의 기쁨을 노래한 동시였다. "하늘,/땅을 담으신 마음/밀씨 되어/빛 보았습니다//목화송이마다에서/무명실을 지으셨고/심연처럼/관용도 깊으셨습니다//항시 밤이슬이 찰세라/어린 마음 외로울세라/살뜰한 보살핌이/기도하는 마음들에 젖는 햇살…"('우리 마뗄' 일부)

수도생활 중에 떠오르는 대로 쓴 시였지만, 그의 시는 3편이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눈 온 아침'과 '흐린 날', '작은 것' 등이다. 이뿐 아니라 '어느 봄날'과 같이 그의 동시는 퍼져나가 동요로, 노래로 불렸다. 자신의 시가 노래로 불린다는 말이 들려오면, 황 수녀는 "다 좋은 일이지" 하며 웃어넘겼다. 저작권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너무 쉬워서, 그런데 너무 깊어서 황 수녀의 시는 선시(禪詩) 같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래서 고 정채봉(프란치스코, 1946∼2001) 작가는 황 수녀의 작품 중 선시 풍의 동시만 골라 시집을 내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쉽고도 깊은 시를 쓰며 수도생활을 해온 그는 원주본당, 지금의 원동 주교좌성당에서 성소를 키웠다. 세례 후 한 번도 새벽 미사를 거르지 않았던 할아버지(황춘서 힐라리오)의 훈육이 부르심의 원천이었다. 할아버지는 매일 같이 새벽 5시면 외아들(황순봉 시몬) 부부와 손자 10남매를 모두 깨워 성당으로 향했고, 이 같은 신앙적 모범이 맏이인 황 수녀를 수도 성소로 이끌었다. 세 여동생도, 남동생도 같은 수도자의 길을 걷는 도반(道伴)이 됐다. 넷째 황숙자(데레사) 수녀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일곱째 황성연(안나) 수녀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여덟째 황미란(로즈마리) 수녀는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서울관구에서 수도자로 산다. 아홉째 황지연 신부도 예수 성심 전교 수도회에 입회, 수도생활을 한다. '한 지붕 다섯 성소'다.

"할아버지가 제일 기뻐하실 것 같아서 수도회에 입회했다"고 술회하는 황 수녀는 원래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에 가려고 했지만, 친구 추천으로 만난 김옥희(안나) 수녀 때문에 평생을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살게 됐다.

"김 수녀님을 만났더니 '성녀가 되고 싶지는 않으냐?'고 묻더군요. 해서 '어떻게 성인이 돼요?' 하고 반문하니, '누구나 분심과 잡념을 물리치고 사욕을 없애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방유룡 신부님의 말씀을 들려주셨어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성인전을 외우다시피 했을 정도로 성녀에게 빠져있던 터라 성인이 되고 싶어 복자회에 오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자신의 삶은 "갈수록 좋았고, 갈수록 행복했다"고 황 수녀는 고백한다.

이제 힘겨웠던 소임을 다 내려놓고 기도 사도직에만 몰두하는 황 수녀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수녀원이 행복하다"며 "예수님만 바라보고 사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두가 다 신부 수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런 시가 팔순의 노수녀에 의해 쓰인다. "초가지붕 타고내린/소나기 낙숫물/옴폭옴폭 마당 보조개//새벽 울타리에/봉오리 연 나팔꽃/옴폭옴폭 해님 보조개"(근작 '마당 보조개' 전문)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1.30 등록]
가톨릭인터넷 Goodnews에 오신 모든 분들께 축복이 함께 하시길..
오늘의 복음말씀
<빵을 떼실 때에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후 잠시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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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오다토(Deod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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