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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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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고요함 깨고 울려 퍼지는 은은한 성당 종소리

[숨은 성미술 보물을 찾아서] (17) 노수현의 ‘효종(曉鐘)’, 배렴의 ‘성당 가는 길’

▲ 노수현의 '효종'은 새벽에 치는 종이란 의미로 안개 자욱한 새벽녘의 풍경 멀리에 보이는 성당 종탑을 그린 작품이다.



얼마 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해 첨탑이 불길에 휩싸여 훨훨 타오르는 것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고딕 성당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천장 구조가 모조리 타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아깝고 안타깝던지 탄식이 절로 나왔다. 원형 복원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며 아쉬운 마음에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들을 찾아보고는 멀리서 성당을 향해 천천히 걸으며 마치 줌인 되듯 점점 크게 다가오는 성당의 모습을 요리조리 살펴보던 순간을 떠올려봤다.

많은 분이 공감하겠지만, 성당은 자동차로 바로 앞까지 갔을 때와 멀리서부터 걸어서 진입해갈 때가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멀리서 성당이 보이기 시작해 점점 크게 다가오며 어느 순간 바로 앞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대성당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은 성당 내부를 살펴보는 것 못지않게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까 한다.



몽환적 신비감 자아내는 종탑의 십자가

이번 글에서는 1954년 성미술 전람회에 출품된 또 다른 산수화 두 점을 감상하며 함께 성당을 찾아가볼까 한다. 1954년 성미술 전람회에는 앞서 소개한 박세원의 '산촌의 성당' 외에도 노수현(盧壽鉉, 1899~1978)의 '효종(曉鍾)'과 배렴(裵濂, 1911~1968)의 '성당 가는 길' 이렇게 두 점의 산수화가 출품되었다.

이 중 노수현의 '효종'은 새벽에 치는 종이란 의미로 안개 자욱한 새벽녘의 풍경 멀리에 보이는 성당 종탑이 그려진 작품이다. 작가는 희미하게 드러난 성당 종탑의 모습을 작품 속에 그려 넣어 성미술 전람회의 성격에 부합하는 산수화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 같다.

노수현은 1899년 황해도 곡산에서 출생했고 호는 심산(心汕)이다. 1921년부터 서화협회전람회(書畵協會展覽會)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입선과 특선을 거듭한 노 화백은 1922년 이상범, 변관식, 이용우 등과 함께 전통 회화의 근대화를 위해 동연사(同硏社)를 조직해 활동하기도 했다.

관념산수(觀念山水)를 추구했던 노수현 화백은 심산유곡을 즐겨 그렸는데, 붓을 굴리는 듯 독특한 흘림체 형식으로 자연을 묘사하는 일명 '심산 산수화'로 불리는 독창적인 기법들을 만들어냈다. '효종'은 이와 같은 노 화백의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종교 주제의 산수화라는 점에서 그 희소성과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운무가 짙게 드리운 산속에 종탑의 윗부분만 살짝 모습을 드러낸 성당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화면 중앙에 자리한 종탑의 십자가는 무심한 붓질로 흔적만 남기듯 그려져 몽환적인 신비감을 자아내고 있다.

작가는 어쩌면 억지스럽게 성당의 모습을 그려 넣기보다는 작품 제목과도 같이 성당에서 전해지는 새벽 종소리의 고요한 울림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화면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 4마리가 이러한 적막함을 깨고 종소리의 여운을 전달해주고 있는 듯하다.

또 한 점의 성미술 전람회 출품작인 배렴의 산수화 '성당 가는 길'은 배 화백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출강하던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성당을 주제로 종교회화의 성격을 부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배렴 화백은 1911년 경상북도 금릉에서 출생했고 청전 이상범에게 전통화법을 배웠다. 1929년 제9회 서화협회전람회에 '만추(晩秋)'를 처음으로 출품했고, 1930년부터는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요원(遼遠)'(1936)과 '산전(山田)'(1943)이 특선에 올랐다. 1939년에 청전화숙을 나와 스승 이상범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개성적인 화풍을 보이기 시작했다.


▲ 배렴의 '성당 가는 길'은 농묵과 담묵의 대비가 강조된 배경에 전형적인 서양식 옛 성당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서양화 느낌 자아내는 한국화법 작품

배렴의 '성당 가는 길'은 농묵과 담묵의 대비가 강조된 배경에 전형적인 서양식의 옛 성당 모습을 담고 있다. 비록 흑백 화면이긴 하지만 잎이 우거진 나무와 꽃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의 표현에서 요즘과 같은 늦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배 화백의 '성당 가는 길'은 한국화법으로 그려졌지만, 서양화를 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화면 전경에서부터 성당을 향해 난 길에서 표현된 원근감과 전통 산수화의 삼원법에서 벗어난 화면 구성에서 배렴 화백의 개성 있는 화풍을 엿볼 수 있다.

노수현 화백의 '효종'과 배렴 화백의 '성당 가는 길' 두 작품을 함께 보고 있자니 새벽의 고요함을 깨고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홀연히 나타난 성당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상상해보게 된다. 성미술 전람회에 출품되었던 이 두 점의 산수화도 어딘가에 잘 남아 있으리라 믿으며 원작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기사원문 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5.0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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