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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희 신부의 살며 배우며 실천하는 사회교리<28>경제 세계화 안에서 공동선 추구와 연대의 가치

지구촌 구성원 모두 부자 되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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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들이 있는데 한동네에서 자라고 같은 성당을 다닌 친구들이다. 40년 지기가 된 친구들은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따금 만나 보면 사제인 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겠나?’하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이 주식투자 같은 금융거래며, 그 분야에 별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그저 따분하고 재미없는 대화 주제일 뿐이다. 괜히 친구들의 모습이 낯설게 여겨지고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다.

과거 학생 시절에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사랑에 대해,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제는 대화 중심이 경제적인 것으로 변했다. 친구들은 더 쉽고 더 빠른 방법으로 재산을 불리고 싶어 하며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박을 꿈꾸며 살아간다. 자신의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스마트 폰이나 개인용 태블릿 컴퓨터를 이용하여 실시간 주식 시장의 변동을 살펴보고 투자를 하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좁아지는 세계, 심화하는 불평등

오늘날의 세계 경제와 금융 분야는 더욱더 복잡한 세계화 현상을 보여준다. 자유 시장 경제가 대세인 세계화 현상은 자본의 교환과 유통의 자유화를 이룩했고 자국 기업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주식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통신 기술 발달로 주식 중계인들은 세계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대량 자본을 실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고, 이런 현실은 상업 무역과 금융 거래가 전 세계로 확대하는 과정을 더욱더 가속화한다.  

이러한 경제 세계화의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세계화 현상은 까다로운 사회 문제들을 드러낸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세계화 시대에서 경제 분야의 새로운 기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상업과 금융 관계의 새로운 차원과 관련된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과거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불평등이 문제였지만, 오늘날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경제적 부의 증대에 대한 상대적 빈곤이 증대되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가 경제 세계화의 긍정적인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톨릭 사회교리는 오늘날처럼 새롭게 변화된 경제 분야에 있어서 공동선의 추구를 재차 강조한다. “공동선의 추구란, 사회적 경제적 진보에서 지금까지 소외됐거나 가장자리에 밀려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던 이들을 위하여 지구의 여러 지역 사이에 부를 재분배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들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연대를 통한 세계화, 소외 없는 세계화를 보장하는 것이 과제이다”(「간추린 사회교리」 363항).


지구촌, 공동선 추구와 연대

세계화가 지닌 가치가 통신 기술의 발전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재화와 자원의 이동을 통한 부의 창출이라고 한다면 그 의미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창출된 부가 올바르게 분배되지 못한다면 그런 세계화는 분명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국제 경제 관계의 바탕을 이루어야 할 윤리 기준들, 곧 공동선 추구와 재화의 보편적 목적, 무역 관계의 균형, 무역과 국제 협력 정책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와 요구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만일 이러한 가치들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빈곤한 민족은 날로 더욱 빈곤해지고 부유한 민족은 날로 더욱 부유해지게 되는 불평등의 세계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364항 참조).

따라서 사회교리는 이러한 경제적 세계화가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화된 세상에서는 민족들의 전체적 조화 안에서 삶을 해석하는 열쇠가 되는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며, 특히 종교적 신앙과 관습을 포함하여 가난한 이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종교적 확신은 인간 자유의 가장 분명한 표현이기 때문이다(366항 참조).

따라서 국제적인 경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임무 가운데 하나는 바로 연대를 통한 인류의 전체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자원의 고른 분배를 보장하고 세계의 모든 민족을 결합하고 그들을 하나의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373항 참조).

오늘날의 사람들을 지구 마을에 사는 한가족이라고 말한다. 세계화된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경제적으로 모두가 부자 되는 세상은 과연 가능할까? 이러한 세상이 가능하려면 지구 마을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선’와 ‘연대를 통한 인류 전체의 발전’이라는 가치 추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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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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