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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밤하늘이 아름다운 까닭은

한국 순교자 대축일(루카 9,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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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오늘은 한국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참아내셨던 순교자들입니다. 신앙 때문에 목숨까지 바쳤던 순교자들입니다. 우리 교회는 바로 이런 순교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오늘 특별히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전에 40일 동안 단식하시면서 기도하셨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예수님 앞에, 허기진 예수님 앞에 사탄은 달콤한 유혹을 내놓았습니다. 첫 번째 유혹은 돌로 빵을 만들어 보라는 유혹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40일을 단식하신 예수님께서 빵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신 것입니다.

두 번째 유혹은 하느님께서 지켜 주실 것이니 높은 데서 뛰어내려 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번에도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이 신앙을 하느님과의 거래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하느님과 하는 거래가 아닙니다. 신앙은 온전하게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유혹은 세상의 모든 부귀와 영화를 보여주면서 사탄에게 절을 하면 그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하느님을 섬겨야 한다고 하시면서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재물의 유혹 앞에, 권세의 유혹 앞에 무릎을 꿇게 됩니다. 사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사탄에게 찾아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고 있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은 바로 어두운 밤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신앙의 별들입니다. 15세의 어린 나이로 이역만리 머나먼 땅으로 유학을 떠난 김대건 신부님, 신부님을 모시기 위해 추운 겨울에 북경을 9번이나 왕복한 정하상 바오로, 그 밖에 이름 모를 많은 순교자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어둠에 싸인 우리 교회에 희망을 주었고 빛을 주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 8장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 사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환난, 역경, 박해, 굶주림, 헐벗음, 위험, 칼 때문에 신앙을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시련과 고통,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결단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를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떼어놓는 것들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나의 욕심이, 나의 게으름이, 나의 자존심이, 나의 이기심이, 나의 교만이 그리스도와의 사랑에서 나 자신을 떼어놓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천국에서 순교자들이 보시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서 너무 쉽게 보이곤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순교자들처럼 목숨을 바쳐야 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재산과 가족, 부와 명예를 포기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이 지켜온 신앙을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봉사와 나눔, 우리의 사랑과 희생으로 순교자들의 신앙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순교자 대축일을 지내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별들이 많은

은하수 같은 것입니다.

별들이 많기에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우주라는

어두운 하늘이 있습니다.



별들이 밤하늘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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