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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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하느님 잔치에 초대받으려면

연중 제28주일(마태 2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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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가끔 어릴 때 살던 집이 생각납니다. 담 뒤에 작은 개울이, 동네에는 넓은 공터가 있었고, 밭에는 옥수수, 깨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배고프면 집에 가서 찬밥을 먹고 다시 놀았습니다. 동네 우물가에서 박카스 병을 줄에 매달아 물을 퍼 올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그런 놀이와 그런 기쁨을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경제 발전과 아파트의 편리한 삶을 대가로 소중한 많은 것들을 상실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풍요로운 삶도 좋고 경제 발전도 좋은데, 우울증은 더 늘어나고 더욱 각박해진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공동체는 무엇인가? 참된 행복은 무엇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미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그동안 자신을 감싸고 있었던 원망과 불평이 사라지는 것을 체험합니다. 성령께서 참된 자유를 주시고 마음 깊이 있었던 상처를 치유해 주시는 것을 체험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가족의 불화도, 갑자기 찾아온 병도, 이웃에게 느꼈던 서운한 감정도 우리는 미사를 통해서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불행은 불평의 문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오늘 감사를 드린다면 하느님의 크신 사랑으로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평과 원망의 옷을 입고 있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불평과 원망의 옷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마음을 함께하지 못하면 이곳에서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열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하느님 잔치에 함께하지 못합니까?

첫째, 교만한 사람입니다. 그들의 마음에 하느님은 이미 높은 분이 아닙니다. 자신만이 모든 것을 알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잔치에 초대를 받았어도 가지 않습니다.

둘째, 독선적인 사람입니다. 그들은 자신만이 초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합니다. 그런 사람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초대를 받은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합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은 초대를 받았지만 가지 않습니다.

셋째, 시기와 질투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잣대로 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땀과 노력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아주 고약한 병입니다. 저도 예전에 이 병에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잣대로, 사랑의 잣대로 보기 시작하면 이 병은 금세 치유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럼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받기 위해서 그 초대에 응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합니까! 다행스럽게도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그 해답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을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의 모든 능력과 힘은 결국 하느님께서 주신다는 겸손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또 어떠한 처지에 있다 해도 감사할 줄 아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 하느님께서는 나의 모든 수고와 땀과 노력을 알아주시고 결국은 나를 당신의 나라로 초대하신다는 절대적인 믿음, 이것이 우리가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바른 자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복’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것은 화려하고, 값비싼 옷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예복은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감사의 옷을 입을 때, 우리가 나눔의 옷을 입을 때, 우리가 인내의 옷을 입을 때, 우리가 용서의 옷을 입을 때 우리는 참된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하느님 안에서 감사의 옷을, 인내의 옷을, 나눔의 옷을, 사랑의 옷을 입도록 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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