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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풀어쓰는 영신수련] (6) 영신수련의 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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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영신수련’의 전체적 구조에 대해 좀 말씀드리는 게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앞으로의 우리 여정이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지 어떤 길을 따라 걸어 어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인지 미리 머릿속에 넣어 둔다면 마음 준비도 되고 안정감도 좀 생길 터이기 때문입니다.
‘영신수련’은 23번 ‘원리와 기초’로부터 시작해서 첫째 주간 둘째 주간 셋째 주간 넷째 주간을 거쳐 230번부터 237번에 나오는 ‘사랑을 얻기 위한 관상’으로 마치게 됩니다. ‘원리와 기초’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단 한 번도 안 나오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핵심 열쇳말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신수련’이란 원리와 기초 그리고 사랑을 얻기 위한 관상이란 사랑의 커다란 두 축을 중심으로 해서 첫째 주간부터 넷째 주간까지 사랑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해 나오는 여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영신수련’의 화두는 사랑입니다. 전 과정을 통해 기도 자료들은 다양하게 주어지겠지만 그 모두는 사랑이라는 화두를 풀어 내기 위한 몸부림들입니다. 이 사랑이란 말은 식상할 정도로 자주 듣고 쓰고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굳이 사랑을 화두로 삼는다는 게 석연찮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이야기는 차차 해 나가기로 하고 우선 여기서 한마디만 해 둔다면 사랑이란 말도 참으로 다양한 차원과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선 인간적 차원의 사랑이 아닌 하느님 차원의 사랑을 일컫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껏 해 온 익숙한 표현을 사용해 말한다면 에고 시스템에 바탕을 둔 가짜 마음의 사랑이 아니라 성령 시스템에 기반한 진짜 마음의 사랑을 말합니다. 그 사랑이 무엇인지 그 사랑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사랑을 주고 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참으로 우리 각자의 존재가 바뀔 것이고 우리 삶의 모습이 충격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여기서 주간이라는 말을 썼지만 이는 달력상의 7일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영신수련 피정을 해 나가다 보면 영적인 역동성이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그 하나하나를 일러 주간이라고 합니다. 첫째 주간에서는 보통 죄의 묵상을 한다고 하지만 윤리 도덕적인 반성을 수반한 죄에 대한 성찰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의식을 포함한 인간 마음의 깊은 측면들을 깊게 알아들음으로써 자신의 드러난 모습과 참된 모습을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둘째 주간에서는 복음관상기도를 통해 예수님의 공생애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게 됩니다. 셋째 주간에서는 예수님의 수난을 넷째 주간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더듬어 보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영신수련’을 전체적으로 제대로 하기 위해선 보통 피정집 같은 데 머물며 한 달이라는 기간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짧은 형태로는 영신수련 안에서 중요한 대목만 추려 8일피정이라는 형식으로 하기도 합니다. 영신수련이란 본래 한 달 피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그렇게 집중적으로 한 달을 확보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하루에 한 시간 기도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1년 정도에 걸쳐 영신수련 전체 과정을 밟아 나가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속된 말로 원판 불변의 법칙이란 게 있어 한 달 영신수련을 하고 나도 존재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이나 행동이 잠시 변한 듯하다가도 이내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허나 인생의 적절한 시기에 한 달 영신수련을 체험해 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의미 깊은 일이 될 것입니다. 도대체 자신이 누구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지 내 삶이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 깊이 머무르는 가운데 더욱더 풍요로운 생명을 누릴 수 있는 좋은 보약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시찬 신부는 1997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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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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