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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묵주이야기] 133. 하늘나라로 소풍 간 어머님 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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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귀미 안젤라(부산교구 문현본당)

저는 호스피스병동 공동 간병실에 근무하는 간병인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엔 모두가 한 아름의 사연을 안고 마지막으로 머무릅니다. 이 환자분은 너무 어린 나이라서 안타깝고 저 환자분은 너무 고생만 하셨다니 안쓰럽고 요 환자분은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는데 아쉽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가 못다 한 사랑을 토해냅니다. 가슴 먹먹하고 눈시울 적시며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고 용서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소풍을 떠나십니다.

폐암 말기인 한 어머님의 간절한 소원은 성모 어머님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수녀님과 복지사님 주선으로 교리 봉사자님의 교리가 시작됐습니다. 병마와 연로하신 연세에도 “믿습니다. 끊어버립니다”를 합창하시며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작은 꽃묶음과 팔찌 묵주 기도 책 미사보 등 많은 선물을 받으셨는데 선물 중에 5단 묵주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에 5단 묵주 많이 있는데….’ 하지만 지금 선물해 드리고 싶어 성물방을 찾았습니다.

제각기 특징을 지닌 참 많은 묵주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한알 한알 손에 딱 들어오는 알맞은 크기로 까만 칠이 된 대나무 묵주가 눈에 띄었습니다. 신부님께 축복을 받고 “마리아 어머님! 제 선물 5단 묵주입니다”라며 묵주를 드렸습니다. 어머님은 이렇게 좋은 선물 고맙다고 하시며 눈시울이 붉어지시더니 목에다가 보기 좋게 걸으셨습니다.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마리아 어머님! 5단 묵주는 이렇게 성모님께 기도드리는 거예요”라고 가르쳐 드리며 묵주기도를 함께 바쳤습니다. 그 뒤로 어제는 형제님이 봉사 오셔서 함께 묵주기도를 드렸고 오늘은 자매님 봉사자들과 함께 묵주기도를 드립니다. 내일은 수녀님과 함께 모레는 또 저희와 함께 기도를 바칩니다.

어머님의 간절한 기도는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 달라는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막내아들 짝이 나타나게 도와주시고 떠난 뒤 자식들 모두 사이좋게 잘 살게 해달라는 모든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였습니다. 까만 묵주는 어머님의 분신처럼 늘 팔목에 챙챙 감겨 있었습니다. 병원 안 성당에 가실 때도 함께였고 진통제를 맞고 주무실 때도 식사하실 때도 힘겹게 화장실을 가실 때도 마리아 어머님의 까만 묵주는 항상 함께였습니다.

마리아 어머님과 함께 바친 묵주기도는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 2014년을 넘겨 새해를 맞았습니다. 힘겹게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시던 어느 날 어머님의 힘없는 팔에서 묵주가 뚝 떨어졌습니다. 떨어진 묵주를 가만히 챙겨서 손에 꼭 쥐여 드렸습니다.

마리아 어머님! 모든 근심 걱정 다 내려놓으시고 모두 용서하시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 주님! 마리아 어머님께 편안한 안식을 주소서. 마리아 어머님! 성모 어머님은 만나보셨나요? 손에 손잡고 묵주기도 많이 하고 계시죠? 저도 마리아 어머님과 똑같은 묵주로 똑같은 지향으로 또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위해 오늘도 한알 한알 지향을 담아 성모님 뜻에 따른 묵주의 9일 기도를 바칩니다.

※‘나의 묵주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으로 연락처와 함께 pbc21@pbc.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채택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고료를 드립니다. 문의 : 02-2270-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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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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