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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50·끝>

영성 산책을 끝맺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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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산책을 끝맺으며




필자는 이번 연재를 통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신학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영적 여정을 걸어가야만 올바른 영성 생활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그리스도인 영성 생활을 학문적으로 살펴보는 영성 신학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학문입니다.

우리나라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230여 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처음 100여 년의 박해 시대와 그 이후 1950년대까지 격랑의 역사를 겪는 동안에 한국 가톨릭 교회는 신앙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업무만 수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렸던 시기와 같은 1960년대부터 복음 선포를 통한 선교와 신앙을 보호하는 교회의 사명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 신앙 원천인 성경과 성전을 잘 배워서 신자들에게 전수하고자 성경신학자와 교의신학자를 양성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성경 공부 사도직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거나 1980년대부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이 반영된 현대 가톨릭 신학이 급속도로 보급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한편, 20세기 들어 사제 수가 증가하면서 신자들은 과거보다 비교적 쉽게 성사 생활에 참여하고, 주요 기도문 암송과 묵주기도 등을 실천하면서 나름의 방식대로 영성 생활을 실천했습니다. 물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 라틴어를 알아들을 수 없는 신자들이 미사 시간 내내 묵주기도를 바치는 등의 부작용도 있었지만, 20세기 후반까지 한국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의 영성 생활 실천에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그리스도교인 영성 생활에 이단적인 이상 징후가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교황청 가르침이 잇따르자 한국 가톨릭 교회는 1990년대부터 전문적인 영성신학자를 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학문으로써 영성 신학에 대해 다소 늦게 관심을 가지게 돼 이 분야에서 많은 과제를 끌어안게 됐습니다.

가톨릭계 출판사들이 출간하는 영성 서적들을 살펴보면, 주로 필력이 돋보이는 저자가 쓴 감성을 어루만져 주는 수필이나 에세이 형식의 글이 중심이 됐습니다. 신자들이 딱딱한 형식의 영성 서적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인지, 학문적인 바탕을 둔 영성 서적과 영성 관련 고전은 드물게 출판됐습니다. 하지만 개신교회는 종교 분열(개혁) 이전인 고대와 중세에 가톨릭 교회의 인물과 작품이더라도 배울 내용이 많은 훌륭한 영성 작가들 작품들을 다수 선정해 출판하는 실정입니다. 이중에 어떤 것들은 오늘날 한국 가톨릭 교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아 접할 수 없었던 작품들도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신자들에게 올바로 영적 지도를 하기 위해서 한국 가톨릭 교회 내에 다양한 관계자들이 마음을 모아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교회 당국도 앞장서서 재정적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성 생활이 직접 몸으로 실천하며 살아가야 하는 문제라는 점 때문에 영성신학의 학문적 가치마저 홀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가톨릭 신학계에서는 영성신학을 실천 신학 분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저서 「신학대전」에서 보여 주었듯이 영성신학도 교의신학 및 윤리신학과 함께 조직신학 분야로 분류돼야 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에 따라 행동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이론적, 학문적, 신학적 기반도 없이 영성 생활을 실천한다면 하느님을 향하는 방향성을 잃고 말 것입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영적 여정을 걷기 위해서 우리는 올바른 학문적 토대 위에서 정립된 영성신학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한 해 함께 했던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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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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