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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판사가 된 여중생

이시우 신부 제주교구 애월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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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중생이 묻는다. “신부님, 하느님이 계시면 왜 악한 사람들이 돈 벌고, 나쁜 사람들이 더 잘 살아요? 착한 사람들은 왜 못살고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나요?” 사춘기 여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진땀 흘리며 구차한 해ㄹ명을 해 보지만 결국 끝도 없는 질문과 이해 안 되는 해답에 서로가 파김치가 된다. 이러기를 한 학기. 결국 다음 대답으로 막을 내렸다. “네가 하면 되겠네. 네가 판검사가 돼서 나쁜 놈들 다 벌주고 착한 사람은 구해 주면 되지?” 순간 빛나는 여학생의 눈빛을 나는 보지 못했다. 그 후 십여 년이 흘러 어느 주일 저녁 미사 후 예쁜 아가씨가 오더니 묻는다. “신부님, 저 기억하세요?” 그 여중생임을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렵진 않았다. “신부님, 대학 입학하면 맥주 사주겠다고 하셨는데 기억하시죠, 시간 되면 지금 사주시겠어요?”

그는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그러면서 4년 내내 가톨릭 동아리에서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을 하다가 사시 합격 후, 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서울지법에 발령을 받았다고 했다.

“신부님, 제가 왜 판사가 되려고 했는지 아세요? 바로 그때 신부님 말씀 때문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하느님을 알게 된 것을 제일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그다음으로 감사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그 하느님을 가르쳐 주신 신부님을 만난 거예요.”

여중생의 집요한 질문이 귀찮아서 그냥 내던진 말이 그에겐 꿈이 되고, 그 꿈이 현실이 돼 나타나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그의 말을 듣는 내내 부끄러움과 감격스러움이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또 연락하겠다는 그의 맑은 미소를 뒤로하고 축 처진 어깨로 사제관으로 돌아오는데 예수님 음성이 들려 왔다. “어이, 이 신부! 그것도 다 내가 한 거야!” 신부란 그분의 도구에 불과함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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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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