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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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연중 제14주일 (마태 11,25-30)

철부지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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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중 제14주일입니다. 얼마 전 평일 미사 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미소(微小)함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우리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철부지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그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우리는 작아져야만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시는 임금님(즈카 9,9 참조)

사막의 은수자라고 불리는 샤를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 복자께서는 “우리는 그분 이외의 어떠한 보물도 원하지 않고 또 보물을 얻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분 이외의 다른 것이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며 깨우쳐 주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즈카르야 예언자는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시는 분이 바로 만민을 구원하시는 메시아라고 선포합니다.(즈카 9,9 참조) 이 장면은 신약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 때에 언급하신 ‘암나귀와 어린 나귀’를 떠올리게 합니다.(마태 21,1-11; 마르 11,1-11; 루카 19,28-38; 요한 12,14-15 참조)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주님과 그분의 복음뿐입니다.



성령의 힘이 우리를 살립니다(로마 8,12 참조)

세계명작동화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보면, 여우가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버렸어”라고 어린 왕자에게 말합니다. 사실 우리가 맺는 관계 안에는 미처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지나쳤던 사랑이 내재(內在)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로마 교회 신자들에게 “성령을 따라 사는” 삶과 “육체를 따라 사는” 삶을 제시하시면서, “성령의 힘으로 몸의 (악한) 행실을 죽이며 사는 길”(로마 8,12 참조)을 택하라고 권고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와 맺은 관계성 안에 내재된 사랑을 통해서 깨우쳐 주시는 진리입니다. 그래서 “성령은 하느님께서 피조물들에게 내리시는 사랑의 원천이십니다.”(「생명을 주시는 주님」 39항 참조)

나에게 와서 배워라(마태 11,28-29 참조)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우리는 진리를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잘 해야 진리가 우리를 가지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진리를 인정하고 그것을 척도로 삼도록 하는 겸손을 새롭게 배워 몸에 익히도록 해야 합니다. 진리는 자신의 고유한 힘에 의해 관철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베네딕토 16세 세상의 빛」 참조) 진정으로 우리는 빌라도처럼 “진리가 무엇이오?”(요한 19,38)라고 묻는 어리석음보다는 “진리이신 예수님”(요한 14,6 참조) 앞에 엎어져야(에페 3,14 참조)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 멍에를 메어라. 그리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8-29 참조)고 권고하십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너 벳사이다야! 너 카파르나움아!”(마태 11,20-24 참조)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꾸짖음 뒤에 바로 이어진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세상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진리를 듣고 볼 수 있습니다.(요한 18,37 참조)



약하고 작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성녀 소화 데레사는 「자서전」에서 “저는 가벼운 솜털밖에 나지 않은 ‘힘없는 작은 새’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수리’가 아니라, 독수리의 ‘눈과 마음’만 가졌을 뿐입니다. 이 작은 새는 하느님이시고 사랑이신 ‘태양’을 향해서 날고 싶어 합니다”라는 간절한 소망을 피력합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한껏 기뻐하여라. 내가 너희를 살게 하겠다. 또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는 주님의 약속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의 지식이나 논리를 뒤로 접어두고, 오히려 철부지처럼 하느님의 사랑에 온전히 의탁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하느님 안에서 충만한 기쁨을 누리시길 빕니다. 아멘.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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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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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요한 3장 10절
의로운 일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모두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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