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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 이야기] (8)입으로 기도하며 딴생각하기

김지형 신부(서울대교구) 중앙보훈병원준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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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체성사가 거행되는 미사에서 힘을 얻습니다. 미사에서 주님의 사랑을 충전 받아 각자 삶의 자리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사는 신앙생활의 정점이자 중심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 미사에 참례하면서 느꼈던 감동이나 처음 주님의 몸을 모셨을 때의 전율은 미사에 참례하면 할수록 점점 작게 느껴집니다. 그런 식으로 주일 미사에 참례하다 보면 어느덧 습관적이고 수동적인 참례가 됩니다.

미사에서 바치는 대부분의 기도가 염경 기도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입으로는 기도하면서 머리로는 딴생각을 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신자들에게서 미사 중에 분심이 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사제인 저도 미사를 봉헌하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미사 경문을 읽게 되거나 딴생각을 하다가 실수 아닌 실수, 잘못 아닌 잘못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겪은 개인적인 사고가 있습니다.

한 번은 아무 생각 없이 경문을 읽으면서 다음 장을 넘기고 경문을 읽는데 미사가 왠지 모르게 빠른 것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두 장을 넘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제대로 경문을 읽었습니다.

공지사항 때 꼭 얘기해야 할 것이 갑자기 떠오르면 입으로는 경문을 읽으면서 머리로는 공지사항 때 말해야 할 것을 잊지 않으려고 계속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도 공지사항 때 잊지 말고 말해야 할 것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다가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하고 성체를 들어올려야 하는 순간에 성작을 들어 올렸습니다. 순간 ‘앗!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 하며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방금 성작을 잘못 들어 올렸으니 다음에는 그냥 경문에 따라 성작을 다시 들어야 하나? 아니면 성체를 안 들었으니 성체를 들어야 하나? 하지만 이제 와서 성체를 들면 이상하지 않나? 그럼 그냥 성작을 들어야 하나?’ 이러는 와중에 경문을 읽으면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성작을 들었습니다. 다행히 신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위와 같은 저의 일방적인 실수도 있지만 신자들이 함께해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강론을 끝내고 사도신경을 “전능하신 천주 성부~”로 해야 하는데 딴생각을 하다가 그만 “전능하신 하느님과~”로 뱉어 버렸습니다. 갑자기 당황해지면서 얼굴이 빠른 속도로 빨개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신자들이 저의 실수로 인한 민망함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라고 친절하게 받아서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신자들도 저의 잘못된 기도를 받아 하면서도 이상함을 느끼셨는지 한 분, 두 분씩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서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신자들도 잘못됐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으셨는지 기도 소리가 작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실수를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전능하신 천주 성부~”로 했습니다.

이런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고 난 다음부터는 너무 부끄러워 미사를 좀 더 정성껏 봉헌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와 같은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미사 중에는 주님에게만 집중하고 습관적으로 기도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미사를 통해 주님의 사랑으로 충만하게 되어 세상에 나아가 예수님의 따뜻하고 강렬한 사랑을 많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신앙생활을 하시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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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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