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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성 이냐시오 로욜라 (4)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며 그리스도께 다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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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성인은 이냐시오가 영적 회심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이탈리아 수비아코 베네딕도회 수도원에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 프레스코화.



이냐시오는 성 프란치스코와 성 도미니코를 자서전에 명시적으로 언급한다. 「금빛 전설」에서 데 보라진은 도미니코 성인을 주님의 보호자이며 교회의 보호자로 묘사한다. 또한, 이냐시오로서는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야기를 「금빛 전설」을 통해 읽으면서 자신의 삶과 어떤 비슷한 점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일부분만 발췌해 보자.



주님의 기사 동경한 세속의 기사


“프란치스코, 가장 높은 분의 종이며 친구는 아시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상인이 되었으며 20세까지 헛된 삶을 살아왔다. 그 후 주님은 그에게 병고를 허락하시고, 매우 빠르게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켜 예언자의 정신을 현현하게 하셨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프란치스코, 달콤함 앞에 쓴 것을 내어 놓아라. 나를 알고 싶다면 너를 버려라.”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 이야기의 이 부분은 이냐시오 자신의 삶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성인 또한 회심 이전에는 이냐시오처럼 세상의 헛된 영광을 추구하였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병고를 겪었던 것처럼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이냐시오 또한 병고를 겪고 부상으로부터 회복 중이다. 이냐시오는 프란치스코의 회심에 깊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이냐시오 또한 그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택하기로 하였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그 유명한 「신국론」을 저술했는데, 데 보라진은 그 내용을 「금빛 전설」에서 다룬다.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이 세상은 예루살렘의 왕인 그리스도와 바빌론의 왕인 사탄이 서로 대치하는 전장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두 개의 도시 중에서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도미니코 성인과 프란치스코 성인이 주님의 종이며 친구이고 기사로 묘사되는 데 반해, 이냐시오 자신은 세상의 왕족을 위한 기사로서 살아왔다. 이러한 상황은 이냐시오에게 자신의 과거 삶을 숙고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스스로 자문한다. “성 프란치스코나 성 도미니코가 한 일을 나도 하면 어떨까?” 이런 상념이 점차 발전되어 이냐시오는 ‘영의 식별(discernment of spirits)’에 대한 인식을 얻게 된다.



책 통해 그리스도 생애를 묵상

이냐시오가 읽은 또 다른 책인 「그리스도의 생애」에서 이냐시오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자. 「금빛 전설」이 성인들의 모범적인 거룩한 생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면 작센의 루돌프가 저술한 「그리스도의 생애」는 그리스도의 삶의 신비를 묘사한 책이다. 이 책은 성경, 교부학, 특히 요한 크리소스토모,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위 보나벤투라, 보나벤투라 등 풍부한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된 매우 방대하고도 학문적인 글이다. 라틴어로 저술된 이 책의 본래 제목은 「우리의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인데, 그리스도의 생애가 인간을 향한 하느님 구원의 드라마의 순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이냐시오는 이 책의 스페인어 번역본을 읽었다. 이냐시오는 이 책을 통해 후에 그가 저술한 「영신수련」의 다양한 내용을 길어 올렸다. 17개의 요점으로 구성된 이 책의 서문을 일부분 살펴보도록 하자. 여기에서 루돌프는 성경과 교부들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대하여 매우 풍부한 설명을 제공한다. 첫 번째 요점의 제목은 ‘그리스도의 생애와 그리스도인의 생활’이다. 여기에서 루돌프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관점을 따르면서, 하느님은 자족한 분이지만 인간은 불충분한 존재로 묘사한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죄인이라는 것이다. 이 죄인들은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용서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리스도를 본받도록 초대받은 존재다. 그럼으로써, 죄인인 인간은 자신의 부족함과 죄에서 탈피해 본래의 상태로 회복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죄에 대한 깊은 참회와 고해를 통해 그리스도께 나아가야 하고 모든 악을 피하며 선을 행해야 한다. 이러한 회개를 통해 그리스도와 화해함으로써, 죄인들은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이러한 역동성은 「영신수련」의 첫 번째 주간의 역동성과 매우 유사한 면을 보여 준다.

루돌프의 뛰어난 점은 그 내용의 풍부함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를 방법론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독자들을 더욱 깊은 내적 차원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카르투시오회 출신 수도자인 루돌프는 이 수도회의 영적 전통인 ‘렉시오 디비나’ 방법을 이 책에 적용했다. 그리스도의 생애를 독서(lectio), 묵상(meditatio), 그리고 기도(oratio)의 순서에 따라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도록 초대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본받기(imitation of Christ) 위한 내적 여정을 한 걸음씩 밟아 나아가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루돌프는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를 읽을 때에는 독자가 그리스도의 신비 사건의 장면이 일어나는 것처럼 상상력을 사용하라고 한다. 또한, 그 장면들을 내적으로 음미하라고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냐시오는 「자서전」 7항에서 밝힌 것처럼 간혹 읽기를 멈추고 자신이 읽은 내용을 마음속으로 헤아리곤 하였다.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이냐시오는 그리스도를 단지 이성적으로만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얻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에 관한 경험적 지식은 단순히 그리스도에 관한 책을 읽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알게 된 지식이 아니다. 이러한 지식은 우리 영혼을 살찌우지 못한다. 경험적 지식은 말 그대로 그리스도를 경험해 알게 된 지식을 말한다. 그래서, 이 지식은 우리가 더욱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와 인격적 관계를 맺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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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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