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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사 이야기] (27) 곽승룡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제일 싸다고 해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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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십 년 전 일입니다. 본당 신부로 있을 때, 젊은 남성분이 저를 찾아와서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하며 말을 건넸습니다. “저, 혹시 천주교에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처럼 지내는 미사라는 게 있다던데 그렇다면 제 어머니를 위해 49제를 지내 주실 수 있는지요?”

천주교에서는 불교처럼 49제는 드리지 않지만, 굳이 천주교 전례에 맞춰서 말씀을 드리면 성령강림대축일이 부활부터 50일 되는 날인데 49제에서 하루를 더 해서 50제와 같은 미사를 드릴 수 있을 거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 젊은 분이 천주교 신자도 아닌데 어떻게 성당을 찾아와서 미사를 신청하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 젊은 사람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상세하게 성당의 미사를 신청하려는 동기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그 젊은이는 사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데, 어머니께서 고생만 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답니다. 어머니께서 정말 좋은 곳, 천국에 즉시 오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종교를 찾아가 기도 부탁을 했다고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먼저 불교의 절을 찾아가서 사정 말씀을 드리고 어머니를 위한 49제 기도를 부탁했더니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는 도저히 어려워서 포기를 하였답니다. 그 후 그 젊은이는 어머니를 위한 제사 기도를 해 줄 수 있는 모든 종교를 거의 다 찾아다녔는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계룡산에 있는 무속인을 찾아가서 어머니 49제 기도를 부탁하고, 절에서 경험한 바도 있어서 조심스럽게 제사 비용 일체를 물어보았답니다. 무속인이 말씀하기를 그 당시 우리나라가 IMF 금융위기를 겪고 있던 터여서 그랬는지 사실은 제사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데, 나라가 어려우니 깍아서 몇백만 원만 지불하면 기도를 해 드릴 수 있다고 했답니다.

그 젊은이는 IMF를 겪지만 집이 가난해서 고생만 하시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49제 기도를 정성껏 드릴 마음으로 찾아다녔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 젊은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성당의 미사가 있는지를 알고 49제 미사 신청을 하러 왔느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그 젊은이는 “여러 종교를 찾아가 알아봤는데, 그래도 천주교 미사가 제일 싸다고 해서 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 젊은이가 사는 이웃집에 천주교 신자가 살고 있었고, 천주교 신자가 젊은이의 사정을 듣고 천주교에서도 돌아가신 분을 위한 위령 미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정보를 주었답니다.

인간은 누구든지 부모님께서 좋은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위령 미사는 돌아가신 분이 하느님 뜻대로 이 세상을 살다가 천국에서 하느님과 일치된 삶을 누리고 성인들을 본받아 하느님 곁에 갈 수 있도록 드리는 기도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및 현대의 종말론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의 삶을 토대로 한 그리스도인 희망의 역할을 매우 강조합니다. “교회는 또한 세상 종말에 대한 희망이 지상 사명의 중요성을 감소시키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새로운 동기를 주어 지상 사명 완수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가르친다.”(「사목헌장」 21항) 교회의 미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나의 미사 이야기’에 실릴 원고를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8매 분량 글을 연락처, 얼굴 사진과 함께 pbc21@cpbc.co.kr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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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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