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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사순 제2주일 (마르 9,2-10)

주님께 푹~ 빠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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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주님과 함께할 때 찾아와

너무 외로워서 힘들다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은 늘 외톨이었다고 하면서 이제는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을 견디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보았습니다.

“혹시 화장실에서 힘주고 계실 때에도 외롭습니까?”

분명히 화장실 안에서도 혼자일 것입니다. 그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도 않고 또 함께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을 주고 있을 때 외롭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외로워서 힘들 때는 집중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 내 옆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을까요? 옆에 누군가가 있다 해도 그에 대해 집중하지 않으면 혼자 있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신앙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님께서 계시지 않는 것 같다고, 나를 늘 외면하시는 주님인 것 같다면서 외롭고 힘들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 역시 주님께 푹 빠져 있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기도나 묵상 생활을 하지 않고, 성경이나 영적 독서를 통해 주님의 말씀도 듣지 않으며, 미사나 피정을 통해 자신의 믿음을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과연 주님을 느끼고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유럽 성지순례를 다니다 보면 중세 수도원을 순례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 수도원은 대부분 도시에서 벗어나서 홀로 고립되어 있습니다. 외롭고 힘든 삶이 가득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중세의 수도자들은 이 안에서 큰 기쁨과 행복을 체험했습니다. 장소와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주님께 집중하면서 푹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이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주님께 푹 빠져 있는 우리가 되기를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십니다. 이 제자들은 이 산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예수님을 목격하게 되지요. 더군다나 그 자리에는 당시 유다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모세와 엘리야가 있었습니다.

아마 천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베드로는 이 자리에 눌러살자는 의미로 초막을 지어서 이곳에서 지내자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하긴 이전까지 바쁜 전교 여행을 통해 얼마나 힘들고 피곤했을까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활동하기보다는 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주님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었지요. 단지 자신의 욕심이 드러난 말일 뿐이었습니다. 이에 하늘에서는 이런 말이 울려퍼집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주님께 푹 빠져 있지 못한 제자들을 향한 하늘의 외침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외침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향해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상 것에만 푹 빠져 있는 우리를 향해,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불평불만 속에 살고 있는 우리를 향해 제발 주님 말씀을 듣고 따를 수 있기를 요청하십니다. 이렇게 주님께 집중하면서 푹 빠져 있는 우리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믿음과 사랑으로 행하면 기쁨과 행복이

제1독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이사악까지도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번제물로 봉헌하려고 했던 것은 그만큼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푹 빠져 있는 굳은 믿음을 보여준 아브라함에게 그 후손들에까지 이어지는 복을 내려주십니다.

물론 우리의 믿음은 아브라함처럼 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힘들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어리석은 신앙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의 친아드님까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주신(로마 8,32) 하느님의 사랑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 노력은 일상의 삶에서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러한 말씀을 하셨지요.

“거룩함은 특별한 것을 행함을 뜻하지 않고, 사랑과 신앙으로 평범한 것을 행함을 뜻합니다.”

사랑과 신앙을 가지고 평범한 것을 행하는 가운데 우리는 점점 더 주님께 푹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푹 빠지는 생활 안에서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조명연 신부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전담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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