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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을 찾아서] (84) 18세기 ① - 바로크 예술과 계몽주의 시대 영성

영성생활에 걸림돌 된 극적 감동과 이성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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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바로크 시대 예술은 성경과 교리를 사실적으료 묘사해 극적 감동을 선사했지만, 지나치게 화려하게 장식된 성전과 요란한 예식 등은 신자들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카라바조 작 ‘그리스도의 매장’, .



16세기 가톨릭교회는 종교 개혁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세속 학문의 발전으로 신앙과 신조가 도전받는 가운데 영성생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와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1642)의 지동설(地動說) 및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의 행성운동법칙(行星運動法則)은, 영국에서 데카르트(Ren Descartes, 1596~1650)의 합리론과 대치되는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1)의 경험론을 촉발했습니다. 17세기에 나타난 새로운 사조들은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철학 사상과 대립했습니다.



신앙 교육에 활용된 바로크 예술과 과장되고 감성적인 영성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 가톨릭 신앙과 신조에 대한 종교 개혁주의자들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믿을 교리를 재천명했으며, 신자들에게 신앙의 강화를 위한 교리 교육 수단으로 성예술(聖藝術) 활용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므로 주교들은 그림이나 그 밖의 초상 안에 표현된 우리 구원의 신비 역사를 통하여 백성이 신앙 조문을 기억하고 그것을 항구하게 상기하도록 교육받고 굳건해지도록 주의 깊게 가르쳐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모든 성화상들로부터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신자들이 이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성인들의 모범에 따라 자신들의 생활과 습관을 바로잡으며, 하느님을 흠숭하고 사랑하며, 신심을 기르는 데에 고무될 것이다.”(「신경 편람」 1824)

17~18세기는 화려한 바로크(baroque) 시대였습니다. 바로크 예술은 허세를 부리는 듯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웅장한 규모의 작품을 통해 격정적이고 감성적이며 극적인 양식을 추구했습니다. 특히, 17세기에 바로크 예술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탈리아에서 가톨릭교회는 종교개혁을 극복하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자 사치스러운 건축물과 예술 작품을 제작했으며, 그 작품들을 통해 신자들에게 신앙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여전히 가톨릭 신앙이 굳건했던 북유럽 플랑드르에서도 바로크 예술은 화려한 종교 예술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17~18세기 프랑스로 건너간 바로크 예술은 프랑스 절대주의 영향 속에서 왕실 중심으로 비종교적인 주제를 다루는 예술로 발전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18세기 사치스럽고 우아하며 섬세한 장식을 강조한 비실용적인 로코코(Rococo) 예술이 등장했습니다.

성경 속에 이야기를 다룬 카라바조(Michel 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의 그림은 오히려 신자들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독창적이었으며, 성경 속 인물들과 교회의 성인들을 주제로 한 베르니니(Giovanni Lorenzo Bernini, 1598~1680)의 조각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해 많은 성당 안팎을 장식했고, 역동적인 보로미니(Francesco Borromini, 1599~1667)의 건축물들이 이탈리아 곳곳에 세워졌습니다. 성경 속 이야기를 다룬 벨기에의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나 네덜란드의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가 남긴 종교화는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하며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바로크 예술이 성경과 교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신자들에게 극적인 감동을 주고, 그들의 이해를 돕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화려하게 장식했던 성당이나 요란하게 거행했던 예식과 신심 운동은 경건한 기도생활과 성사생활에 참여하려던 신자들에게 오히려 불편함을 주면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형식과 개인 중심의 초라했던 계몽주의 시대 영성

17~18세기 유럽에서는 ‘계몽주의(En-lightenment)’가 출현했습니다. ‘계몽(啓蒙)’은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사람을 가르쳐 지성을 깨우쳐 참된 지혜와 지식의 광명에 들어가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계몽주의는 전통적인 관습, 의례, 도덕에 따라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비판하고 인간의 이성으로 인간 중심적인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키려던 시대정신이었습니다. 즉, 계몽주의는 선험(先驗)적인 형이상학보다 경험적인 과학을 선호했고, 절대 권위주의보다 인간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했으며, 특권 의식보다 평등하게 누리는 인간 권리 및 교육 기회를 추구했습니다.

따라서 계몽주의는 종교, 특히 계시 종교(啓示宗敎)였던 그리스도교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적대 관계로 만들었습니다. 계몽주의에 따르면, 계시 종교는 인간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계시를 받기 전 인간을 미성숙하게 여기기에, 이를 이성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봅니다. 계몽주의 비판을 받았던 계시 종교는 그 비판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오히려 자기 성찰로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계몽주의도 계시 종교를 비판하면서 인간의 이성이 굳어지면 이성주의라는 새로운 권위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스스로 끊임없이 계몽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계몽주의의 또 다른 도전 중 하나는 프랑스에서 ‘백과사전학파(Encyclopdistes)’가 출현한 것이었습니다. 프랑스 출판업자 브르통(Andr le Breton, 1708~1779)은 영국 저술가 체임버스(Ephraim Chambers, 1680~1740)가 1728년 영국에서 두 권으로 출판했던 「백과사전, 혹은 과학과 예술에 관한 일반 사전(Cyclopædia, or an Universal Dictionary of Arts and Sciences)」을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에게 프랑스어로 번역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디드로는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서 세상의 모든 새로운 개념을 다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프랑스 철학자이자 물리학자 및 수학자인 달랑베르(Jean-Baptiste Le Rond d’Alembert, 1717~1783)와 함께 편집자가 돼 1751~1772년 28권으로 구성된 「백과사전, 혹은 과학, 예술, 기술에 관한 체계적인 사전(Encyclopdie, ou dictionnaire raisonn des sciences, des arts et des mtiers)」을 출판했습니다. 이때 7만 항목이 넘는 내용을 집필했던 지식인 그룹이 백과사전학파라고 불렸습니다. 프랑스 가톨릭교회와 프랑스 왕정은 개혁적인 성향을 지닌 그들을 탄압했습니다.

이러한 유물론적 사상의 분위기 속에서 18세기 그리스도교 영성 사조는 초라하게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7세기에 출현한, 신비생활에 대한 이단인 정적주의로 말미암아 비이성적으로 비친 신비신학은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게다가 같은 시기에 출현한 수덕 생활에 대한 이단인 얀센주의는 이성으로 헤아리기 어렵지 않은 실천적인 측면 때문에 18세기에도 한동안 올바른 영성 생활로 이해돼 받아들여졌습니다. 결국, 18세기에 그리스도교 대중 영성생활은 형식적인 측면이 강조된 예식 중심의 영성을 추구했으며, 개인 신심 운동 위주로 나타났습니다.



비록 계몽주의가 추구했던 사상적인 측면이 그리스도교 신앙과 대립 관계를 형성했지만, 사용했던 이성주의적인 방법론은 향후 그리스도교 영성생활을 이론화하고 체계화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또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모으려고 했던 프랑스 백과사전학파의 방법론은 가톨릭교회가 근현대 영성신학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치면서 자칫 감성에 휘둘릴 수 있었던 개인적인 대중 영성을 이성적으로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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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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