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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33)조금은 둔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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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감정을 비우려고 호흡을 크게 들이켰다. 천천히 성경을 펼쳤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루카 6,26)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마음이 출렁였다. 너무도 사소해서 아닌 척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소문이 나와 관련된 일이라 신경 쓰였다. 굳이 나 자신과 연결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말이다. 소문의 진원지인 당사자 앞에서는 안 그런 척 애썼지만, 이미 나의 마음은 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찼다.

‘저 사람은 배려라곤 전혀 없군’, ‘게다가 고집까지 세네’,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그에게 직접 소문을 듣지도 않았는데 그의 작은 것도 눈에 거슬렸다. 한편으론 내 감정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괜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소문만 듣고도 이토록 마음이 요동을 치다니.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사람들이 나를 좋게 말하면 오히려 나는 불행할 것’이라고. 좋고 나쁜 정답이 말하는 사람의 입에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의 예민함 탓이리라. 조금은 둔해도 괜찮은 것을.

요즘은 넘치다 못해 질식할 것 같은 ‘말’의 홍수에 빠져 사는 것 같다. 대화인지, 잡담이나 험담인지 구분이 안 될 때도 있다. 대면 대화가 힘들고 용기없는 사람은 소셜네트워크로 대화를 중계한다. 이 말은 확성기보다 더 크고 빠르게 퍼진다. 때론 가시가 되고 화살이 되어 누군가의 심장에 아픈 상처도 남긴다.

조금은 둔감해야 평화롭다. 상처가 났다고 긁어대면 더 아프다. 불편할 때마다 민감하게 대응하면 스트레스만 커진다.

‘신경 좀 끄시지.’ 자신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는 빠진다. 게다가 예민하기까지 하면 어쩔 것인가?

젊을 때는 에너지가 충만하다. 해보지 못한 일도 해야 하고. 경험이 없으니 부정도 하고 불평도 험담도 해볼 만하다. 그래서 후회도 하고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힘들게 올라간 길 다시 내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모든 기능이 쇠퇴하면서 사용할 에너지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좌절할 이유는 없다. 판단하고 불평하고 부정하는 에너지만 안 쓰면 된다. 자꾸 부정적인 일에 힘을 빼다 보면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다.

‘나는 예민해서 도저히 안 돼!’라고 생각한다면 부정이 긍정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언니가 동장이었을 때였다. 긴급회의를 하는 도중 언니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다음 날 지역신문에 ‘비상회의 때 스마트폰을 만지는 여동장의 불성실한 모습’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언니는 기자에게 무척 화가 났다. 며칠 후 언니는 기자를 만났다. 그리고 대화를 피하려는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했다. “기자님, 지난번 기사 정말 고마웠어요. 그 이후로 회의 때 절대로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아요.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그 기자는 얼굴이 붉어졌고, 안절부절못했다. 그 후 언니를 멀리서 보기만 해도 먼저 달려와 반갑게 인사를 하더란다.

이렇게 반전의 역전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조금은 둔해도 좋다. 과민해서 좋을 게 없으니까.



성찰하기



1 소소한 일에 감사하고 작은 일도 큰소리로 웃고 즐겨요.

2 감사한 마음은 부정을 줄이고 둔감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입니다.

3 예민해서 스트레스가 생길 때 “조금은 둔해도 괜찮아”라고 나 자신을 위로해요.

4 소문으로 인해 불쾌할 때면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말씀을 되뇌며 기도해요.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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