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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연중 제25주일 (마르 9,30-37)

사랑만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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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연 신부(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전담)



언젠가 지인들과 함께 전라도 지역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나들이라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멋진 곳을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으로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서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사람들 모두 떨어지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합니다. 그런데 슬슬 걱정됐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해본 사람이 없어 제가 운전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더 늦으면 길이 막혀 운전하기가 힘들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낙조 다 봤으니까 이제 차 타고 올라갑시다. 지금 가야 길이 안 막혀요.”

그러자 한 자매님께서 “세상에! 이 아름다운 풍경을 놔두고 벌써 가요? 여긴 온 지 10분밖에 안 됐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속으로 ‘낙조가 뭐 별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바로 갈 수가 없어서 “그럼 10분 뒤에 출발할게요”라고 했습니다. 그분 표정에 아쉬움이 역력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외출하신 자매님이셨습니다. 자식을 키우고, 살림하느라 여행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서해의 낙조가 얼마나 특별했겠습니까? 그런데 운전이 힘들다는 생각에 빨리 가자고만 했으니 얼마나 아쉬우셨을까요.

내 위주로만 생각하면 상대방을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생각이 합리적이고 가장 올바른 길처럼 여겨져도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 안에 사랑이 없다면 분명히 옳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 예고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마르 9,31)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은 걱정하고 두려워할 뿐입니다. 자신들과 함께하신 주님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향한 큰 사랑으로 수난과 죽음을 피하시지 않습니다. 제1독서인 지혜서 구절처럼 “수치스러운 죽음을 내리자”(지혜 2,20)는 악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인간적인 판단만을 한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기준으로는 첫째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정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님의 기준은 분명히 다릅니다. 자리의 높고 낮음이 중요하지 않고 사랑의 유무가 중요합니다. 주님의 기준인 사랑의 실천에 따라 하늘나라에서 첫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랑을 실천하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어쩌면 사랑의 원칙을 자주 잊어버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랑의 원칙은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이웃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대한 욕심과 이기심으로 나를 향한 사랑이 더 크기에 이웃을 향한 사랑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제2독서를 통해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청하여도 얻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욕정을 채우는 데에 쓰려고 청하기 때문입니다.”(야고 4,3)

이제 우리들의 선택이 남았습니다. 세상의 첫째 자리를 차지하겠습니까? 아니면 하늘나라에서의 첫째 자리를 차지하겠습니까? 세상의 첫째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각종 조건이 많습니다. 능력도 좋고, 돈도 많고, 또 운을 비롯한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세상의 첫째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의 첫째 자리는 딱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사랑만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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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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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3장 12절
아버지가 아끼는 아들을 꾸짖듯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꾸짖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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