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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33주일 (마르 13,24-32)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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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연 신부(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전담)


한 형제님께서 새해에 어느 지인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먼저 그 집의 어르신께 세배를 올리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르신, 백수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아무런 덕담을 해주지 않으셨다는 겁니다. 그 형제님은 지인에게 어르신이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면서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지인은 어떻게 인사했는지 묻습니다. “백수하시라고 말씀드렸는데요?”라고 대답하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보게. 우리 아버지가 올해 99세야. 백수 하시라고 했으니, 1년만 더 살라는 말로 들으셨을 것이 아닌가? 당연히 기분이 나쁘시겠지.”
 

이 말을 듣고서는 크게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세배 올리겠습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라고 인사하자, 그제야 밝게 웃으시며 “자네도 복 많이 받고 내년에 또 오시게”라고 덕담을 하시더랍니다.
 

오래 살고자 하는 게 과연 어르신의 욕심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아마 새로운 삶에 대한 불안 때문일 것입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없고, 자신 역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죽음을 두렵게 느끼는 것이지요.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누구나 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태어나는 것과 죽는 것은 나의 영역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의 삶 안에서 많은 것을 선택하며 살아갈 뿐입니다. 그리고 삶에서 내가 행한 모든 것을 통해 죽음 이후의 삶이 결정됩니다.
 

주님께서는 종말에 대해 말씀을 하십니다. 분명히 두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입니다. 어떻게 최후의 순간이 즐거울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요? 두려움과 걱정으로 힘들게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최후 심판의 날은 반드시 오기 때문에, 이날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더욱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특히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십니다.(마르 13,32 참조) 심지어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로지 아버지 하느님만 아시기에 매 순간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오늘 제1독서에서 말하는 재앙의 때가 올 때, 구원을 받을 책에 쓰인 이들입니다.(다니 12,1 참조) 내 사랑의 실천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해도 하느님께서는 책에 기록하듯이 우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책에 기록된 이들이 영원 무궁히 빛날 것이라고 말합니다.(다니 12,3 참조)
 

걱정과 두려움이 필요한 지금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없애시려고 당신 스스로 제물이 되셨고, 우리를 계속해서 이 구원의 길로 올 수 있도록 기다리십니다.(히브 10,12-13 참조) 그러므로 주님 안에서 커다란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하느님 나라 안에서 삶을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사랑의 실천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아주 좋은 고급 승용차를 샀습니다. 그런데 이 승용차를 전혀 관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또 아무렇게나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얼마 가지 않아 그 누구도 고급차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고급차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정비하고 관리한다면 어떨까요? 오랫동안 고급차로 인정받게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물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그 훌륭함을 당연히 간직할 수도 없고, 더불어 나의 소중한 가치도 잃어버립니다.
 

나의 훌륭함과 그 소중한 가치를 계속해서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어떻게든 실천하며 사는 우리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니까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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