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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 영성 나는 평신도다] (8)한국 교회의 현주소2 : 독일 교회를 가르친 한국 교회

교우촌 소공동체 영성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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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주교단은 2009년 한국 교회 소공동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아 연수회를 가졌다. 당시 독일 주교단은 제주교구 서귀포본당 신자 가정집을 방문해 소공동체 모임을 참관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2009년 한국을 방문한 독일 주교단이 한국 신자들에게 독일서 가져온 기도문을 선물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DB



기억하십니까? 독일 천주교회가 한국 천주교회를 배우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정확히 10년 전의 일입니다. 2009년 봄 독일 주교단이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아 연수회를 가졌습니다. 당시 연수에는 독일 밤베르그대교구의 쉬크 대주교를 비롯해 5명의 보좌 주교와 관계자 등 1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필리핀 부투안교구의 푸에블로 주교 등 아시아 주교와 관계자도 6명이나 함께했습니다.



활기찬 나눔과 친교의 모습 보여줘

이들 앞에서 한국 교회 소공동체 전문가들은 소공동체의 원리와 적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효과와 비전 등에 대해 높은 신학적 식견을 전달했고, 당시까지의 경험에 대해서도 소상히 안내했습니다. 직접 소공동체 모임이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안내해서 활기찬 나눔과 친교의 모습도 자랑스럽게 보여줬습니다. 이에 독일 주교단 및 참가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급기야는 “독일 교회에 당장 적용하겠다”는 응답이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나는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보편 교회에 한국 교회가 기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물적, 영적, 신학적 차원에서 받기만 해온 한국 교회가 이제 나누는 교회로 전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한국 교회가 소공동체를 대안이 아닌 필연적 구현 대상으로 선언한 지 오래지만, 현실은 아직 열매를 맺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혹여 맺은 열매마저도 말라 있는 듯 보입니다. △복음에 깊이 천착하지 못하는 천편일률식 복음 묵상 △소공동체가 본당 공동체의 하부 조직으로 인식되는 현실 △맞벌이 부부 증가에 따른 소공동체 봉사자 감소 △일부 본당 사목자의 인식 부족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소공동체 사목이 교회의 내적 요구에 몰두해 사회 맥락과는 동떨어져 있는 점은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와 관련해 소공동체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한국 교회 사제단 안에서 아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제마다 소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보니 본당 소공동체의 운용도 천차만별입니다. 소공동체를 본당 사목을 위한 실용(實用)적 차원에서 보느냐, 아니면 작은 교회의 구체적 실현(實現)으로 보느냐는 아직도 논란거리입니다. 실용과 실현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해 보입니다.



소공동체, 복음 전하는 도구로

소공동체는 본질적으로 신자 개개인의 영성을 성장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그 방법은 역사적 예수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믿음을 격려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소공동체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삶 속에서 복음을 실천해서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표양을 드러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묵상해야 합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유럽 교회에서 볼 때 한국 교회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교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 교회가 그만큼 새롭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 교회는 보편 교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새롭게 깨어 있을 때 한국 교회도 유럽 교회에 선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선물이 되려면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초창기부터 교우촌 영성이라는 형태로 소공동체를 살아왔습니다. 우리 민족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공동체 속에 당신이 함께하신다는 약속(마태 18,20 참조)을 일찌감치 체득했습니다. 종말론적 영성인 순교 영성의 그늘에 가려 그동안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지만, 육화론적 영성인 교우촌 소공동체 영성의 전통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은 활력 잃은 듯 보이는 한국 교회 소공동체가 새로운 동력(動力)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정치우(안드레아, 새천년복음화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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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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