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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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28. 성녀 데레사의 기도 가르침 ①

기도, 하느님과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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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과의 친밀한 우정의 나눔인 기도

하느님과의 친밀한 우정의 나눔인 기도

성녀 데레사의 영성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기도’입니다. 그만큼 기도는 성녀 영성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녀에게 기도는 ‘성성(聖性)’을 향한 여정 그 자체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기원인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게 해주는 길이자 동시에 인간이 걸어가야 할 궁극적 목적인 ‘하느님과의 합일’을 이루게 해주는 필수 도구입니다.

성녀는 완덕(完德)에 이르기 위해 인간이 걸어야 할 길과 기도의 여정을 동일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성성에 이르는 길이 다름 아닌 기도의 정상에 이르는 길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회심에서부터 성성의 절정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거쳐야 할 완덕의 단계들은 ‘기도 안에서’ 그리고 ‘기도를 통해서’ 실현된다고 성녀는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성성의 길에 나아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도가 아니면 하느님이 누구신지 알 수도 없고, 그분을 사랑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기도에 충실했는가, 기도를 통해 얼마나 주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였으며 그분 말씀에 응답했는가가 한 인간의 영적 진보의 정도를 가늠하는 시금석(試金石)입니다. 이러한 기도의 비밀은 성녀가 「자서전」(8,5)에서 전해주는 기도에 대한 정의에 잘 드러납니다. “나는 기도란 자기가 하느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하느님과 단 둘이서 자주 이야기하면서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과 인격적 관계 맺음인 기도

성녀 데레사가 몸소 실천했고 우리에게 가르친 기도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성’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녀는 그 관계를 ‘우정’에 비유했습니다. 하필이면 왜 ‘우정’에 비유했을까?

성녀가 자신의 생애와 그 생애 동안 주님께서 베푸신 자비를 기억하며 쓴 「자서전」 초반부를 보면, 사춘기 시절부터 많은 친구들과 더불어 좋은 우정을 나눴다는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생 수녀원에 들어간 후에도 훌륭한 인품을 가진 여러 사람들, 그리고 영성적으로나 학적으로 잘 준비된 신부님들과 좋은 영적 우정을 계속 맺었습니다. 성녀는 그런 우정들이 지닌 가치, 긍정적 측면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성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떻게 좋은 우정을 맺고 키워나갈 수 있는지를 체험적으로 잘 알았던 사람입니다.

건강한 인격적 관계를 맺는 측면에서 볼 때 성녀는 이미 본성적으로 준비가 잘 된 여인이었습니다. 영성생활에 있어서 이제 인격적 관계를 맺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하느님으로 발전한 것일 뿐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인격적인 분

그렇다면 왜 그리스도교적 기도는 인격적 관계 맺음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믿고 사랑하는 분이 ‘인격적인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이시며 세 위격 간에 서로 사랑하며 온전히 친교를 나누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세 위격 사이의 사랑이 넘쳐흘러 창조가 이루어졌고, 마침내 그 창조의 정점인 인간이 창조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특별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란 말은 다른 피조물과 달리, 마치 아들이 아버지의 DNA를 전수받아 아버지를 꼭 빼닮듯이, 그렇게 본질적으로 하느님을 닮은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구약과 신약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계시된 하느님은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우리 손으로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은 추상적인 개념이나 우리와 전혀 상관없이 머나먼 옥좌에 앉아 그저 우리를 관망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을 사랑스럽게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시며 섭리적으로 이끄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그의 삶의 역사 안에 함께 동행하면서 그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등 그의 모든 삶의 굽이굽이에 함께하시며 그를 보호하시고 인도하시고 그래서 마침내 당신이 약속하신 가나안 복지로 데려다 주시는 역사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 사랑에 사랑으로 응답하는 시간인 기도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한 분으로 꼽히는 성 토마스는 자신의 명저 「신학대전」 1부 50~55문항에서 다양한 개념들을 바탕으로 창조에 대해 설명한 다음, 마지막에 이렇게 반문합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모든 것 중에 창조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개념에 대해 꼽는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관계(relatio)’라고 그는 대답합니다.

그렇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본래 사랑이 충만하신 나머지 그 사랑을 나눌 대상을 창조하시고 그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부어주십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말은 바로 그런 하느님을 닮았다는 말이고 먼저 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에게 사랑을 건네신 그분께 사랑으로 응답해 드릴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존재의 신비를 깨닫게 되고 참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기도는 바로 우리에게 먼저 사랑을 건네신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듣는 시간이자 그분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씀, 그 사랑에 응답함으로써 그분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시간이라고 하겠습니다.

기도가 그저 우리가 갖고 싶은 것,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해달라고 떼만 쓰는 시간이라면, 서낭당에 가서 물 한 그릇 떠놓고 비는 것과 뭐 그리 다르겠습니까?

진정한 기도는 우리를 내신 분을 알고 사랑하고 그 사랑에 응답해 드리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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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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