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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29. 성녀 데레사의 기도 가르침②

“마음의 눈을 뜨고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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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레사 성녀에게 있어서, 기도는 예수님과 사랑의 눈길을 나누는 것이다. 사진은 영화 「나자렛 예수」의 한 장면.

기도는 주님을 바라보는 것

성녀 데레사는 기도의 대가답게 단순하면서도 쉬운 말로 기도가 무엇인지 그 핵심을 정확히 짚어줍니다. 성녀가 여러 작품에서 기도에 대해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주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성녀는 「자서전」 13장 22절에서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추리 작용을 접어두고 구세주 곁에 머뭅시다. 만일 할 수 있다면 주님께서 우리를 보고 계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의 벗이 되어 있음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임께 아룁시다. 우리의 애절한 소망을 여쭈고 스스로 낮추며 임과 함께 즐깁시다. 또한 우리는 임 앞에 머물기에 천만부당한 자임을 잊지 맙시다. 영혼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될 때 비록 그것이 묵상의 시초일지라도 거기서 퍽 큰 유익을 얻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심 문구는 “주님께서 우리를 보고 계시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의 벗이 되어 있음을 바라보도록 합시다”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지금 사랑 가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계시는데, 그걸 알아차리고 그런 시선을 던지고 계신 그분을 바라보라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말없이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합니다. 그처럼 내 인생의 유일무이한 최고의 사랑이자 내가 궁극적으로 늘 바라왔고 내 사랑이 영원히 머물, 바로 인간이 되신 하느님, 예수님이 지금 나를 사랑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계시다는 것을 상상하며 마음의 눈으로 그분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마음의 눈을 뜨고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그분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바라보며 결코 우리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십니다. 재롱을 떨며 놀고 있는 아이에게서 한시도 사랑의 눈길을 떼지 못하는 엄마처럼,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해하는 연인처럼, 하느님은 그렇게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그분을 바라보면 그만입니다.



주님을 바라보기 위한 이탈의 정신

그런데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만 관심이 있는 영혼은 진심으로 남을 바라볼 줄 모릅니다. 그것은 마치 막달레나에게서 예수님의 무덤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요한과 베드로의 차이와 같습니다(요한 20,1-10). 요한은 무덤에 들어가 ‘보고’ 주님의 부활을 믿었던 데 반해, 베드로는 보았지만 믿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성녀 데레사가 말하는 눈길은 사도 요한이 빈 무덤을 보고 믿었던 그 믿음의 눈길을 의미합니다.

또한 성녀 데레사가 말하는 기도는 하느님 아닌 그 이외의 것에서 눈을 떼어 우리의 눈길을 그분에게서 한시도 떼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성녀는 「완덕의 길」 26장 3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따님들이여, 여러분의 님께서는 여러분한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시고 그분 앞에서 온갖 미운 짓 더러운 짓을 다해도 참아주시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외면함이 없으시거늘, 밖의 것에서 눈을 떼어 몇 번이나 당신께 눈길을 돌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도미니코 사비오 성인은 길을 걸을 때면 주위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더라도 절대 쳐다보지 않고 앞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걸었다고 합니다. 하루는 동료 수사가 그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천상에 가서 주님만을 바라보기 위해 세상 것에 눈길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랑하는 남녀가 길을 가는데 애인이 자신은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는 여인들의 미모에만 빠져 바라본다면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아마 예수님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녀 소화 데레사는 3분 이상을 주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언니인 셀리나가 물었을 때, 소화 데레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요?”



주님의 시선을 마주함


그래서 성녀 데레사는 “계속해서 예수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도록” 권했습니다. 나를 바라보고 계신 분, 그리고 당신을 바라보도록 초대하는 분이 누구이신지 주의를 기울이는 가운데 계속해서 사랑의 마음으로 그분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성녀가 말하는 기도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해, 성녀는 그분께 시선을 맞추도록 권고했습니다.

“보십시오. 그분은 당신의 신부에게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우리가 당신을 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여러분이 원하시는 대로 당신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오직 당신께 눈길을 돌리는 것뿐, 당신 편에서 우리를 싫어하시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눈길을 주고받으며 교감하고 마음을 열어 정이 통하게 되면, 그분과 나는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일치하기 시작합니다. 그분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갈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것’은 그분을 향해 내 존재를 온전히 여는 것이자 그분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동시에 그분에게 나를 내어주는 행위입니다.

한마디로, 기도는 그분을 바라보면서 삶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며 그분과 하나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상태가 더 진전되면 오히려 말은 사랑의 교감을 방해할 뿐입니다. 말을 멈추고 온 존재로 그분의 현존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그분과 충분히 깊은 교감을 느끼고 가슴이 충만해질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기도,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사랑의 눈길로 주님을 바라보며 그분의 눈길과 마주하십시오. 그리고 마음을 열어 그분과 사랑의 밀어(密語)를 나누시면 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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