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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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34. 기도와 함께 닦아야 할 덕행 ② ‘이탈’의 정신

내적 이탈, 성성을 향한 여정의 강력한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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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를 위한 필수 덕목인 이탈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이탈에 있다.

 
기도를 위한 필수 덕목인 ‘이탈’의 정신

성녀 데레사가 쓴 「완덕의 길」은 자신의 제자 수녀들을 비롯해 당시 많은 신자에게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누기 위해서 만든 일종의 ‘기도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쳐보면 처음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기도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도를 제대로 하기 위한 올바른 삶의 준비에 대해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성녀는 기도가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 기도를 위해 닦아야 할 필수적인 덕목 중에 하나로 ‘이탈’(離脫)의 정신을 들 수 있습니다. 기도는 기본적으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그분을 내 삶 안에, 내 마음 안에 받아들이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다른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면 하느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완덕의 길」 8장 전체를 할애해서 이 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이탈이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성녀의 말을 들어보기로 합시다. “이탈…이것만 철저히 지키는 날엔 모든 것은 그 안에 다 있는 것입니다”(「완덕의 길」 8,1). 그보다 조금 뒤에서 성녀는 이렇게 힘주어 가르칩니다. “정을 떼지 않은 자, 건전하지 못한 자로 자처하여야 할 것이니 그는 영신의 자유를 가질 수 없고 오롯한 평화를 지닐 수 없는, 의사가 필요한 사람일 것입니다”(「완덕의 길」 8,3). 또한 성녀는 다른 곳에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조심을 게을리하여 내 뜻을 끊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 일을 살피지 않으면 별의별 일들이 생겨서 영신의 거룩한 자유를 박탈할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진토와 납덩이의 짐에 눌려 하느님께로 날아갈 수 없게 될 것입니다”(「완덕의 길」 10,1).



천상으로 데려갈 영적 날개인 거룩한 자유


성녀 데레사가 말하는 이탈은 크게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뉩니다. ①“어떤 것이든 피조물에게는 우리 자신을 건네지 않는 것”, ②“오직 하느님만을 온전히 끌어안는 것”, ③“우리 자신을 남김없이 전부이신 분께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계신 천상을 향해 날아가려는 영혼에게 이탈의 덕이 부족한 것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성(聖性)의 고지에 이르려면 ‘거룩한 자유’가 필요하고 이 자유를 통해 날갯짓해야 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나뭇가지나 봉우리에 앉아 세상이 주는 하찮은 먹이를 받아먹으며 즐기기만 한다면 날갯죽지의 힘도 빠지고 날아야 할 이유도 잊어버려 아예 날려고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십자가의 성 요한 같은 경우, 욕구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빨대상어가 배에 들러붙어 있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나아가려 해도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또 아무리 가는 실일지라도 새가 실에 묶여 있으면 결코 날아오를 수 없으니 절대 그 어느 것에도 애착하지 말고 매이지도 말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집착하고 매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세상 것에, 사람들에게 마음을 뺏긴 내게 탓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세상 어느 것에도 빼앗기지 않도록 늘 마음을 부여잡고 살아야 합니다. 성녀 데레사는 그러기 위해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효과적인 방법을 권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은 일체가 허무(虛無)요 모든 것이 무상(無常)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는 것입니다. 덧없는 것에서 정을 떼고, 다함이 없는 것에 정을 두는 일입니다. 이것이 변변치 못한 방법 같을지 몰라도 실천해나가다 보면 영혼을 아주 굳세게 만들 것입니다. 작고 작은 것에라도 행여 정을 붙일까 조심을 하고 힘써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리십시오”(「완덕의 길」 10,2).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이탈


성녀 데레사는 이탈을 ‘외적 이탈’과 ‘내적 이탈’로 구분했습니다. ‘외적 이탈’은 제반 사물과 사람들에 대한 포기와 단절을 말하며 마음속까지 완전히 이탈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외면상으로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성녀는 가르칩니다(「완덕의 길」 13,7). 그러나 이보다 성녀는 근본적으로 영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내적 이탈’을 더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은 외적 이탈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내적 자세이자 성성을 향한 여정의 강력한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이탈에 있어서 문제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탈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가족을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첩첩산중에서 면벽 수행을 한다 한들, 자신으로부터 자신의 욕심으로부터 떠나지 않는다면 그 모든 수고는 허사일 뿐입니다. 세속의 온갖 허영과 욕심, 사라져 없어질 것들에 대한 애착을 끌어들이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녀는 도둑 중에 가장 무서운 도둑이 집안 도둑이며 그것이 자신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봉쇄 수도원에 살아도 그 누구보다 세속적인 사람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세속 한가운데 살아도 자신으로부터 이탈하고 자신을 넘어선 사람, 주님만을 바라보며 마음의 봉쇄를 지키고 거룩한 자유를 키우는 사람은 성성의 길에서 확실한 도약대를 마련한 사람으로 그는 완덕의 산 정상에서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천상으로 날아가게 해 줄 영적 날개인 거룩한 자유가 꺾이지 않도록 여러분을 여러분 자신으로부터 보호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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