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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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40. 기도의 단계⑤- 수동적 거둠 기도

인간의 모든 작용 거둬들이고 하느님께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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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동적 거둠 기도에서는 하느님 친히 인간의 모든 능력을 거둬들여 당신이 계신 영 안으로 이끌어들이신다.

거둠 기도의 바탕이 되는 인간 이해의 틀

성녀 데레사가 선호했을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하기를 권했던 기도는 ‘거둠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도는 인간이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수덕적 기도’와 오직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신비적 기도’ 양편에 걸쳐 있는 기도입니다. 이는 곧 거둠 기도가 다른 기도에 비해 인간으로 하여금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은총을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기도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녀가 가르치는 ‘거둠 기도’를 이해하려면 도대체 무엇을 거둬들이기에 ‘거둠’이라고 하는가 하는 점을 알아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성녀가 이해했던,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성녀에게 영향을 준 당시 거둠 기도를 개발, 보급했던 영성가들이 이해했던 인간에 대해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상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틀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리스도교가 유래한 유다교이며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교가 처음으로 토착화 작업을 시도했던 환경인 로마 제국을 지배했던 그리스 철학입니다. 이 두 가지 틀은 그리스도교적 인간관 안에서 종합됐으며 인간이 지닌 영성적 차원을 드러내는 바탕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그 중 영성을 설명하는 데 보다 적합한 틀은 삼중적 인간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러한 전망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바탕을 둡니다. 유다교적 사고방식에서 본 인간은 다양한 차원을 갖는 총체적인 하나의 인간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인간의 영적 차원(루아), 생명적 차원(네페쉬), 육체적 차원(바사르)이 강조되었습니다.



영적 여정을 설명하는 틀인 삼중적 인간관

이러한 고대 이스라엘의 인간관(영, 영혼, 육체)은 사도 바오로를 통해 그리스도교 안으로 들어왔으며 교부들을 비롯해 역사상 주요 영성가들의 인간 이해에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 틀은 ‘영적 진보’와 ‘영적 퇴보’라는 영적 변화 과정을 설명하기에 아주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16세기 스페인에서 거둠 기도를 개발하고 보급했던 영성가들도 바로 이 삼중적 인간관을 바탕으로 거둠 기도를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영’과 ‘영혼’ 그리고 ‘육체’는 하나의 인간을 구성하는 세 가지 근본 요소로서, ‘육체’는 인간의 외적이고 감각적인 부분을, ‘영혼’은 지성과 의지를 간직한 인간의 자아 부분을, ‘영’은 인간의 초월적인 영역이자 하느님의 영이 거하시며 인간을 이끄는 인간 존재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의미합니다. 이 전망에서 영혼이 하느님 영의 인도에 따라 영적으로 변모되어 가는 과정을 영적 진보라고 부릅니다. 반면, 육체의 감각적 욕망을 비롯해 이기주의적인 성향으로 흐를 때 이를 영적 퇴보라고 합니다. 여기서 거둠 기도란 외적으로 분산되는 인간의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 인간 존재의 가장 심층 부분인 ‘영’에 현존하고 계시는 하느님께로 내려가 그분과 사랑의 교감을 나누는 기도를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영혼의 주요 기관인 지성과 기억과 의지의 작용을 최소화하고 육체의 오감 능력도 최소화해서 전 존재를 영 안에 계신 하느님께로 집중해야 합니다. 이렇게 인간의 모든 능력의 작용을 멈추고 거둬들인다 해서 이 기도를 거둠 기도라고 합니다.



하느님 친히 인간의 능력들을 거둬들이심


성녀가 가르치는 영적 여정인 전체 일곱 개의 궁방 중에서 4궁방의 초입에서 시작되는 수동적 거둠 기도 단계에서는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친히 당신이 현존하고 계신 인간 존재의 가장 깊숙한 부분으로 영혼을 이끌어 주십니다. 그런데 이 영역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수동적인 상태에서 하느님의 은총 작용에 자신을 내어 맡길 때보다 깊은 거둠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성녀는 이를 ‘수동적 거둠’ 또는 ‘신비적 거둠’이라고 불렀습니다. 성녀는 목자의 비유를 들어 이 수동적 거둠 기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습니다. “감각이나 능력들이 이 성을 떠나서 몇 날이고 몇 해고 행복을 등진 다른 족속과 함께 살고 있다가 그때 궁 안에 계시는 임금님이 그들의 착한 뜻을 보시고는 어여삐 여기시는 마음을 누를 길 없어 당신께로 그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시게 됩니다. 그리하여 마치 어지신 목자처럼, 부드럽기 짝이 없는 휘파람을 부시는 것입니다. 이 목자의 휘파람 소리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은 지금까지 빠져 있던 바깥 사물을 깨끗이 버리고 마침내 성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영혼의 성」 4궁방 3장 2-3절).

성녀가 지적하듯이, 이 단계에서 주도권을 가진 분은 ‘목자’에 비유되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매력적인 영적 ‘휘파람 소리’를 통해 인간을 자기 내면으로 인도해 주십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그분의 휘파람 소리는 인간의 주요 능력과 오감을 사로잡아 당신 주위로 끌어들여 당신과 더불어 교감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단계는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하느님이 이 은총을 허락하시는 사람들은 이 세상으로부터 이탈된 사람들이라 하면서 성녀는 그에 합당한 준비를 하도록 자주 격려했습니다.


▲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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