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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특별한 고해성사

김창중 신부(군종교구 성레오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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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부부가 고해성사를 청했습니다. 첫 외국인 성사 집전이라 많이 떨렸습니다. 다급하고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던 부부가 고해소 문을 열었습니다. 영어를 잘하진 못 하지만 우선 "Can you speak English?"(영어 할 줄 아세요)라고 물었습니다. "No"라는 답변에 캄캄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 문제 없다고 한 후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스페인어로 죄를 고백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으나 나도 모르게 귀를 더 가까이하고 정성껏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편하게 한국어로 사죄경을 드렸습니다. 다음 분에겐 더 편안하게 고백을 듣고 사죄경과 보속을 드렸습니다. 고해소에서 나와 그분들과 악수를 했는데, 부부 모습이 너무나 밝고 편하게 변화해 있었습니다. 난 그저 알아듣지 못하는 고백을 듣기만 하고 그분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사죄경을 했을 뿐인데….

 군에서도 다양한 청년들이 고해성사를 청합니다. 그중엔 신자가 아닌데 고해소를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 청년이 고해소에 들어왔습니다. 고해성사에 대해 잠시 설명한 후, 그래도 들어주겠으니 죄를 고백하라고 했습니다. 사연이 긴 고백이었습니다. 고백을 다 듣고 개신교 신자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됐습니다.

 자리를 나와 눈물을 흘리며 고해소에 무릎 꿇고 있는 청년을 성당 의자에 앉힌 후, 어떻게 성당에 오게 됐는지 물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롭게 살고 싶어서 기도도 많이 하고 하느님께 죄를 고백했는데도 무거운 마음을 계속 갖게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주교에는 사제에게 하는 고해성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무작정 왔다고 했습니다.

 죄를 뉘우치는 모습과 그 고백을 분명 하느님께서 들어주시고 친히 사해주셨을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기도해 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1년이 지난 뒤 이 청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주 밝은 목소리로 `신부님 덕분에 지금은 아주 기쁜 삶을 살고 있다`는 전화였습니다. 예수님 귀와 손길, 말씀을 대신 한 저와의 만남이 청년을 기쁘게 살게 한 것 같습니다.

 "인자하신 천주 성부께서 당신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켜주시고 죄를 사하시기 위해 성령을 보내주셨으니, 교회의 직무 수행으로 몸소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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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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