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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예술인] (14) 감성원 라파엘

자연의 ‘결’ 유리화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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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원 작가는 ‘결’ 시리즈를 통해 역사와 시간, 감정 등의 과정을 스테인드글라스에 담고 있다.



청주교구 충북 영동 학산성당에는 연기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듯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돼 있다. 주제는 ‘숨의 결’이다. 하느님의 숨결을 시각화했다. 학산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오래 끓일수록 깊은 국물맛을 내는 곰탕처럼 보고 또 보고 오래 묵상해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감성원(라파엘, 46)씨가 제작했다.

“어린 시절 진해에서 자랐어요. 봄바람이 불면 흩날리던 벚꽃잎들, 추운 겨울 외할머니댁 창호지에 나무 그림자가 아른거리던 장면이 잊히질 않아요. 두 장면을 봤을 때 굉장히 따뜻하고 보호받으며 안정된 느낌이었는데, 그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한 겁니다.”

감씨는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의 대주제를 ‘결’로 정하고 학산성당에 앞서 ‘물의 결’(솔뫼성지, 2011), ‘바람의 결’(공군중앙성당, 2014) 등 결 시리즈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는 “결은 역사와 시간, 감정 등의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요즘은 너무 결과 위주로만 모든 게 돌아가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과정의 중요함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성당에서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결과만 놓고 보면 미사에 참여한 신자일 뿐이지만, 각자 다른 신앙 이야기와 사연을 가진 것처럼, 결 시리즈를 통해 성당과 신자들이 저마다 지닌 다른 발자취를 드러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 청주교구 용담동성당에 있는 감씨 작품. 감성원씨 제공




감씨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8년간 스테인드글라스를 공부했다. 2008년 귀국한 그는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아틀리에 감(Atelier KAM)’ 대표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홍익대 문화예술평생교육원과 남서울대 유리세라믹디자인학과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가르치고 있다. 국내외에서 50여 차례의 단체전과 개인전도 열었다. 2010년 마산교구 거제 고현성당을 시작으로 의정부교구 행주성당과 인천국제성모병원, 청주교구 용담동성당 등 15곳에 작품을 설치했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가 스테인드글라스에 관심을 두게 된 건 1995년 자신의 단체전에서 우연히 들은 어느 관람객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모르는 분이었는데, 제 작품을 보다 ‘내가 그림을 어떻게 알겠어’라고 하더군요. ‘나 같은 예술 무지렁이가 그림에 대해 어떻게 알아’ 하는 말 같았지요. 마치 피해 의식을 느끼는 듯한 반응이었어요. 적잖은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계층이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이후 2년간 붓을 들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문화와 예술이 돈과 힘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 같은 존재임을 그때 깨달았다. 예술의 사회적 지위를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 이를 극복할까 고민했고, 그 결과 팔고 살 수 없고 누구나 가서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예술품을 떠올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 느낄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 재료가 ‘소리’와 ‘빛’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빛을 이용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공부하게 됐다.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내년에 건축대학원에 입학해 스테인드글라스에 특화된 건축물을 설계하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젊은이들에겐 “자신을 존중하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꽃에도 봄꽃과 여름꽃, 가을꽃이 있듯이 사람은 누구나 각자 언제 피어날지 모르는 보석 같은 재능을 하나씩 갖고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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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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