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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지혜 전하는 두 수녀의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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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더해지고 양심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듯한 오늘날. 현대사회는 사랑보다는 경쟁을, 따뜻함보다는 차가운 냉소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러기에 수도자들의 영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수녀들이 이런 현실을 절감하고 펜을 들었다. 성경과 그림 작품에 영성을 담아 하느님 지혜를 전하고자 책을 펴냈다. 각기 다른 사도직 현장에서 살아가면서도 오로지 하느님을 따르며 사는 이들은 섬세한 표현으로 공통된 교훈을 전해준다. 우리는 하느님 사랑을 듬뿍 받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 수녀들의 신간을 소개한다.

▲ 마음을 치유하는 25가지 지혜



마음을 치유하는 25가지 지혜

김영선 수녀 지음 / 생활성서 / 1만 3000원




성경을 읽다 보면 ‘아, 저건 내 얘기인데!’ 하며 무릎을 치게 되는 때가 많다. 성경 속 하느님의 진리가 치유를 선사하는 순간이다.

광주가톨릭대 교수 김영선(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수녀는 구약성경 속 인물들과 고대의 사건을 통해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25가지로 추려 전해 주고 있다.

저자는 금수저ㆍ흙수저론이 드리운 우리 사회에 판관기 13장 내용을 일러준다. 고대 가부장 사회에 살았던 마노아의 아내 이야기다. 주님은 불임에다 이름조차 없는 여인에게 천사를 보냈고, 그에게 잉태될 아이의 위대한 사명을 계시한다. 버림받은 여인에게 다가간 주님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세상이 말하는 수저론, 우리의 잣대와는 다른 하느님의 사업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런 주님의 일을 깨어 인지해야 한다.

불평등과 불의함은 과거나 오늘이나 인간의 마음을 뒤덮고, 침묵을 강요한다. 저자는 불의하게 강간을 당하고도 가족과 이웃 누구도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던 야곱의 외동딸 디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디나들을 잊지 말자”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끔찍한 폭력과 불행한 일을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속고 속이는 사회, 열등감에 사로잡혀 남을 의식하다 못해 지고는 못 사는 본성, 낯선 이방인을 제도권에서 소외시키고 보는 도덕적 결핍 등 저자는 시대가 지닌 아픈 면모를 치유하고자 성경 구석구석에서 지혜를 찾아냈다.

“예수님의 치유는 질병의 치유 이상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매일 인생이라는 바다를 향해 던지는 나의 그물질이 목표를 제대로 향하고 있는지,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 매달려있진 않은지, 내가 만나는 이들 안에 주님의 천사를 발견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할 것을 권한다.




▲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장 요세파 수녀 지음 / 김호석 그림 / 선 / 2만 원




장혜경(엄률시토회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회) 수녀는 수묵화가 김호석 화백의 작품에서 영성을 길어올렸다. 장 수녀는 김 화백의 작품을 접하고 “물 만난 고기가 됐다”고 밝힐 정도로 섬세한 묘사에 시대 정신을 담아낸 그의 작품들에 매료됐다. 그렇게 수도자에게 수묵화는 진리를 길어올리는 영성의 샘터가 됐다.

저자는 김 화백의 사실주의 수묵화가 담고 있는 사람, 사물의 표정들을 깊은 묵상으로 읽어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실, 한 송이 꽃, 아무렇게나 버려진듯 죽은 쥐 한마리…. 화가가 마주한 세상 만물 속엔 오늘날 우리 삶의 각종 혼란과 분열, 병적 증세를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실체를 마주한 듯한 작품들은 그럼에도 고귀한 인간 모습, 피조물의 영성을 다 담고 있었다. 저자는 작품 너머에 있는 신성,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생명의 소중함, 남북의 아픈 현실까지 읽어냈다.

▲ 김호석 작 ‘어휴 이뻐’,94.5㎝56㎝ 수묵, 1995.

▲ 김호석 작 ‘불이2’, 125㎝111㎝, 수묵, 2014.




저자는 단잠 자는 아기의 모습에서 아빠ㆍ엄마의 사랑의 소중함을 짚어내고, 공격성 가득 품은 독수리에게서 상대와 소통하려면 나의 공격성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통찰을 발휘한다. 흙과 하나가 되어 버린 듯한 농부의 미소, 한껏 허리를 숙여 세숫대야 물에 얼굴을 드리운 성철 스님에 이르기까지. 화백의 힘을 빌린 저자의 단상은 ‘일상을 영성’으로 승화하는 수도자의 참다운 시선을 보여 주고 있다.

글과 그림에는 통찰이 담겨 있다. 실제인듯 마주한 그림은 현실 자체일지 모른다. 장 수녀는 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따뜻한 생명의 세계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도록 이끌고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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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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