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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주님을 만나고 길 끝에서 부활을 맛보다

부자(父子)와 시인의 산티아고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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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간 산티아고 순례 여정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일깨운 조철규씨와 조범수씨가 순례 중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출판사 제공





인생은 순례다. 삶은 나를 찾는 여정이자 내가 추구하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며 나아가는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인생의 축소판’인 진짜 길 위에 나를 내던진다. 고된 순례 끝에는 ‘선물’이 주어지기 마련.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마음, 먼저 건네지 못했던 사랑을 돌아보고 자연의 위대함이 주는 따스함과 나를 지켜주는 하느님까지 느낀다. 인생의 순례 끝에서 만날 ‘구원의 영광’과 비견할 가치들이다. 사람들은 순례로 ‘작은 부활’을 얻는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아빠는 함께 걷자 했고 우리는 산티아고로 갔다

조범수 지음 / 가톨릭출판사 / 1만 5000원



아빠와 아들 사이엔 ‘거리’가 있었다. 무뚝뚝한 아빠 조철규(야고보)씨와 살갑지 못했던 아들 조범수(요한)씨가 길을 함께 걷게 된 건 뜻밖에도 아빠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아빠랑 저기(산티아고) 한 번 가자!”

산티아고 순례길 800㎞ 걷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길 위에서도 부자(父子)의 ‘함께 걷기’는 쉽지 않았다. “왜 자꾸 앞서가라고 하세요. 저 지금 무척 힘들어요!”, “비가 오니 노닥거릴 여유가 없다.”

그러나 황금빛 보리밭과 푸른 밀밭을 오가는 바람은 아빠의 재촉과 아들의 불평마저도 걷어갔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게끔 이끌었다. 전에 없던 진정한 대화가 시작됐다. 용서, 별자리, 자연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이어 평소 생각과 조언까지. 다양한 대화 속에 부자는 길 위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새 만남을 시작하게 됐다. 아들은 여행 중 아버지 입맛을 배려해 요깃거리를 만들었고, 술 한 잔씩 곁들인 만찬은 돈독함을 선사했다.

인생은 혼자라지만, 부자의 함께 걷기는 ‘참 가족이 되는 여정’이 됐다. 파편화된 가족의 삶도 공동체 순례의 여정이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함께 걷는 인생도 온갖 역경 속 사랑이 없이는 부활의 기쁨을 맞이할 수 없는 것. 가족의 소중함은 대화에서 움텄다. “아빠! 저는 잘할 수 있어요.” “그래,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아빠와 아들의 순례는 각자 다른 곳을 향하던 시선을 같은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그건 안 돼!” “너와 나는 달라” 하는 가족이나 연인이 있다면 ‘함께하는 순례길’에 올라보길 아빠와 아들은 청한다.

책에는 시인인 아버지의 작품과, 아버지를 따라 작가의 꿈을 이뤄가는 아들의 작품이 담겨 있다. 순례 때 필요한 물품과 경로, 현지 분위기도 순례 준비자들에겐 요긴하다.



침묵의 그 길에서 나를 찾다

김숙자 지음 / 박문사 / 1만 8000원



“언제라고 내가 주님과 나란히 앉아 대화 한번 나눠 봤던가?”

“고작 했다는 게 어설픈 기도와 푸념, 그리고 변죽만 살살 올렸던 겉치레의 공경 외에는 실로 한 게 너무 없다.”

누구라도 시인 김숙자(율리아나)씨 반성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광활한 길 앞에 서보길 바란다.

시인의 버킷리스트 1호는 ‘주님과 하나 되어 조용히 걷는 것’이었다. 평생 교사이자 문인으로, 엄마이자 아내로 살아온 그는 ‘신앙 단짝’ 주님과 200㎞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다. 중년의 여성에게 매일같이 이어지는 엄청난 거리의 걷기는 쉽지 않은 일. 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시작된 순례는 하루 25㎞씩 열흘에 걸쳐 펼쳐진다. 피레네 산맥의 황홀한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겨를조차 없었고, 녹초가 다 된 몸으로 휴대폰 불을 밝히며 늦은 밤까지 걷는 고난도 이어진다. 일행이 쳐져 뒤를 걱정하기도 하고, 새 친구를 사귀기도 하며, 앞서 가던 일행의 기다림에서 따스한 배려를 느끼기도 한다.

시인은 길 위에서 자연과 신앙을 노래하기에 이른다. “하늘 강가에 올라서서 / 지평선 넘어가는 순례자들 / 저마다 형형색색 고운 / 하느님의 꽃입니다 / 산티아고 가는 길은 / 땀으로 피운 고운 꽃밭입니다.”

시인은 순례의 종착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의 ‘영광의 문’에 들어서며 “내 인생 노년의 삶에 ‘사랑등’ 하나 더 밝히며 살고 싶다”고 기도했다. 어려운 도전에는 숱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뇌가 잇따르지만, 결국 값진 승리가 반긴다. 저자가 하느님 손잡고 영혼을 다해 걸은 그 길의 마지막은 곧 ‘제2의 인생’, ‘부활의 삶’의 시작이 됐다. 그는 ‘선교사’가 된 마냥 하느님과의 순례로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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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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