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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와 고증으로 완성한 ‘뵌 적 없는 순교자’ 영정

윤지충·권상연 복자화 제작한 서양화가 홍용선 화백 대전 진산성지 현양대회서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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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9일 진산성지에서 열린 순교자 현양대회 미사 중에 봉헌된 윤지충 복자화(오른쪽)와 권상연 복자화를 그린 홍용선(왼쪽) 화백이 진산성지 전담 김용덕 신부, 진산성당 신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양화가이자 판화가인 홍용선(요셉,
71,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본당) 화백. 한국조폐공사 디자인실장으로 35년간 일하며
잔뼈가 굵었고 2005년 은퇴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하루 서너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대전교구 진산성지(전담 김용덕 신부) 의뢰를 받아 한국 교회
첫 순교자 윤지충(바오로, 1759~1791)과 권상연(야고보, 1751~1791) 영정을 제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평생 지폐 제작을
해오며 인물 터치를 많이 해왔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1만 원권 세종대왕 이미지 보정
작업(리터치)뿐 아니라 수많은 화폐 인물 리터치를 해왔기에 그리 큰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손을 대고 보니, 또 순교 복자들의 삶을 읽고
보니, 특히 순교까지 이른 굳센 믿음을 접하고 보니 쉽게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 홍용선 화백

 

 

홍 화백은 일반 신자들과는 ‘다른 의미의 순례’를
시작했다. 순교자 후손들과의 만남이었다. 해남윤씨 후손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윤지충
복자 얼굴을 고증해 나갔다. 윤지충 복자는 서른세 살에 순교했기에 해남 땅끝마을
고산(孤山) 윤선도 종택 녹우당까지 찾아가 후손들의 삼십 대 얼굴 사진을 수집했다.
윤지충의 증조부 공재(恭齋)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제240호)은 큰 도움이 됐다. 이를
토대로 둥근 얼굴형에 굵은 쌍꺼풀, 두툼한 눈두덩과 코, 짙은 수염의 윤지충 복자
영정을 완성했다. 이어 안동 권씨 후손들을 만나 똑같은 과정을 거쳐 길쭉한 얼굴형에
눈이 움푹 들어가 있고 처진 눈매에 코고 높고 날카로운 41세 순교자 권상연 복자의
영정도 그렸다.
 

영정을 그리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분석한 얼굴형에
개별 스케치한 이목구비(耳目口鼻)를 조합하고, 1차로 완성된 인물에 시대적 배경과
연령대 수염, 명암을 얹고, 한복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인물 스케치를 최종 완성한
뒤 윤지충 복자는 성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권상연 복자는 십자가를 든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다른 분들은 누가 그분들을 본 사람이 있느냐며,
대강 그리라고 해도, 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보면 볼수록 다시 손대고 싶은 유혹에 빠졌지요. 고치고 또 고치는 힘든 여정이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손을 떼야 하는데 그 시점이 참 힘들었어요. 일찍 떼면 어설프고
늦게 떼면 조잡해지잖아요. 순교 복자의 순교 영성을 그림에 담아내는 일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결국에는 두 순교 복자의 영정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고생한 기쁨은 있다. 새로 그린 복자화는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 절두산순교성지에도 전해질 예정이어서 보람도 크다. 홍 화백은 두 순교
복자의 영정에 이어 윤지충 복자의 동생 윤지헌(프란치스코, 1764~1801) 복자 영정도
제작할 계획이다.

글·사진=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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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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