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채 몬시뇰 저서 「인류공통문화 지각변동 속의 한국」서 가난한 이들 복음 선포 위한 사명 강조
2012년부터 매년 1000쪽 분량의 책을 한 권씩 펴내면서 시대의 징표를 짚어내며 세계 속에서 한국 교회와 우리 민족의 자리매김을 위해 굵직한 대안을 제시해온 정의채 (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몬시뇰이 최근 3권으로 마무리했다. 화제의 책은 「인류공통문화 지각변동 속의 한국」(위즈앤비즈)이다.
정 몬시뇰은 3000쪽에 달하는 3권의 책에서 일관되게 제3천년대 인류는 한 마을처럼 공존(共存)ㆍ공조(共助)ㆍ공영(共營)의 삶을 지향하는 인류 공통 문화를 조성할 것이며 가톨릭 교회가 그 중심에 있으리라 예측했다. 또 우리 민족이 인류 공통 문화의 지각 변동을 주도할 것이며 이에 걸맞게 한국 교회도 새로운 차원에서의 선교적 사명을 맡게 될 것이라고 관망했다. “이제 서구 문명은 서서히 사양길을 걸으며 그 중심은 점진적으로 동양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여명기를 여는 곳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 징조 또한 한국에 벌써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은 지금 국민 전체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우주 끝까지 펼쳐질 제3천년대 인류의 삶은 곧 인류 공통 문화를 지향할 것이며 인류가 다 같이 공생 공영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하느님 창조 경륜에 따라 그런 삶을 실천케 하는 사랑이야말로 세 번째 천년대에 인류가 지향할 삶입니다. ” 정 몬시뇰은 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3천년대 인류 공통 문화의 동인을 ‘사랑이 일으키는 변화’로 꼽았다. 그중 인류 전체의 공통 기초 개념인 ‘생명’에 대한 사랑이 핵심 가치라고 설명했다. 새 천년기 시작과 함께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를 모토로 생명문화연구소를 개설 ‘생명 문화’의 가치를 세계로 파급시켜온 정 몬시뇰은 제3천년대는 하느님의 창조 경륜이 인류 공통 문화라는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환희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인류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의 새로운 흐름은 하느님을 닮으려는 인간의 사고와 행동이 결집한 결과입니다. 새 천년대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때입니다. 모두가 함께 잘 살려고 노력하는 때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역할이 커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더욱 분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류 문화 변동에 한국이 주축이 될 징후로 정 몬시뇰은 개발 도상국의 세계은행이라 할 수 있는 ‘녹색 기후 기금’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유치한 것을 지목했다. 국가 원로로서 녹색 기후 기금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정 몬시뇰은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 인류 공통 문화의 뿌리인 ‘사해 동포애’를 실천하며 새 천년기의 여명을 열어갈 나라라고 확신했다. 이에 걸맞게 한국 교회도 더 근원적인 보편적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정 몬시뇰을 강조했다. 정 몬시뇰은 한국 교회가 절충주의를 극복하고 고령화와 높은 냉담률을 극복하기 위해선 세상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들숨’의 삶을 살아온 한국교회는 이제 ‘날숨’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숨만 들이켜면 결코 살 수 없습니다. 높은 냉담률이 그 증거입니다. 이제 한국 교회가 건강해지기 위해 들숨뿐 아니라 날숨을 쉬어야 합니다. 가장 가난한 나라로 찾아가 사랑의 사명을 실천해야 합니다. 한국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젊은이들을 온 세계로 파견해야 합니다.” 정 몬시뇰은 교회가 사회 안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시대의 징표를 읽어 세상의 누룩 노릇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가 하느님의 뜻대로 되도록 교회가 힘써야 사랑을 바탕으로 한 공존ㆍ공조ㆍ공영의 새 인류 삶이 구현될 것이라 거듭 강조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