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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보다 더 중국인처럼 산 푸른 눈의 신부

뱅상 레브 신부의 중국 선교 이야기 Ch. Robert Guelluy 원본수집과 편집 / 김정옥 한국어 편역 / 불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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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발 한 뱅상 레브 신부가 중국 어린이들과 함께한 모습. 불휘미디어 제공


마태오 리치(1552~1610) 신부가 ‘중국 복음화의 선구자’였다면, 뱅상 레브(Vincent Lebbe, 1877~1940) 신부는 토착화 선교의 모범을 남긴 ‘중국 선교의 아버지’였다.
 

 

“나는 중국에 가서 순교자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어린 소년의 입에서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었을까. 11살 벨기에 소년의 손엔 중국 선교사로 활동하다 순교한 ‘성 요한 가브리엘 퍼보일러’의 전기가 들려 있었다. 소년이 지녔던 중국 선교를 향한 꿈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1895년 파리의 라자로회에 입회한 레브 신부는 1901년 중국행 어선에 몸을 싣는다. 이후 40여 년간 선보인 그의 아름다운 중국 선교생활의 시작이다.
 

최근 출간된 「뱅상 레브 신부의 중국 선교 이야기」는 중국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존중했고, 중국인보다 더 중국인처럼 살면서 사랑으로 복음을 전했던 레브 신부의 감동스러운 일대기를 정리한 책. 그의 친동생부터 동료 사제, 평신도 등 그와 가장 가까웠던 인물들의 증언록 30여 편이 레브 신부의 삶을 생생히 전해준다. 레브 신부의 정신을 잇는 국제 평신도 단체인 국제가톨릭형제회(AFI) 회원 김정옥(아기 예수의 데레사)씨가 번역했다.
 

레브 신부는 모든 중국인의 친구였다. 다른 유럽 선교사들이 우월주의에 빠져 중국어도 잘 습득하지 않을 때, 그는 처음부터 중국어 책을 끼고 다녔다. 급기야는 변발을 하고, 유창해진 중국어 실력으로 경찰, 군인, 지역 유지와도 돈독해졌다. 이목구비 빼고 외모, 말투까지 중국인이 된 그는 중국에 대한 애국심마저 높았다. 레브 신부의 몸에 밴 적응주의 선교는 중국인들이 가톨릭의 보편적 사랑을 느끼는 원동력이었다. 한 여성의 증언을 따르면 “레브 신부는 중국말도 잘하고 중국 음식도 거리낌 없이 잘 먹었다. 사람들이 그 신부를 만나면 서로 다투어 무릎을 꿇고 성당에 다니게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였다”고 한다.
 

레브 신부의 영성은 그가 창시한 ‘전진상’(全眞常) 정신에 집약돼 있다. 온전한 자아봉헌(全犧生), 참다운 이웃사랑(眞愛人), 끊임없는 기쁨(常喜樂)이다. 중국인들이 그에게 감화된 이유도 이 같은 그의 굳건한 영성 때문이었다. 이전엔 굳게 닫혔던 톈진성당 대문이 레브 신부 부임 이후로 누구든지 오가도록 활짝 열리고,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기쁨에 추위와 거리에 상관하지 않고 먼 길을 자전거와 노새를 타고 다닌 그의 정신도 ‘전진상 영성’과 같다.
 

톈진에서 4년간 레브 신부 곁에서 지냈던 모랠 신부는 “영하 15~2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 속에서 지낸다는 것, 구걸하러 찾아온 가난한 사람에게 따뜻한 솜이불을 내어준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이 세상에서 제일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산다는 것…. 내게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덕성으로 보일 뿐이었다”고 기록했다.
 

그는 수십 리를 다니더라도 절대 사람이 끄는 인력거는 타지 않았고, 냉담하는 신자 앞에 찾아가 무릎 꿇고 회심하기 전까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중국을 향한 애정을 곳곳에 선포하고 다녔던 푸른 눈의 선교사는 60세가 다된 고령에 발발한 중일전쟁 때 ‘들것 부대’까지 조직해 중국군을 도운 항일 전쟁의 영웅이기도 했다. 중국 교회 자립을 위해 천주교 신문인 ‘익세보’(益世報)를 창간했고, 교황을 알현해 직접 본토인 주교 임명을 요청해 1926년 중국과 일본인 주교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그의 선교 업적은 책 한 권에 다 담기 어렵다.
 

“그게 주님을 위한 일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그렇게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머나먼 타지에서 일생을 바친 이유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람들을 보듬어준 사랑이 곧 모든 이를 감화시킨 레브 신부의 선교 전략이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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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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