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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4) 보희와 녹양

동갑내기 단짝의 싱그러운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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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보희와 녹양’ 포스터.

 

 


“10대들의 풋풋한 모습을 정말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구나!”

영화 ‘보희와 녹양’을 처음 본 소감은 그러했다. 사실 10대들의 성장통에 관한 소재는 자주 영화에 등장하고 그에 관한 명작들도 많다. 인간의 삶에서 10대란 꿈과 현실 사이의 틈이 가장 큰 시기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매력적인 소재로 여겨지는 듯하다. 돌이켜 보면 조금씩 부모의 생각에서 벗어나 나만의 꿈을 찾기 시작하고, 막연하게 품은 꿈에 비해 현재의 자신은 서툴기만 해서 방황도 많았던 시기였다. 그 시련만큼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그런 10대를 다룬 영화의 주인공 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면 주인공의 서툰 모습을 그대로 받아주고 변함없이 같은 편이 되어 주는 친구라는 존재일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소년 ‘보희’와 소녀 ‘녹양’은 어릴 때부터 항상 붙어 다니는 중학교 1학년의 단짝 친구이다. 보희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기억에서 사라진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녹양은 자신을 낳던 중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결손 가정으로 인해 슬퍼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보희의 곁에는 말 그대로 베스트 프렌드 녹양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부족한 모습을 채워 주고 변함없이 서로 편이 되어 준다. 그 모습이 나무 새순처럼 싱그럽고 귀여워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친구 상욱도 빼놓을 수 없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 서른을 앞둔 아저씨에 가까운 그는 생면부지의 소년 보희를 처음엔 퉁명스레 대하지만 보희가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그의 어깨를 툭툭 쳐서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한다. 보희는 그를 통해 또래의 친구들이 아빠라는 든든하고 의지할 만한 존재를 통해 느꼈을 법한 것들에 대해 알 기회를 얻는다. 삼촌뻘의 상욱과 사춘기 소년 보희,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낯선 사이에 그런 관계가 형성되리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을 보며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마치 가족처럼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가 되어 줄 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한층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지금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맺은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고 계속 관계를 이어 나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시작해서 여러모로 부족함을 안고 살아가는 생면부지의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영화는 그들과 함께할 때만 세상을 지금보다 밝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사람들과 언제나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부족함에 좀 더 여유를 가지며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영화는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희와 녹양’은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관계의 아름다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울림을 가진 영화이다.

 

 

 

 

 
▲ 조종덕 요셉(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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