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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10주기, 책으로 달래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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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의 서재에는 어떤 책들이 놓여 있을까.

분명한 건 ‘한국 문학의 축복’, ‘한국 문학의 어머니’로 불린 고(故) 박완서(정혜 엘리사벳·1931~2011) 작가의 작품이 그 서가에서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기까지 스스로를 ‘영원한 현역’으로 불렀던 박 작가가 1월 22일로 선종 10주기를 맞았다. 생전 그가 낳은 사랑의 노작(勞作)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에 커다란 공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해주던 작가. 누구에게나 언니, 엄마, 할머니 같은 존재였던 작가. 그는 생전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시선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한국 문학, 가톨릭 문학은 적잖은 성취를 이뤄냈지만 고인의 부재가 만들어 낸 구멍은 쉬이 메우기 힘들었다. 그 10년의 공백을 메우는 작업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해 온 이들이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가이기에 앞서 엄마이자 아내였던 박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박 작가의 맏딸 호원숙(비아·의정부교구 구리 토평동본당) 작가가 쓴 에세이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세미콜론). 책에는 박 작가의 서재 풍경부터, 다듬고 난 미나리 뿌리도 버리지 않고 항아리에 넣어 뒀다가 끓여 먹던 작가의 알뜰함, 남편의 술상을 차리던 모습 등 다양한 추억이 담겨 있다.

최근 박 작가가 생전에 집필한 에세이 35편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세계사)가 출간됐다. 작가가 체험한 일제강점기, 6·25전쟁, 여류 문인이 드문 시절 문인의 길에 들어선 사연 등이 담겼다. 웅진지식하우스는 선종 10주기를 맞아 박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헌정 개정판을 내놨다.

문학과지성사는 작가의 중·단편 10편을 엮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를 펴냈다. 책에는 박 작가의 1975년 초기작 「도둑맞은 가난」부터 생명의 고귀함을 다룬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등이 수록됐다.

문학동네는 작가의 문학 인생을 수놓은 수필을 모아 「박완서 산문집」 세트를 내놨다. 1977년 첫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 수록된 작품부터 1998년 출간한 「어른 노릇 사람 노릇」에 실린 에세이까지 465편의 산문을 9권 전집으로 엮었다.

현대문학은 박 작가의 자전적 연애 소설이자 마지막 장편인 「그 남자네 집」을 10주기 헌정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일흔이 넘은 노년의 나이에 첫사랑의 기억을 돌아본 작품이다.

20, 30대 독자들에게조차 젊은 작가의 글보다 더 편안하게 읽힌다는 점도 다른 작가들이 범접하기 힘든 박완서 문학의 매력이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그의 작품을 구입한 독자 중 20~30대가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고인을 기리는 이들은 그의 기일인 1월 22일을 전후해 전국 곳곳에서 10주기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박 작가를 추억하는 이들은 오는 5월 서울 영인문학관에서 그를 추모하는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연극 공연도 기획되고 있다.

호원숙(비아) 작가는 “선종 10주기를 맞아 어머니가 생전 세상 곳곳에 뿌리신 사랑의 향기가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상에서의 글쓰기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좋으신 하느님 곁에서 아름다운 하느님 나라의 풍경을 써 내려가고 있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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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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