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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리미나-결산] 아 교회가 개혁되고 있구나! 몸으로 느껴

사도좌 정기 방문을 다녀와서- 조규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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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좌 정기 방문을 다녀와서-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

 
▲ 한국 주교단 전체가 12일 교황 알현을 마친 후 성 베드로 광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24위 시복 감사 미사 전 한국 순례단을 찾아 주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조규만 주교가 9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3월 9~17일 실시된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교황청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방문의 뒷이야기와 의의를 담은 조규만(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의 참가기를 싣는다.

이번 사도좌 정기 방문은 나에게는 두 번째다. 2006년 주교 서품을 받은 다음 해 11월에 사도좌 정기 방문이 있었다. 그때 교황님은 베네딕토 16세였다. 교황님과의 만남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서 산타 마르타 (Santa Marta) 숙소에 머물면서 기다렸었다. 통보를 받고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님 총대리 염수정 주교님 그리고 동서울지역 담당 김운회 주교님과 함께 교황님을 만났다. 그때는 교구별로 만나서 교구의 현안 문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때 서울대교구 형편상 보좌 주교 한 명이 더 필요하다는 청을 드렸던 기억이 있다.

가정 위기에 대한 인식 이번에는 이미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 3월 9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한국 주교단 두 그룹 가운데 첫 번째 그룹이 교황님을 알현하도록 되어 있었다. 서울대교구는 첫째 그룹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교구별로 만나지 않고 그룹 전체가 만나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정해진 주제도 없었다.

나는 제일 먼저 교황님께 지난 8월 한국방문을 한 소감을 물었다. 특히 광화문에서의 시복 미사가 감동적이었다고 술회하셨다. 교황님은 세월호에 관하여 물으셨고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과 1주기 준비에 관한 김희중 대주교님의 설명이 있었다. 이어 주교님들의 설명과 질문들이 오갔다. 예비자 교리 교육 광복과 분단 70주년 신학교와 사제 성소 수도자 성소 중국 선교를 비롯한 해외 선교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교황님은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수녀님들이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스페인어 한마디를 할 수 없었지만 웃는 얼굴로 신자들을 마음으로 끌어안는 자세에서 벌써 환자들과 소통하는 것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해외 선교에 있어서 열린 마음과 사랑하는 자세를 강조하시기도 하셨다.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가며 거의 끝날 무렵 나는 다시 교황님께 왜 ‘가정’을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두 번씩이나 하는 그 의도를 물었다. 이런 적은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교황님은 오늘날 가정이 위기를 맞이했기 때문이고 3주만으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교황님의 말씀 속에서 이혼하였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멀리 교회 법정까지 찾아야 하는 어려움과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나는 교황님을 여러 차례 만날 수 있었다. 3월 11일 수요일 오전에는 교황 방한 후속 알현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있었다. 그리고 12일 목요일 오전에는 한국 주교단 전체가 교황님과 만나 사진 촬영도 하고 선물도 받았다. 그리고 그날 오후 다시 124위 시복 감사 미사 전에 오셔서 한국 방문단과 신자들을 위해 특별히 말씀해 주셨다. 교황님의 특별한 의도가 담겨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음에 다가온 말씀이 있다. 바로 일본 순교자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과거 박해시대 일본 당국은 그리스도교인들을 박해하면서 처형 한 달 전쯤 좋은 음식과 대접으로 배교하기를 회유하고 그래서 일부는 그 유혹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교황님께서 마귀의 교활함을 설명하시는 한 가지 예였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자녀들인 우리들에게 교묘한 마귀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기를 간곡히 당부하신 것이다. 어쩌면 경제적 성장으로 자기 분수를 모르고 거들먹거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은근히 경고하시는 말씀으로 들렸다. 안일함에 빠질 수 있는 우리에게 뼈있는 일침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날 미사는 나에게는 감동적이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님의 주례로 한국의 모든 주교님들과 유학 중인 150여 명의 신부님들과 200여 명의 수녀님들이 참여했다. 물론 한국에서 결성된 방문단과 로마 한인 신자들이 함께했다. 성가대도 80여 명의 신부님들과 수녀님들로 편성되었다. 미사는 성 베드로 대성전 가장 앞부분에 있는 중앙 제대에서 거행되었다. 창문에는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아래로 베드로의 교황좌와 천사들과 성 암브로시오 성 아타나시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와 성 아우구스티노가 역동적인 자세로 조각되어 있었다. 작은 변화들과 개혁 30년도 넘었다. 공부하기 위해 로마에 도착한 것이. 첫 번째 주일을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맞이했다. 그날이 성령 강림 대축일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성당에 입장하기 위해서 긴 줄을 서지 않았고 검색대를 통과하지도 않았다. 마침 그날 그곳 제대에서는 교황청 어느 성의 장관이 미사를 주례하고 있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이태리어로 그 미사에 참여했다. 관광객들은 미사에 아랑곳없이 사진을 찍으며 대성전을 배회하고 있었다. 소란하고 정신 사나웠다. 다시는 장터 같은 성 베드로 성전에서 미사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관광객들이 미사를 드리는 곳으로는 다닐 수 없게 차단되어 있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교황님의 서명은 여전히 작았다. 그리고 교황님은 헤어질 때마다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길 청하셨다. 교황님의 격의 없는 만남과 교황청 부서들의 따뜻한 환대 그리고 작은 변화들을 볼 수 있었다. ‘아! 교회가 개혁되고 있구나!’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사도좌 정기 방문이었다.

조규만 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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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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